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종입니다.
어제 밤의 번개 후유증이 생각 보다 크네요.
루미님의 보라보라한 펜들을 보고....계속... 에스터브룩 라일락과 오로라88 퍼플 사파이어가 아른 거립니다 ㅠㅠ
윤호랑님의 멋진 오로라 펜도 보고...
민트향기님의 펜쇼를 방불케하는 컬렉션과... 츠바이님의 쉐퍼 컬렉션은 볼 때마나 놀랍습니다....ㅎㅎ
번개에서 만난 여러분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블루베리는 아직 많으니 다음 번개에도 갖고 가겠습니다. 부담없이 드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집에 오니 우체통에 미쿡에서 온 택배가 하나 있더군요...
오 지난번 구매한 워터맨이 이제 도착 했구나.... ㅎㅎㅎ
근데 USPS 트래킹에는 3주째 아직 캘리포니아에 있는 것으로 돼있던데... ㄷㄷㄷ
미쿡애들 일처리가...... 참......
이 녀석이 첫 구매한 20년대 펜이 되겠네요.
번개 때에 경험해본 20년대 플렉스 펜들의 필감에 감동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몰랐던 평온한 때로 되돌아가고 싶어요 ㅎㅎㅎㅎ)
여하튼 용돈받아 쓰는 가난한 직장인인지라... 용돈내에서 어찌어찌 해결해 보려하니...
역시나 상태 좋은 녀석들은 가격대가 넘사벽 입니다.
해외 펜 커뮤니티에서 20년대 입문용으로 대부분 워터맨 52를 추천하길래
닙 상태만 보자 하면서 검색하다가.....
Minnie Figoni라고 각인된 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 저시절 사람이 손수 칼로 각인한 글자가 너무나 이뻐 보였답니다....
급 원 소유주님인 미니님을 찾아봤습니다....
미쿡에도 아이러브스쿨(이걸 아시면 년배가.....)같은 사이트가 있더군요.
이름이 특이하여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Figoni라는 성의 시조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분 이군요...
음..... 67년에 돌아가셨네요..... ㅠㅠ.... 19년 결혼했으니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펜을 선물 받았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ㅎㅎ
결혼 후 계속 캘리포니아에서 사신 걸로 나오네요...
이게 돌고 돌아 먼 한국의 저한테 왔다는 것이 무척 신기합니다.
각설하고.... 펜을 받고 늦은 밤 바로... 분해에 들어갑니다....
일단 배럴안의 굳은 잉크주머니는 캐주고(?)
새 잉크주머니를 이식 후 실리콘 파우더를 발라줬습니다..
다음으로 레버가 너무 녹이 많아 분해해야하는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레버 양쪽으로 클립형태로 눌러놓은 구조라 한쪽을 펴야하는데....
오래된 펜이다보니 조금만 힘조절을 잘 못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투 끝에 분해에 성공합니다. (웬만하면 하지마세요!!!)
이제 무지성으로 레버와 프레스바를 열심히 닦습니다....
딱딱하게 마른 잉크 제거가 생각 보다 어렵습니다.
닦은 뒤 레러 구조를 보니 20년대 기술로 저런 판재를 접어서 만들었다니..
참으로 공수가 많이 들었겠다 생각이 듭니다.
기계적 구조가 매우 간단하여 소재만 버텨준다면 의외로 내구가 좋을 듯 합니다.
다시 조립해야하는데 원상태로 레버의 클립 부분을 휘는 것도 까다롭도...
프레스바를 레버의 힌지에 다시 끼워넣는데 펜도 작아서 성질 버리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드디어 조립 완료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 오늘도 사진 촬영에 젓가락 받침대용 토끼가 활약합니다.
잉크 넣고 써봅니다.....
작은 펜임에도 그립감과 무게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음..... 그런데 번개 때 경험한 플렉스 펜 보다는 단단한 느낌이고, 생각보다 힘을 꽤 줘야 닙이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다음 번개 때 전문가님들에게 한번 감수를 받아봐야겠습니다.
딱히 적을 것이 없어 레버 분해 방법을 간단히 적어 봤습니다.
