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사이 제가 사무실에서 daily pen으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파카 45 플라이터 초기 펜을 소개해 드립니다.
파카 45는 1960년에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학생용 펜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파카 펜 중 카트리지/컨버터 방식을 처음 채택했는데, 총알을 채워넣는 리볼버인 콜트 45에서 영감을 얻어 명명했다 합니다.
https://pixabay.com/ko/photos/%EB%A6%AC%EB%B3%BC%EB%B2%84-%EB%AC%B4%EA%B8%B0-%EC%BD%9C%ED%8A%B8-%EC%B4%9D-6953488/
이 펜은 배럴 끝을 검정색 컵 모양의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플라이터의 시초인 모델입니다.
https://pencollect.co.uk/parker45.htm
파카는 엄청난 초기 판매량에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1964년에 플라이터를 출시했습니다. 유선형의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14K 금닙과 금속 배럴의 튼튼함이 한 몫하여 빅 히트를 치게 됩니다.
저는 손이 커서 그립이 길고 턱이 없으며, 캡을 견고하게 끼워 쓸 수 있는 펜을 좋아합니다.
https://pencollect.co.uk/parker45.htm
45는 세미 후디드 닙이라 잉크 마름에도 강하고, 닙이 51보다 더 노출되어 필각을 잡기에도 편합니다. 캡 안에 판 스프링이 있어서, 캡이 배럴에 견고하게 포스팅되며 제게는 최고의 daily 펜인 셈입니다.
또한, 배럴 안에 나사산도 그립 섹션과 같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배럴 안 나사산이 금속인 후기 플라이터와 달리 오랫동안 사용해도 마모가 덜합니다.
캡립 앞에는 PARKER가 새겨져 있으며, 캡립 뒤에는 활 모양의 halo 마크와 영국산 표시가 있고, 초기산이라 45, 생산년도 코드 각인은 없습니다.
55년에서 60년 정도 된 펜이라 닙이 벌어져 잉크 흐름이 과했는데, 파카51님이 번개에서 세미 후디드 닙을 미세 조정하는 팁을 알려주신 게 생각났습니다. 작년에 골프 채널 보면서, A4 비닐 홀더에 8자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더니 신기하게도 슬릿이 딱 붙어 절제된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 플라이터는 14K Medium 닙인데 수직으로 그을 때, EF나 F 닙에서 느낄 수 없는 쫀득함이 손가락 끝을 타고 올라와서, 매우 흡족하게 쓰고 있습니다 😀
https://blog.naver.com/jongsee95/221782110867
참고로, 파카45는 단점이 2개 있습니다. 첫째는 플라스틱 소재가 파카51처럼 고급이 아니어서 오랫 동안 사용하면 판 스프링에 의해 그립에 수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무게가 가벼워 글씨를 쓸 때 날리는 느낌이 납니다. 그립에 수축이 없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은장인 플라이터나 금장인 인시그니아 모델을 추천드립니다.
https://pencollect.co.uk/parker45.htm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첫댓글 참 망언쟁이님 감각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저도 막 뽑다가 운좋게 걸린 45플라이터만 하나 남겨놨습니다. 다른 45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더라고요.
플라스틱 배럴에 금촉은 많지만 무게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인시그니아를 구하려 했지만 너무 비싸, 최초의 플라이터를 반년간 기다려 샀습니다.
긴 세월 때문에 잔 흠집은 많지만 14K M촉이라 만족해 하며 자주 쓰고 있습니다.
파카45의 매력에 흠뻑 취해봅니다 ... 매력적인 펜이군요 ~
파카 45의 시작인 초기산이라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가격 때문에 플라이터로 타협했지만, 최상위 라인인 인시그니아가 예쁘긴 합니다~
저도 그립이 길고 손에 클러치 링 등 걸리는 게 없는 펜을 좋아해서 파커45를 잘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느낌의 쉐퍼 임페리얼 2를 열심히 쓰고 있어요. 파커 45의 그립부 수축에 대해서는 혹시 2000년대 생산된 것은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으니까요.
츠바이님, 잘 지내시지요?
저처럼 파카 45를 좋아하는 분이 또 계셨군요.
그립이 수축되면 최근에 생산된 것을 구해 교체해도 되지요. 이 펜도 금닙은 오리지날이고 그립은 새 부품을 구해 수리하였습니다.
그치만, 최근 45는 이 펜처럼 빈티지스런 맛이 나지 않아서 3개의 돌기가 있는 링도 기존 것을 분리해 그대로 재사용했습니다.
저도 81년산 파카45 플라이터 거의 새것 엄청 저렴하게 영국 셀러한테 구해서 썼었는데..
무게감이나 그립감이나... 전투용으로는 쓰기 참 좋았어요..
다만... 캡을 열고 닫을 때... 아무런 기계적 결합이 없는 구조라.... 실망해서... (열고 닫을 때 철컥 소리를 너무 좋아해서 ㅎㅎ)
결국 지인에게 나눔 했다는......ㅠㅠ
레종님 부품으로 고친 펜들을 보여 드리러 번개 나가야 하는데, 일이 요사이 많아져 여의치 않네요.
딸깍하는 소리는 없지만, 푹 하고 물리는 판 스프링과 그립부 상단에 돌기 3개가 마찰력으로 캡을 고정시키는 구조입니다.
저는 파카 51처럼 캡이 배럴에 푹하고 부드럽게 물리는 이 구조가 좋더라구요 ㅎㅎ. 요즘 파카는 비용 절감 때문에 캡 안에 판 스프링을 다 빼버려서 참 아쉽습니다 ㅜ.ㅜ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플라이터 두 개의 배럴 나사산이 하나는 플라스틱이고 하나는 황동이라는 것도 지나쳐 봤는데 새로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백만년초보님, 저도 회원분들께 많이 배웁니다.
되도록이면 같은 재질로 나사산을 만드는 것이 강도가 비슷해 마모가 덜 되지요.
파카 51 복각판이 만년필 매니아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던 이유가 2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51 명성에 맞지 않게 비용 절감 때문에 조터 닙과 피드를 그대로 재활용해 껍데기만 51스럽게 만든 점이고,
두번째는 캡 내부의 나사산은 금속인데 반해 배럴에 나사산은 플라스틱이라 구조적으로 취약한 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망언쟁이 제가 갖고 있는 모델은 1964년 모델과 1989년 모델이네요. 1964년 모델은 금촉이고 1989년 모델은 옥타늄 촉...재미있네요.
오~ 제 파카45 플라이터는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 생산품이군요! 정보 고맙습니다.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립부 길고 턱 없는 이놈을. 무엇보다 닙 상태가 아주 좋아서 '쓰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손에 뇌가 달린 건 아닐텐데 그 느낌이 기억나 쓰고 싶어한다는 게 신기합니다.
타임 라인을 보며, 내가 소장하고 있는 플라이터 모델의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것도 뜻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오감의 동물이니, 손가락 끝의 촉각이 신경을 통해 뇌에 각인되어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