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 얘기를 남기는군요.
그동안 맨날 까페에는 들어와도 긴 이야기는 남기지 않았었는데, 원래 아시는 분들은 아시듯이 제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궁시렁 궁시렁 많은 분량의 글을 남기고 가쟎아요.. ^^;;;;
그간에 클라리넷에 대한 열정이 다했던 것은 아니었구, 그냥 글 남기기에는 다른 할일들도 있고, 너무 주절대는 것 같기도 해서 글을 안 남겼답니다....
여전히 클라리넷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변함없구요. 벌써 클라리넷을 구입한지 이제 한달이 지났네요(2002년 9월 16일날 샀답니다.. 기억해 뒀다가 기념해야 되겠어요 ^^;;;)
한달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물으신다면 좀 쑥스럽군요. 아직도 고만고만한 것 같아서...
마우스피스를 무는 자세(앙부쉬르라고 하죠?)는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졌고, 그건 아마도 복식호흡에 따른 것 같아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소리가 좀 불편하게 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밥먹고 클라리넷 불고 있으면(전 습관이 밥을 먹고 난 뒤에 여흥으로 악기를 부는 습관이 들었답니다. 담배피우는 사람들은 식후땡이라고 그러죠? 그처럼 말이에요 ^^;;;)
한 30분 불면 소화가 다 되어 버리는 것 같아요. 그만큼 힘이 든다는 걸까요? 아뭏튼 클라리넷을 불면서 식욕이 더 많이 늘었다는... ^^;;;
요즈음에는 운지에 대해서 보다 연구중인데요. 보다 어려운 곡을 연주하려면 악보를 보는 법과 운지가 빠르게 연결되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참 어렵군요. 클라리넷은 가온 C 가 중간에서부터 시작되니까... A음에서 B음으로 빠르게 연결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에는 클라리온 음역대(한 옥타브 위의 음정)의 소리들을 좋아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저음역대의 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음역에서의 소리가 음량이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 아쉽지만, 뭐 악기가 목관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으니까요.... 나중에 실력이 더 늘어서 목관으로 바꾼다면 소리가 더 낳아지겠죠...
오늘은 운지표를 보면서 약간의 연구를 했죠. 이전에 운지와 음계를 세어봤는데, "45음"에 "84개"의 운지가 있더군요. 많기도 하고 복잡도 하고 이걸 언제다 외워서 하나씩 음을 내보나 싶더군요. 물론 주로 쓰는 운지를 보통 많이 짚겠지만, 속주를 위해서는 교대운지도 운용할 줄 알아야 하겠기에 말이죠.....
그러면서 오늘은 클라리넷의 키를 세어보고, 관의 수를 세어봤죠.
책에 표시된 키의 숫자는 17개이던데, 그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어디에서 보니까 17키가 넘던 걸로 기억하는데, 종류가 다른 것인지... 관의 수는 7개, 그리고 그 외에 키에 달려있는 관의 수가 오른쪽 8개, 왼쪽 3개 더군요.. 앞으로 운지표를 외우면서 키의 이름도 자연스레 달달 외우게 될 것 같아요.
^^;;;;; 그러고보니 제가 초보라서 그렇지만, 다른 오래 전공자나 오래 하신 분들은 이미 이런 과정을 지나셨겠지요? 아직 클라리넷에 키가 몇개 달려있고 누를때마다 어떤 음이 나는지 연구를 안 해보신 분들이 혹시라도 계신다면 분발하셔야 하겠지요? 클라리넷을 사랑하신다는 님들께서 그렇게 무관심하다면 부끄럽지 않겠어요? ^^;;;;; 저는 그냥 제가 클라리넷을 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그렇다고 클라리넷을 껴안고 잠을 자지는 못하구요 ㅡㅡ;;;;;)매일 매일 클라리넷의 새로운 점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거랍니다. 초보라서 알고 도전해야 할 영역들이 많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참 별나죠?)
음, 그리고 그 외에도 악기를 청소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했었는데, 일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자기전에 클라리넷을 닦으면서 말이죠.. 피곤한데 닦아서 케이스에 집어넣기가 귀챦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텅잉이라도 연습한 날이면 클라리넷관안에 흥건한 물? ^^;;; 닦으면서 목관이 아니고 에보나이트라 습기에 강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목관이었다면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끝장이겠죠. 연습용이라고 플라스틱인게 음질은 좀 떨어져도 어디든 가지고 다니기 편해서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 목관을 사더라도 저처럼 항상 들고 다니면서 불기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는 에보나이트를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연주때만 목관을 아껴서 불어야 겠다는 생각이에요.. 나중에 목관을 가지게 될때를 대비해서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닦고 있죠.. ^^
연습장소와 시간의 문제상 항상 클라리넷을 불고 싶다면 언제든지 꺼내서 척 하고 불었으면 좋겠는데, 클라리넷은 항상 분리해서 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니 말이죠. 본체를 조립해서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는 케이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해요. 적어도 마우스피스만 끼우면 바로 불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케이스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으니, 뭐 키의 손상을 생각해서라도 케이스는 안정성 있는게 좋겠죠..
