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이 싹을 틔우는 봄이 오면, 어린 시절 ‘달래 양념장’으로 밥을 비벼 먹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이 들면 옛날 기억이 더 생생해진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런가 보다. 일기를 쓰다 보면, 어제 아침 일은 가물거리는데 반세기가 훨씬 넘은 오래된 어린 시절로 돌 아가면, 다만 한 조각의 추억이라도 동영상을 틀어 놓은 듯 선명하다.
검증된 달래의 다섯 가지 약리작용
1. 빈혈
달래의 풍부한 철분이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므로 빈혈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C가 풍부해 이것이 철분 흡수율을 높여주므로 철분 공급 매개 물질로 쓰기에 안성 맞춤이다.
2. 뼈
달래 100g에는 124mg의 칼슘이 함유되어 있다. 성장기 어린이, 갱년기 이후 여성, 노년층에 도움이 되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골연화증 등 뼈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신경 조직을 이완 시키고 근육을 수축 시켜 심장박동을 규칙적으 로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3. 피부
달래는 형제 간인 파나 마늘이 산성식물인 것과 달리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달래 100g에 함유된 비타민C는 일일 권장량의 1/3에 해당하는 33mg이다. 비타민A 또한 풍부하여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세포 생성을 도와 주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성분으로 피부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멜라닌 색소를 억제하며, 기미나 주근깨 같은 피부 장애도 막아준다. 더욱이 베타 카로틴을 비롯한 달래의 각종 미네랄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비타민A, C와 무기질이 파보다 2배 이상 들어 있다.
예전에는 달래가 피부미용에 좋은 식물로 인기가 있었는데 달래에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C는 세포와 세포를 잇는 결합조직 생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빈혈과 간장에도 도움을 주고, 피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피부가 건강하고 곱게 유지되는 것이다.
다만 비타 민C는 열에 약해서 생으로 먹는 게 좋고 식초를 치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4. 피로의 회복과 자양 강장
비타민C와 비타민B1, 2, 6 등 비타민B군이 풍부함으로 피로의 회복에 좋고,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 때문에 스님들이 멀리 해야 할 오신채(五辛菜)로 분류되는 만큼, 남성들에겐 원기 회복과 자양 강장 효과를 주기도 한다.
5. 수면
한방에서는 달래를 수채엽(睡菜葉)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달래가 ‘잠을 잘 자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달래에 풍부한 비타민C와 칼슘 등이 불면증 치료와 신경안정제 역할을 한다.
달래의 신비로운 민간요법 8선(選)
예로부터 달래는 들이나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으므로, 민간요법으로 많이 활용해 왔다.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에서 소개된 민간요법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릴 수 있다.
1. 자궁출혈, 월경불순, 위암, 자궁암, 식도암, 생리불순이 있을 때는 달래 뿌리를 구워서 먹는다.
2. 장이 약할 때, 눈이 침침할 때, 몸이 찰 때, 불면증, 신경질이 심할 때는 달래 줄기와 뿌리
10g에 물을 약 700ml를 붓고 달여서 마신다.
3. 협심증으로 가슴이 아플 때 달래 줄기와 뿌리를 식초와 함께 끓여 마신다.
4. 양기를 북돋을 때는 달래 뿌리 300g에 설탕, 소주 1.8l를 붓고 3개월간 숙성시켜 마신다. 여기에 벌꿀 200g을 첨가해도 좋다. 꾸준히 장복하면 효력이 있다.
5. 종기가 났거나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 타박상, 편도선이 부었을 때 달래 생잎과 뿌리를 갈아서 밀가루에 개어 붙인다. 부기도 빠지고, 통증도 가라앉는다.
종기에는 뿌리를 태운 후 물에 잘 개서 붙여도 된다.
6. 보혈제로 달래를 달여 마신다.
7. 불면증이 있거나 잠이 잘 안 올 때는 달래의 전초를 달여서 마시면 효과가 있다.
8. 달래는 건강식품으로 식욕 증진, 기운 상승, 잦은 감기, 신경질적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달래의 ‘알린’은 흙 속의 유황 성분, 야생동물로부터 지키기 위한 독성물질
달래나 마늘과 같은 백합과 식물은 대개 ‘알린’이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알린’ 성분은 쉽게 말하면 유황(硫黄) 성분이다.
