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르차 가는 법
기차로 오르차(Orchha)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잔시(Jhansi) 역까지 가야 한다.
잘가온에서는 잔시까지 가는 기차가 굉장히 많은데, 그렇다고 당일 표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
나는 아메다바드에서 아우랑가바드로 올 때 미리 "잘가온 새벽 1시 30분 출발-잔시 13:35(302루피)도착" 기차표를 사뒀다.
근데 역시 기차가 주르륵 연착을 하더니, 이 기차도 1시간 반 정도 연착돼 플랫폼에 들어왔다.
연착 여부는 플랫폼 전광판(도착 예정시간 표시)이나 영어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새벽 기차를 타게 되면, 사실 기차 탈 때까지 거의 잠은 못 잔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차에 올라 타도 다들 자고 있는 터라 기차 안은 암흑 그 자체다.
사실 좌석 번호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때 후레쉬나 적어도 핸드폰 불빛 정도는 꼭 필요하다.
맨 윗칸에 배정 받아 짐 다 끌어 올리고, 물티슈로 좌석 닦고, 김장 비닐 깔고 짐 쇠줄로 묶어두고 몸을 뉘였다.
이렇게 몸이 피곤하면 딱 좋은 건, 잠을 푹 잘 수 있어 긴 기차 여행에 지루할 틈이 없다.
인도 기차는 절대 기내 방송이 없다.
그저 예정 도착 시간 즈음에 준비하고 있다가 플랫폼의 역 이름을 확인하거나 인도 사람들한테 물어서 알아서 내려야 한다.
(대체로 여행객들이 내리는 역은 큰 역이라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이때도 대충 도착할 시간은 계산하고 있어야 한다.)
연착했을 경우, 연착한 시간 만큼 도착 시간이 늘어나니, 시간 계산 잘 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용케도 내가 탄 열차는 딱 연착한 시간만큼 지연되어 잔시 역에 도착하는 의외의 예의(?)를 보여줬다.
(실은 화장실 가려고 주섬주섬 내려가다가 사람들이 다들 짐을 싸길래 여기 잔시냐니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허겁시겁 짐 싸러 윗칸으로 올라가 불이나케 짐 싸들로 내려오느라 힘 좀 들었다.)
잔시는 교통의 요지라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에서 다 기차로 연결된다.
잔시 역에 내리면 그 앞에서 오토 릭샤를 타고 곧장 오르차로 들어갈 수도 있다.
120루피 정도면 가능한데, 동행이 많을 경우 권장하고 싶다.
홀로 여행하는 나로서는 부담이 많이 되는 가격이라 일단은 버스 스탠드로 가서(35루피),
그 앞에 주르륵 서 있는 오토릭샤 중 오르차 가는 것을 잡아탔다.
(릭샤꾼들이 큰 소리르 오르차를 외치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쓱 지나가면서 오르차 가냐고 물어보면 된다.)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15명까지 끼어 타는 이 쉐어 오토릭샤는 1인당 10루피, 큰 배낭 개당 10루피를 받는다.
백배에 템포를 타라고 되어 있어, 무작정 템포라는 걸 찾았는데, 그런 건 눈에 안 띄고 그냥 오토릭샤만 잔뜩 있었다.
오르차 가는 릭샤는 굉장히 많고 그냥 적정 인원만 채워지면 바로 떠난다.
잔시 버스 스탠드에서 오르차까지는 20분 조금 더 가는데, 정말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그 길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2. 오르차에서 숙소 구하기
오르차는 굉장히 작은 시골 마을이다. 여행자 거리라고 해도 걸어서 5분 내에 다 끝난다.
오르차에 바로 들어서며 있는 숙소는 포트 뷰 게스트 하우스.