그러다보니 저는 클라리넷을 조립해서 들고 다니는 일이 많아졌답니다. 물론 길거리에서 불기 위해서죠. 길을 걸으면서도 클라리넷을 불어대는 저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ㅡㅡ;;;;;
제가 주로 다니는 길목의 상가 사람들은 절 모르는 사람이 없더군요. 가끔 빈손으로 지나가면 오늘은 피리 안 부냐고들 그러시고, 언젠가 빵집에 들어갔는데, 아저씨가 하시는 말이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가 팬이라고 빵집지나갈 때는 더 오래 좀 불어달라고 그러시더군요..(쩝 ㅡㅡ;;;;;)
저는 다만 클라리넷을 연습할 시간과 장소가 부족해서 그렇게 길에서라도 부는 건데.. 솔직히 하루중에 제대로 클라리넷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실내에서 연습할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공원이나 건대 켐퍼스를 찾아가서 부는 정도가 고작인데...
하루라도 악기소리를 듣지 않으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죠. 집에서 나올때마다 가방에는 무언가 하나씩의 악기를 지녀야 하죠. 그나마 오카리나는 작고 휴대하기가 간편하니까 좋은데, 클라리넷은 케이스며,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또 소리를 내려면 조립했다가 분리했다가... 참 까다롭죠..
그러다보니 그냥 클라리넷, 조립해서 들고 댕깁니다. 그러다가 불고 싶으면 부는 거죠. 길거리에서는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니까 괜챦습니다. 오랫동안 서 있을 것도 아니니까 누가 시끄럽다고 그럴 염려도 없고,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릴 때는 조금 조심스럽지만(공익이 뭐라 그럴까봐서)그래도 지하철 들어올때 신나게 불어댑니다.(소리가 묻히니까 상관없쟎아요.. ^^;;;;)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신기한 사람 다 있구나 그러겠지만, 제 사정이 그렇게 되어 버린 걸 어쩐답니까? 나중에 무대에 설때 철면피가 도움이 되기도 하겠거니 생각합니다.. ^^V
쓰다보니 또 무지 긴 글을 벌써 한시간째 쓰고 있는데, 한 가지만 더 이야기를 하면요.. 요즈음 들어서 클래식을 공부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클라리넷 연주를 들어보고 동영상으로 보면서 자세나 좋은 소리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겠다는 목마름에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클래식 감상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클래식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없으니, 이게 무슨곡인지 또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 제대로 평가할 지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클래식에 대한 책 한권을 사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클라리넷에 대한 클래식 여러곡중에서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모르던 것이 여러번 듣다보니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는게...
한 열댓번은 들은 것 같아요. 모 교수님 사이트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으로도 여러번 보고, 그리고 이곳에서 악보를 찾아내서 프린트했거든요. 불어보고 싶었는데, 쩝, 아직 너무 어렵군요.. 제일 좋아하는 2 악장의 처음부분 조금 불어보고 말았을 거에요.. 그래도 좋더군요... 좋아하는 음악을 내가 직접 소리내어 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비록 아직은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말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즐거움때문에 악기때문에 어렵고 힘든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클라리넷을 불다가 입술속이 다 헐고 피가 난다고 해도, 또 오른손 엄지의 통증때문에 손목까지 저린다고 해도, 파스를 붙여가면서라도 입술을 깨물어가면서라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
아직은 연주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솜씨이지만 즐겨 연습하는 곡이, 미션의 "Gabriel's oboe"나 시네마 천국의 주제가(제목이 뭐였드라? 토토의 테마인가 그런데..)가 있습니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영화를 통애서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가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진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서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불고 있습니다. 그 외에 클래식 곡중에서 잘 아는 "G 선상의 아리아"나 엘가의 "사랑의 인사" 정도는 오카리나가지고도 불어봤으니까 조금만 더 연습하면 비슷하게?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
아뭏튼, 클라리넷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 아무쪼록 건강하시구요.(감기는 절대 걸리지 마시구, 담배같은 나쁜 건 가까이도 하지 마시구요.. 클라리넷을 위해서라도..)
클라리넷을 통해서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 시간들 되시기를 바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