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꿈꾸어 오던 외연도(外煙島) 트레킹을 드디어 댕겨왔다
대천항에서 53km 떨어져 있어 뱃길로만 꼬박 한 시간 반을 헤쳐 나가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척에 도달하기까지 외연도는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신비함에 싸여 있다.
20만평의 크지 않은 섬이지만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세 개의 산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출연, CNN 선정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섬’에 뽑히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섬이다
대천항에서 출항
전주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여 07:30에 대천항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휴일을 맞이하여 여객터미널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김밥과 우유 등 간편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08:00시에 출항하는 웨스트프론티어호에 승선하였다
호도(狐島)
대천을 출항한지 약 1시간 만에 첫번째 기항지 호도에 도착하였다
호도는 지형이 여우처럼 생겼다 하여 여우섬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바람에 여객선은 텅텅 비어버렸다
녹도(鹿島)
호도를 출발한지 10여분 만에 두번째 기항지 녹도에 도착하였다
섬의 생김새가 사슴을 닮은 데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사슴이 서쪽을 바라보고 엎드려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주변 연안 일대는 봄, 여름에는 제주 난류가 북상하여 까나리, 새우, 멸치잡이가 성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1.5km에 달하는 드넓은 백사장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언젠가는 한번 가보아야겠다고 점찍어 두었다
외연도
황해 가운데 멀리 떨어져서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한 섬이라 하여 외연도라 부르게 되었다
섬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외연도는 날씨가 좋아야 자기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섬이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고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10가지 보물섬
외연도는 일명 ‘10가지 보물섬’으로 불린다.
10가지란 안개, 하늘, 태양, 바다, 몽돌, 바위, 무인도, 상록수림, 풍어당제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보물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이곳도 아이들이 매우 귀한가 보다
외연도에 내리다
대천항을 출항한지 약 1시간 40분 만에 드디어 외연도에 도착하였다
뱃길이 워낙 멀어서 배멀미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잔잔한 바다가 도와주었다
외연도에는 우리 일행과 대여섯명의 야영객, 그리고 몇몇의 낚시꾼들이 내렸다
봉화산을 향하여
우리는 곧바로 외연도의 최고봉 봉화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마을의 집들은 비교적 깨끗하였으며, 많은 집들이 민박 간판을 달고 있었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마을은 한산하여서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등산의 시작점
외연도에 접어들면 바다로부터 솟아오른 세 개의 산을 만날 수 있다.
동쪽 끝에 위치한 것이 봉화산(279m), 중간이 당산(73m)이고, 서쪽 끝에 위치한 산이 망재산(171m)이다
바다와 인접한 삼거리에 친절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덥더, 더워
지독한 폭염으로 인하여 온몸에 땀을 뒤집어 썼다
그렇지만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과 들꽃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
외연도는 주변의 무인도인 오도, 횡견도, 수도, 중청도, 대청도 등과 함께 외연열도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한 사람이
떠나버리고 난 뒤
무인도가 되어버린 섬처럼
내 마음의 집에도
불 꺼진지 오래 되었다
소리쳐 불러도
소리의 끝을 따라
파도소리만 밀려왔다
너도 망망한 바다 끝 외딴 섬에서
한 마장쯤 떨어진
그런 섬처럼 있어본 적 있느냐.........................................................도종환 <무인도> 전문
봉수대터
정상에는 외연도의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지난 2005년 6월 8일, 320년 만에 고려와 조선시대에 국난을 알리던 외연도와 어청도 봉화를 재현하였다.
외연도 봉화는 고려 의종 3년(1149년)에 금과 남송의 침입을 서울로 알리기 위해 처음 축조됐던 것이다
봉화산 정상(279m)
봉화산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돌무더기를 쌓아서 탑으로 정상임을 알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젖은 옷을 말리며 우리가 만들어 가지고 간 쑥개떡으로 원기를 보충하였다
참나리꽃
외연도에는 참나리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마 새들이 꽃의 씨앗을 따먹고 여기저기 배설하여 퍼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철새들이 한국과 중국 본토의 중간기착지로 외연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명금해변
타조알처럼 생긴 큼직한 몽돌이 펼쳐져 있고, 워낙 물이 맑아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깨끗하다.
해가 질 때 돌들이 금색으로 빛나기 때문에 명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외연도의 대표적인 해변인데 사실 외연도는 섬이라고 하지만 번듯한 해수욕장 하나 없다.
몽돌해변은 외연도에도 있지만 돌멩이 크기가 커 해수욕장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매바위
명금해변에서 고라금 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뚝 솟은 매바위가 보인다
매처럼 생겼거나 매가 서로 바라보는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바위 주변에는 병풍바위, 여인바위, 상투바위 등이 있다고 하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두 손을
한가운데에
모으고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을 묵상하는
저 섬은........................................................................................................문태준 <섬> 전문
당산으로 가는 길
길은 잘 닦여 있으며 바다와 숲은 걷는 이의 호흡과 시선에 일치한다
그렇게 높은 당산은 아니지만 당산을 한 바퀴 돌게끔 나무로 산책로를 만들어둔 것이다.