(이곳에 묵었던 사람 말에 따르면, 깨끗하고 머물 만하다고 했다. 싱글 150루피)
릭샤꾼이 이 앞에 내려줬지만, 미리 생각해 뒀던 곳은 인방에서 평판이 좋았던 '템플뷰 게스트하우스'여서
릭샤의 진행 방향으로 5분 정도 더 내려가서 오른쪽 람라자 만디르 방향으로 꺾어 쭉 들어갔다.
(혹, 템플뷰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 계획이라면, 우체국 앞에 세워다라고 하면 된다.
내려주는 곳에서 진행 방향을 보고 오른쪽 골목이 람라자 만디르 방향이다.)
시장통처럼 보이는 30미터 정도의 이 짧은 골목을 지나면 람라자 만디르(만디르는 사원이라는 힌디어)가 나오는데,
이것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바로 오른쪽 길로 향하면 눈 앞에 템플뷰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방이 네 개쯤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인데 주인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시고 방도 깨끗하고 좋다. 싱글 150루피.
아저씨 한국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신 듯, 한두살 된 어린 아들이 있는데 닉네임이 세종대왕이란다.)
체크인을 하고 식사 하러 나가려는데, 출입문 위에 적힌 주의사항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당부를 하신다.
1. 절대 마을 밖을 벗어나지 말것.
2. 숲 속으로 들어가지 말것.
정말 위험하단다. 특히 여자들은 더더욱 조심하라고. (조심하세요!!)
3. 맛있는 식당 어딨니
아메다바드부터 오르차에 도착하기까지 근 5일 가까이를 과자와 바나나만 먹었던 속을 제대로 좀 채워보려
주인 아저씨께 맛집을 물었더니 람라자 레스토랑을 제일 먼저 추천해 주셨다.
현지인들한테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왕궁 앞 다리 건너기 전 식당인데, 길가 쪽 테이블 외에도 레스토랑 안쪽 뜰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일단 스페셜 탈리(90루피)를 시켜 먹었는데, 커리의 종류가 3가지, 달이며 양념 감자 등등 푸짐하게 나오긴 하는데,
이미 만들어 두었던 것인지 커리는 식어 있고, 감자는 살짝 쉬었고, 여러가지 이건 정말 아니올시다... 였다.
그런데 식사를 다 마칠 때쯤, 그 앞을 지나가는 한국분들- 처음엔 20대 젊은 처자 한 명, 그리고 또 조금 더 있다가는 50대 부부-를 뵙게 됐다.
나에게 인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뭐냐 물으면 인도 그 자체보다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게 된다.
어디서 왔고 어딜 갈 것인지 이런저런 인도 여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다 보면,
이젠 내가 알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씩 풀어 놓기 시작하며 유쾌한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게 된다.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맥주가 아닐까?
이곳 안뜰에서 650리터짜리 킹피셔 맥주를 몇 병 시켜놓고, 안주 삼아 감자 요리와 난, 커리 등을 먹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람라자 레스토랑의 경우 탈리 빼고 나머지 음식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메인 로드 중간쯤에 있는 오픈스카이 레스토랑은 수제비 같은 한국 음식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작은 솥에 끓여 온 수제비는 3분의 2가 국물이고 정작 수제비(50루피)의 양은 작아 아쉬웠지만, 좀 짠 거 빼고 맛은 꽤 훌륭한 편이었다.
그 외의 한국 음식도 괜찮다는 평가가 방문록에 굉장히 많이 남아 있는데,
오르차에서 한국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곳이 여기 아닐까 싶다.
오픈 스카이 옆에 카주라호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은 짜이를 무료로 주는데 원하면 두세 잔까지 추가로 준다.
주인 아저씨가 델리에서 있다가 이곳이 좋아 정착하고 식당을 하신다는데,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시고, 재미있으시고, 게다가 너무 친절하시다.
이곳 탈리(60루피)는 정말 맛있다. 람라자 레스토랑의 스페셜 탈리보다 커리의 가짓수도 적어 훨씬 심플하고 싸지만 맛만은 훨 낫다.