커다란 캡 밴드에 각인된 최초 소유주의 이름... 뭐랄까 매혹적인 글씨체입니다...ㅎㅎ
각인이 주요 구매 포인트 였기 때문에 잘 보이게 검은색 프라모델 에나멜로 색도 채워 봤습니다...
미니님이 창가에서 글을 많이 쓰셨는지...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볕때문인지..
배럴의 딱 절반이 약간 갈변 되었습니다.... ㅠㅠ
캡은 갈변이 없는 걸로봐서 캡은 손에 잡고 사용하셨을 지도.....
배럴 끝에 52 1/2 V라는 모델 명이 적혀있네요.
V는 Vest의 약어로 클립이 없는 모델이라네요.
옛날에는 쪼끼 입고 목걸이 처럼 펜을 걸고 있었나 봅니다...
쪼끼에 들어갈만한 작은 사이즈라는 뜻 이라네요
닙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하튼 미니님이 물려주신 펜... 다시 100년 사용해 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들 보내세요...
첫댓글 잘 닦으셔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상태가 상당히 좋습니다. 레바까지 분해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분해 조립에 있어선 어떤 경지에 오르신 듯. 👍👍👍👍👍👍
글씨를 보니까 플렉스닙이 맞습니다. 일반적인 펜처럼 쓰시려면 힘을 최대한 빼셔야 제대로 써집니다..완전 세척을 하셨으니 잉크흐름은 어느 정도 쓰시면 더 좋아질 것 같고요.
아 그렇군요... 번개 때 써본 플렉스 보다 힘을 많이 더 줘야 벌어져서.. 의심을 해봤습니다.
흐름이 조금 늘어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레종님, 잘 지내시지요?
완벽하게 복원하셨네요 👍 👍
52 1/2V 링탑은 아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5 : lever filler
- 2 : nib size(작은 2번부터 4, 6, 큰 8번까지)
- 1/2 : slender(일반 모델보다 배럴이 얇은)
- V : Vest pocket에 들어갈 짧은 size
- Ring top: 목걸이를 링에 끼워 사용하는 용도
여성 목걸이에 미적으로 어울리게 하려고 작고 귀엽게 만든 것 같습니다.
참고로, 52 1/2V 남성용에는 클립이 붙어 있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본문의 잘못된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ㅎㅎ
또 하나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저도 이름이 각인된 펜을 낙찰받은 것이 있는데 글씨체가 기계로 깎은 듯한 것이라 실망이 컸는데 저 각인은 오 히려 펜을 더 예쁘게 해주네요.
네 각인이 너무 이쁜 필기체로 되어있어서.... 펜하고 더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ㅎㅎ
오 득펜 축하드립니다
빈티지 워터맨은 언제나 설레는 펜이죠
다음 번개에서 꼭 한번 보고싶습니다 ㅎㅎㅎ
네 다음 번개 때 점검 받으러 가겠습니다.... ㅎㅎ
먼 옛날 어느 여성이 소중히 간직하며 누군가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썼을 고릿적 만년필이 100년이나 지나 태평양 건너 어떤 이의 손에서 새 생명을 얻은 스토리가 감동적입니다.✨️
오랜 세월 사용하지않은 펜촉은 플렉스 닙이라도 원래보다 좀 경성으로 변했다가, 다시 꾸준히 사용해주면 곧 원래대로의 반응과 능력을 되찾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비틀비틀 그럴 수 도 있군요.... 열심히 애정을 갖고 써보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점점 1940년대 이전 만년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너무 매력적인 펜인것 같습니다. 직접 분해,수리까지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들이 많은 펜들이라 여유를 갖고 기다리다 보면 인연이 닫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오 너무 예쁩니다!!
점점 이뻐 보이는 펜들이 늘어 나서 큰일 입니다... ㅠㅠ
질리시면 예약합니다. 곧 질리시겠죠 그쵸?
사실 글쓰는 것 보다 분해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금방 질리기는 합니다 ㅎㅎㅎㅎ
@레종 앗싸 1번 참새 대기탑니다!
분해조립을...하시다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