옛 섬사람들이 봉화산에서 마을까지 땔감을 나르던 길을 잘 다듬어 '지게길'을 만들었다.
전횡장군 사당
이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가 직진하면 전횡장군사당이 나온다.
옛날 중국 제나라 왕의 동생인 전횡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전횡 장군은 제나라가 망하자 자신을 따르는 500여 명의 군사와 함께 도망가다 외연도에 상륙하여 정착하게 된다.
지금도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주민이 모여 풍어와 안전을 위해 당제를 지내고 있다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136호)
외연도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상록수림은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숲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각종 수목들이 빼곡하다.
상록수림이 수세기 이상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이유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숲에서 1년에 한 차례씩 당산제를 지내므로 평상시에는 신령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해 온 점도 있다.
외연초등학교
외연초등학교는 여느 섬의 학교처럼 낡고 초라하지 않았다
깔끔한 외양과 컬러풀한 색채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였다
외연도의 10가지 보물 중에 '어린이'가 들어간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추억식당
봉화산과 당산 트레킹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추억식당에 들어섰다
외연도의 터줏대감인 노부부가 아구탕을 맛깔스럽게 끓여 내오셨다
에어컨은 틀었지만 실내온도가 31도까지 오르는 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정자에서의 휴식
마을의 한가운데 선착장 앞에 아담한 정자가 지어져 있었다
정자에 홀로 쓸쓸하게 앉아계시는 할머니께 말을 붙여 보았다
젊었을 때 사연이 있어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 들어와 평생을 혼자 살았다고 하신다
젊은 시절이 후회된다는 할머니의 쓸쓸한 회한이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다
외연도 등대
휴식을 마치고 망재산 등산을 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망재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하얀 등대를 지나치지 못하고 올라갔다
등대 앞에 널어놓은 그물에서 짭쪼롬한 갯내음이 풍겨나와 코를 자극하였다
망재산 가는 길
봉화산과는 달리 망재산은 거칠고 투박한 자연미를 가지고 있었다
들머리부터 경사가 급하여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시누대로 이루어진 터널이 신비롬고 묘한 즐거움을 주었다
일출전망대
등산로에서 벗어나 10여 미터를 해변쪽으로 갔더니 일출전망대가 있었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얼마나 장엄하고 신비로울까?
외연도의 자연은 육지와 가까운 섬과는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안개는 깊고, 그것이 걷힌 하늘과 태양과 바다는 더욱 진하고 또 선명하다.
망재산 정상(171m)
외연도 제2봉우리로서 외연도항과 상록수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포인트다.
장엄한 모습을 간직한 망재산은 벌과 뱀을 만날 수 있어 외연도에서 산행하기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외연의 광활한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여행객들을 발길을 끄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마을의 전경
정상에 서니 오전에 올랐던 봉화산이 보이고, 단 하나로 이루어진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섬이 워낙 작기 때문에 농토는 거의 없고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옛날엔 산비탈을 힘겹게 개간하여 밭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마을 일부만 제외하고 농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고래조지
망재산 암벽의 끝에 바다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누런색을 띠고 있는 바위를 말한다
바위가 고래의 생식기를 닮았다 하여 이렇게 민망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바다로 떨어지는 바위 끝에서부터 고래조지가 시작되는데 이 바위 전체를 보려면 따로 배를 타야만 한다
고래조지의 모습
사진은 보령시청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바다로 흘러내린 거대한 바위 줄기가 정말로 고래의 거시기를 닮았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유쾌한 해학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가며 살았다
고라금
다섯 개의 해수욕장 중에 풍광이 좋은 곳은 고라금이다.
왼쪽으로는 무인도인 대청도와 중청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상투바위가 섬의 풍경을 한층 절묘하게 만든다.
이처럼 고라금은 해변 양쪽에 기암절벽을 가지고 있어서 풍광을 즐기기에 좋다.
섬 안쪽으로 파고 들어온 지형에는 ‘금’자가, 바다 쪽으로 튀어나간 곳엔 ‘배’자가 붙는다.
해수담수화시설
대부분의 섬들은 식수 때문에 생활의 불편이 많다
외연도에는 이렇게 훌륭한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어서 물걱정 없이 살고 있다
점심 식사 하면서 먹은 물맛은 일반 샘물보다 훨씬 맛있고 깔끔하였다
맥주의 새로운 발견
망재산을 오르면서 어찌나 많은 땀을 흘렸던지 기진맥진이다
마을 슈퍼에서 2천원씩 하는 캔맥주를 사서 단숨에 마셨더니 갈증이 싸악 가셨다
산행 후에 마시는 캔맥주가 가장 맛있고 행복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외연도를 떠나다
마을을 구경하면서 남은 시간을 탕진하였다
외연도를 구석구석 빠짐없이 보려면 일정을 최소한 1박2일은 잡아야할 것 같다
오후 4시에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외연도를 떠나왔다
중간에 요란한 소나기를 만나서 날씨가 돌변할까봐 저으기 걱정하였지만 무사히 대천항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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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가볼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