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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과 교학이 만나다 신규탁 교수(연세대 철학과)가 <원각경·현담>(정우서적)을 출간했다. 경전을 여는 개경게송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경전 번역과 주석, 그리고 종밀의 10문으로 분별하여 원각경 주석서 현담을 번역하고 경전을 거두는 수경게송으로 마감하고 있으며, 체계를 두고 단계적으로 본문을 분과하여 신앙 수행의 관점과 진리성을 추구하는 철학적 관점이 조화롭게 융화하였다. 이는 원각경을 신행하는 이들이 경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준 높은 교학을 어렵지 않게 섭렵할 수 있도록 배려된 시설이라고 하겠다. 특히 역자의 서문과 부록에 실은 원각경 해제는 학문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무한히 확장해 주고 있다. 이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다 역자는 원문에서 한국불교의 오랜 전통의 독서법인 구결을 채택하고 있다. 일차 번역인 구결을 버리자 않음으로써 전통을 보지하려는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표점 내지는 백문으로 한문 경전 읽기가 아닌, 구결을 통한 한문읽기는 우리만의 고유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이는 역사와 전통 교육 방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역자가 무조건 과거 회귀적이지 않다는 것은 역자의 역문이 여실히 증명해 준다. 역자는 철학자이다. 누구의 말인가가 아닌, ‘경험 가능한 효과성(empirical effectiveness)’의 유무에 따라 진리를 판별하는 역자의 진리관은 현대 철학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번역문 또한 역자의 현대적인 글쓰기의 귀감을 보이는 데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역자 신규탁 교수(법명 탈공脫空)은? 1994년 동경대학 중국철학과에서 <圭峰宗密の‘本覺眞心’思想硏究>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화엄철학, 선불교, 중국철학사 등을 강의한다. 저서로는 <선학사전>(공저), <선사들이 가려는 세상>, <화엄의 법성철학>, <때 묻은 옷을 걸치며>, <한국 근현대 불교사상 탐색>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벽암록>, <선과 문학>, <원각경>, <화엄과 선>, <선문수경> 등이 있다. 542쪽, 18,000원 글쓴이 : 이학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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