같이 갔던 친구는 스파게티르 시켰는데, 면이 덜 삶아져 먹기가 좀 그렇다니까 다시 해주겠다며 접시를 가져가셨다.
똑같은 걸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 매기 라면 괜찮겠느냐고 물어와서 ok했고,
나중엔 주문을 넣었던 스파게티가 아니라 더 저렴한 매기 라면 값으로 계산을 해주셨다.
인도에 이런 장사꾼도 있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4. 뭘 볼까
오르차는 아주 작고 평화로운 시골이다.
우리 시골의 어느 읍내 보다도 훨씬 작아 시장을 돌아보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
그래서 굳이 릭샤를 탈 일도 없고, 삐끼들이 달라붙지도 않는 그런 곳,
텔레비전도 많이 보급되지 않아 이걸 갖춘 상점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서 영화도 보고,
정말 밤에는 정전도 잘 돼(게다가 자가 발전기 있는 곳도 많지 않다) 발끝이 안 보인 정도로 어둠에 묻히는 곳.
이렇게 오르차는 인도의 다른 여행지와 많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여행객도 많이 가지 않고,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진짜 인도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작은 마을의 푸르른 녹음 사이로 낡은 채 버려져 있는 듯한 사원과 궁전이 꿈에서 보듯 눈앞에 다가선다.(통합입장권 250루피)
인도의 그 어느 궁전들보다 낡고 퇴색해 버린 제항기르 마할은 ㅁ자형 구조의 건물 정원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다 보면,
그 화려하지 않음에 더 웅장해 보이고 왠지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왕궁의 정문으로 나와 세밀한 장식으로 화려하기 그지 없는 입구를 구경하고 이제는 2층으로 올라가보자.
이곳에서 강 너버 저쪽, 녹음 짙은 숲 저 너머를 바라보면, 정말 비경이란 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저 강을 넘어 숲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부쩍 든다.
새파랗게 맑은 날에도 희뿌엿하게 안개 낀 듯한 강가의, 어렴풋이 보이는 몇 채의 무덤과 신전들이
뭔가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준다.
(그래서 절대 숲속으로 들어가지도, 마을 밖으로 나가지도 말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라즈마할에서 바라보는 제항기르 마할이나, 차투르부즈 만디르, 혹은 마을 이곳저곳의 전경들 역시 마음을 빼앗긴 마찬가지다.
제항기르 마할에서 보면 람라자 민디르를 너머 저 멀리 언덕 위로 사원이 하나 우뚝 서 있다.
이곳이 락쉬미 나라얀 만디르.
이곳으로 가는 길(람라자 만디르 뒷쪽 가운데로 뻗은 길)은 1킬로미터 정도 되지만,
예쁜 집들도 지나고 정겨운 시골 아이들의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결코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그 언덕 길을 다 지나 와서 바라보는 락쉬미 나라얀 만디르와 왕궁터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락쉬미 나라얀 만디르 근처 언덕 위엔 바오밥나무가 있다.
혹자는 바로 이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 오르차에 간다고 하기도 한다.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를 기억하시나요?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었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그 별의 땅은 바오밥나무 씨앗 투성이었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는 너무 늦게 손을 대면 영영 없애 버릴 수가 없게 된다.
훗날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장미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곧 그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하거든.
바오밥나무는 아주 어렸을 때에는 장미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거든.
그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쉬운 일이기도 하지.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지.
하지만 바오밥나무의 경우에는 그랬다가는 언제나 큰 재난이 따르는 법이야.
게으름뱅이가 살고 있는 어느 별을 나는 알고 있었어. 그는 작은 나무 세 그루를 무심히 내 버려 두었었지......"
그래서 어린 왕자가 가르쳐 주는대로 나는 그 별을 그렸다.
그러나 바오밥나무의 위험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소혹성에서 길을 잃게 될 사람이 겪을 위험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나는 그런 조심성을 버리고 이렇게 말하려 한다.