마늘이나 달래는 흙 속의 유황 원소를 빨아들여 저장 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알면 재미있다. 달래나 마늘은 캔 상태 그대로 두면 냄새가 나지 않지만, 이것을 찧거나 입으로 씹으면 ‘알린’의 구조가 파괴되면서 강한 냄새가 난다.
이 ‘알린’은 마늘이나 달래가 가지고 있는 효소와 결합해 ‘알리신’이란 성분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알리신’ 성분이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것이다. 바로 달래나 마늘을 씹었을 때 입 안에 확 풍기는 알싸한 향이 바로 이 ‘알리신’이다.
그런데 달래나 마늘의 ‘알린’ 성분은 야생동물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이 자기 뿌리를 파먹으려 하면 알리신 냄새를 풍기게 함으로써 동물들이 기겁하고 도망치게 만든다. ‘알리신’은 야생동물이 싫어하는 냄새이고, 달래나 마늘로 볼 때는 자기 생존을 위한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재배 작물화한 달래, 흙의 건강성 회복으로 야생의 맛과 향 되살린다
달래는 주아(珠芽)라고 하는 씨가 여러 개가 모인 눈깔사탕 크기의 봉우리를 꽃대 위에 매달고 있는데 이 안에 든 낱개의 씨는 발아율(発芽率)이 낮다. 그래서 달래는 마늘처럼 알뿌리, 즉 종근(種根)을 심어 재배한다.
우리나라의 최대 주산지는 충남 서산과 태안으로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반계3리 마을회관 앞에 ‘달래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1969년 이곳 18개 마을의 달래 생산 농가들이 원북면에서 처음으로 자생 달래 종구(種球)를 채취해 재배한 걸 기념하기 위해 2006년 2월에 건립했다.
이들은 달래가 씨앗 발아율이 낮은 관계로 품종 개량이 어려워서 재배 달래나 야생 달래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디 순수한 자연산만 하겠는가?
달래는 pH6.5∼6.8의 중성토양에서 잘 자라고 산성 땅에 취약한 걸 보면, 그래서 석회를 뿌려줘야 하고, 여기에 요소비료, 용과린, 염화가리 등을 시비(施肥)해야 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아도 되는 자연산 달래와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농가는 손수 만든 미생물 제제를 흙에 뿌려주기도 하지만, 흙을 자연 상태로 빠르게 되돌려 놓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약초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건강한 흙이 우선
자칭 약초꾼이라는 어떤 사람은 “세상에 약초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장기화하는 코로나19사태는 지금 무엇이 의약품의 한계인지를 인류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양약(洋薬)은 천연 식물에서 추출한 약용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들이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중국의 토착 식물인 스타 아니스(Star Anise)의 열매에서 얻은 성분이 그렇고, ▲호흡기 질환에 흔히 처방되는 ‘에페드린’은 ‘마황(麻黄)에서, ▲ ‘아스피린’은 버드나무껍질에서, ▲소아 백혈병약 ‘빈크리스틴’은 마다가스카르의 자생식물인 ‘장춘화’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약(薬)이란 글자가 원래 풀 초와 풍류 악을 합한 것이지 않은가? 그러나 풀이 약초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흙이 살아 있어야 한다. 흙의 미생물이 건강하게 활동해야 식물 고유의 약성을 살리고, 맛과 향이 탁월한 식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강한 식물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을 방어할 수 있는 우리 몸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인다는 건 불문가지다.
어디 그게 달래 뿐이겠는가. 재배 작물을 해친다며 제거의 대상이 되는 꽃다지, 개망초,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지칭개, 엉겅퀴... 등등 50여 종류가 넘는 잡초들이 봄의 따듯한 햇빛 아래, 건강한 흙 속의 미생물과 함께 자라고 있다. 재배가 아닌 야생 잡초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쫓는 약 성분이 들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올 봄에는 야생 달래 등 약성 좋은 봄나물과 잡초를 듬뿍 넣고 밥을 비벼 먹는 건강 처방전이 어떨까. 코로나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 유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