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8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덕분에좋은세상(고등학교)
수상자: 서울 풍문고등학교 2학년 박민*
참가도서: <지리 대전>
결과물 종류: 감상문
바다의 핫플레이스, 남중국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국의 인구 3분의 1 이상이 급격히 피란민이 된 최대 규모의 전쟁이다. 전쟁 시작 후 최근까지 1천800만여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을 피해 실향민이 되었다가 990만여명이 다시 고국 땅을 밟았고,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8백만여명이 유럽 각국에 난민으로 머물고 있다고 한다.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 어린이와 여성 등의 민간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왜 러시아는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한 무모한 전쟁을 진행하였을까? 우크라이나 남쪽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흑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해군에게 우크라이나는 부동항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땅이었다. 구소련 시절 흑해함대 사령부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있었다. 흑해를 발판으로 아드리아해와 지중해 그리고 대서양으로의 진출이 용이하다.
2023년 1월 26일, 우리나라 정부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3년간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유상원조기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규모를 11조7천억원으로 확대하는데 승인하였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신규 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동해, 일본해 표기 논쟁과 일본의 터무니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에 오랫동안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현실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제주도 아래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의 가장 뜨거운 바다가 있다. 실제로 해수의 온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영유권을 두고 생기는 갈등이 주변국과의 국지전 또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동해(East Sea), 서필리핀해(West Philippine Sea)로 불리는 ‘남중국해’가 바로 그곳이다. 한국인에게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다낭, 코타키나발루와 같은 신혼여행지 또는 이국적인 휴양지, 그리고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의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선을 달리 보면 이곳의 지리적인 위치의 중요성에 생각이 달라진다. 화물을 실은 상선의 50% 이상, 전 세계 해상 교통량의 3분의 1이 남중국해를 통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수입 소비하는 석유의 70%와 천연가스 50%가, 일본과 대만은 60% 정도가 남중국해의 해운 항로를 통해 공급되며 수송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인도양을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로 가려면 남중국해를 남북으로 가로지른 뒤 싱가포르 앞바다를 거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짧은 거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90억 인구 중 대략 70억 정도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동부 아프리카에 거주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실용적인 등거리 외교노선으로 미래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살펴보다가 주변국의 지정학에 관심이 생겨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국제정치와 외교 문제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캐플런이 발품을 팔아가면서 인터뷰와 현장답사를 통해 여행기로 담아내는 그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인류의 분화에 대한 지리의 영향을 연구하는 지정학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를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을 19세기와 20세기 초 카리브해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남중국해에는 전 세계 어업량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어업자원 보다는 풍부한 석유와 탄화수소 에너지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인근 주변국이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생산의 10%를 소비하며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차지하지만, 원유 보유량은 1.1%에 불과한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절실하다. 이것이 중국을 포함한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들이 영토주권을 현재의 해안선 바깥으로 확장시키는 데 전략적인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나아가 남중국해 연안국들의 과거사와 탈식민화 과정을 언급하면서 국가와 리더의 정체성 그리고 현재를 살펴보고 국가 간 세력균형을 통한 현상유지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이곳은 바다라는 확실한 경계선이 있어서 ‘물의 억지력’(stopping power of water) 때문에 대규모의 돌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해상에서의 군사적 경쟁은 가능해도 인구 밀집 지역으로의 상륙은 어렵게 만드는 것이 남중국해 해상의 지정학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냉전 기간에 핀란드는 소련과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핀란드의 독립이 소련에 의해 위협받았다. 21세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0개가 넘는 작은 섬과 바위, 산호초로 형성된 남중국해를 둘러싸는 거대한 군사적 해양장성을 서서히 구축하는 동남아시아의 핀란드화를 조장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적대 행위의 위험을 높인 것은 신흥세력의 등장에 의한 현상의 변화였다. 해양 세력으로서의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경계심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진짜 이유였다는 투키디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해군력의 증강으로 인한 무력 충돌과 영토분쟁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국가별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전 감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은 1974년 베트남 전쟁 때 중국이 빼앗고 점령한 40여개 섬의 파라셀 군도, 즉 남중국해의 서쪽 해안선에 위치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과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지금은 미국과 군사 협력을 추구하고 자본주의적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중국과는 우호적이지 않다. 