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등골나물은 북미가 원산인 귀화식물이다. 용산에 주둔하는 미군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산 기슭에서 발견될 때에는 몇 포기 보일정도였다고 한다.(1978년) 하지만 몇 해뒤 남산 전체로 번졌고 이제는 북한산, 중랑천, 양재천, 청개천, 홍제천 등 서울 전역에서 흔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국내에 자생하는 ‘등골나물’이나 ‘골등골나물’, ‘벌등골나물’과 비슷하다. ‘등골나물’, ‘골등골나물’, ‘벌등골나물’의 꽃은 약간 붉은 기운이 돌지만 서양등골나물은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색이다. 또 등골나물이 다섯 개의 대롱꽃이 모여 하나의 머리모양 꽃차례(두상꽃차례)를 이루는데 비해 서양등골나물은 15~25개의 대롱꽃이 모여 하나의 꽃차례를 이룬다. 그래서 서양등골나물이 더 풍성해 보인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른 귀화식물과 달리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남산 숲속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 자란다. 남산의 신갈나무나 아까시나무 아래는 서양등골나물이 촘촘히 들어차 있다. 이 때문에 숲을 망치는 생태교란식물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래서 자연보호 활동이나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토종식물을 보전한다는 구실로 뿌리채 뽑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토종식물은 뭘까? 그리고 해마다 서양등골나물을 뽑아낸다고 생태계가 살아날까?
서양등골나물은 빛이 많이 들어오는 숲 가장자리는 빽빽하게 자라고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드문드문 자란다. 홍제천에서도 하천물 가까이에서 번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풀을 뽑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또 다른 외래종이 침입할 수 있다. 식물학자들은 외래종이 침입한 환경에서 생태계 복원을 위해 병든 부분을 제거하기 보다는 생태계 전체를 튼튼하게 해서 치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생태학회<서울의 허파와 남산>]
만일 뽑아낸 자리에 꽃을 심으면 이들은 재배식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가꾸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이 가꾸는 곳에서는 자연의 천이(遷移, 생물의 군집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가 멈춰버린다. 그러므로 가꾸지 않고 저절로 뿌리를 내리며 사는 귀화식물이 오히려 토종식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