"어린이들이여! 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궁금하다면 락쉬미 나라얀 만디르 근처로 가자.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그 아름다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5. 오르차에서 나오기
오르차에서 나와 바라나시나 아그라, 델리 등 대도시로 이동하려면 들어왔던 방법을 따라 잔시 역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만일 카주라호로 가길 원한다면, 잔시까지 갈 것 없이, 오르차 역에서 매일 출발하는 7시 25분 기차(27루피)를 이용하면 된다.
표를 미리 예약할 것도 없고, 그냥 시간 맞춰 오르차역으로 나가면 된다.
주의할 점은, 이 기차는 객차마다 각각 도착지가 다르기 때문에(유럽처럼, 나중에 차량이 분리되고 다른 기차와 합쳐져 서로 다른 목적지로 간다), 반드시 지정 객차에 타야 한다.
이때 역에 있는 현지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드시 물어보고 확인 후 승차할 것.
오르차역은 잔시 버스 스탠드 나가는 방향에 있으므로, 잔시 방향으로 나가는 쉐어 오토 릭샤(5~10루피)를 잡아 타면 된다.
6. 추가 정보
1) 잘가온 기차 역 부근 쇼핑몰(빅 바자르)
아잔타에서 잘가온으로 기차 타러 넘어올 때, 새벽 기차를 이용하게 되면 밤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이때 기차역 부근에 있는 빅 바자르에 들러 구경도 하고,
그 앞 잔디밭에 앉아 바람도 쐬고... 기차역에 답답하게 있는 것보다 낫다.
기차역 앞 도로를 따라 쭉 나오다 T자형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좀더 가면 된다.
(영업시간 10:00~ 20:00), 입구 클락룸에 큰 배낭도 맡길 수 있다(무료).
2) 오르차의 템블뷰 게스트하우스 연락처
전화 : 07680 252658 / 0942 533 9528
이메일 : mkushwaha49@gmail.com
*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있으면 여기서 일하는 인도청년인지(체크인 하는 것도 주인 아저씨 대신 하고...),
하여간 여기 머무는 손님한테만 특별 세일해서 50루피에 해준다고 한다.
해본 친구가 50루피에 할 만하다고 함.(정말 마사지 해주는 녀석이 열심히 하더라고.)
주의 : 절대 중국, 태국 맛사지처럼 꾺꾹 눌러주는 게 아님.
오일 같은 거 바르고 문질러서 기 순환시키는 방식임.
첫댓글 여행중에 잠깐씩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다들 행복하시길^^
처음 여행할 때와 비교해 보면, 이젠 정말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ㅋㅋ 템플뷰 우리가 같을때 애기가 태어난지 일주일됐는데 주인이 얼마나좋은지 막 안아보라고하던 기억이...오르차는 간즈빌리지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인데...
그러게요.. 저도 사진에서 봤는데, 엄청 멋지더라구요. 그래도 여자가 혼자 가긴 좀 무서워서.. ^^;;
아릿다운 젊은 사모님이 출산을 하셨군요..^^
그 사모님 정말 미인이시죠? 너무 아름다우시다고 하니까 수줍어서 쓰윽.. 들어가시더라구요. 아기도 넘 예뻐요.
전 그아이가 약 한살때쯤 갔었는데 "세종"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벌써 1년전이니 많이 컸겠네요...
오줌 많이 쌋었는데 ㅋ
근데 고 녀석 한번 안아보라고 하시길래 팔을 뻗었더니, 잉~ 울면서 아빠한테 다시 앵기던걸요. ㅋㅋ 주인 아저씨 너무 좋았어요~
인도여행중 가장 사랑했던 곳이 오르차인데... 다시한번 사진보면서 그때의 감동을 느끼니 감사하네요 ㅠ.ㅠ
글쵸... 정말 사랑스러운 곳... 또 가고 싶은 곳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