베트남의 남쪽에 위치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민주와 과두 사이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결합한 혼합적인 정치체제로 도시무역국가 모델을 통해 경제 발전을 달성하였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중국인, 인도인의 융합으로 ‘세계 무역 네트워크의 중심’이라는 상징적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국가 정체성으로 말미암아 정치보다는 경제, 민주주의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한 귀퉁이에 자리한 싱가포르는 중동의 이스라엘이 연상될 정도로 작고 외로운 존재이지만,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철인이 다스리는 이상국가처럼 이콴유라는 좋은 독재자의 실용주의 노선 덕분에 동남아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무슬림 대국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하여, 제2의 인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타스 군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타이완의 경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총통의 상호 방문 등으로 군사적 무력시위가 지속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타이완은 중국이 제기하고 있는 모든 영유권 주장에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중국이 평화 협정을 체결한 몽골공화국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이완을 합병시킬 것이라는 중국의 단호함은 가장 기본적인 갈등 요소이다. 반면에, 1950년대 이후부터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은 동맹국 미국이 없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였다. 보르네오 수상 마을에는 질병과 해적 그리고 밀수라는 근대 국가 이전 19세기의 세계와 강력한 국가 및 바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21세기 전략이 상존하고 있지만, 국가 간 난민과 불법 이민자의 이동이라는 또 다른 현실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는 미 해군이 남중국해를 현상유지하고 있지만 냉전적 사고와 같은 도덕적 저항이 사라져서 인본주의자들의 철학적 문제는 없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세력균형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가치보다는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무역과 비즈니스만을 중요시하게 되어 비도덕적인 현실주의가 만연하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새로운 수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지역 협력 기구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결성되었고, 동남아시아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주요한 동력인 전통적인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주권 보호와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양 자원에 대한 권리 주장을 위해 해군의 현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남중국해의 모든 이해 당사국이 영유권 분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영해에 관한 주장과 사건들이 권력자의 중대한 이해관계와 연결된 경우에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모든 당사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현상유지만을 관리하는 유엔해양법협약 같은 좀 더 현실적이고 새로운 안보 질서가 요구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육지는 바다를 지배하지만 섬에 대한 소유권을 바탕으로 한 권리는 ‘12해리’라는 유엔해양법협약의 기본원칙에 근거한다면, 중국은 스프레틀리 군도에서 배제되어 법적인 의미나 논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1996년 해양법협약을 비준했지만 실제로는 준수하지 않는 반면, 미국은 협약을 준수하고 있지만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법이 존재한다 해도 평화는 결국 세력균형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분명한 방법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강화하여 남중국해를 인도태평양과 21세기의 중부 유럽(Mitteleuropa)으로 하나로 묶는 거대한 지리적 통합을 강화하여 해상 안보 시스템을 세력균형 체제로 뒷받침되는 국제해양규범이라는 시스템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지도를 180도 뒤집어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중국이 해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진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중국은 과거 청나라 영토였다가 1858년 영토 분쟁으로 러시아에게 빼앗겼던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어로 ‘동방 정복’을 뜻함)의 항만 사용권을 165년 만인 2023년 6월부터 이용할 수 있는 항만 사용권을 확보하였다. 가까운 미래에 발해만을 통한 한반도 인근 서해 해상과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가려는 차항출해(借港出海)를 현실화할 새 전초기지 동해에서 중국과 한국 사이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해양에서의 해군력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지 않겠는가? 중국의 해양 진출 전략과 미국의 억지 전략이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부딪치면서 긴장감은 다시 높아질 것이다.
인간은 생명이 넘치는 풍요의 바다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바다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위대한 ‘공생’의 역사를 이어왔다. 바다를 거역하면 아름다운 푸른빛 지구도 없고 인간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인도의 타고르(1861∼1941)가 바다를 배경으로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바닷가에서’라는 시가 떠올려졌다. 미지의 바다를 꿈꾸고 바다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인간의 세상 속에서 모든 해양을 둘러싸고 싸우려는 인류의 본능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며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 짓고 빈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가랑잎으로 그들은 배를 만들고 웃음 웃으며
이 배를 넓은 바다로 띄워 보냅니다.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