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ie Fantastique Op.14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Hector Berlioz, 1803-1869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은 1830년 완성된 그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교향곡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이다. 환상교향곡의 성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세익스피어 극단의 미모의 여배우이고, 둘째로는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배운 것이며, 셋째로는 괴테의 파우스트이다. 먼저 여배우에 관해서는 베를리오즈가 이 곡을 구상하는 서문에서 “병적일 정도의 감수성과 불같은 상상력을 지닌 젊은 음악가가 정염의 절망이라는 구덩이에 빠져 스스로를 파괴한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는 아픈 사랑이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정염의 절망’이라는 것은 세익스피어 극단의 ‘해리엇 스미드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음으로 베를리오즈는 환상교향곡을 만들기 전 베토벤의 작품을 연구하였고, 9개의 교향곡에 대한 평을 쓰기도 한 베토벤 숭배자였다. 그는 이 곡을 만들 때,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로부터 표제적 성격의 내러티브를 도입하였고, 악장 구성은 전원교향곡의 5개 악장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베토벤 전문가다운 면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악장의 <마녀의 밤, 축제의 꿈>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제재를 가져온 것이다. 넋을 빼앗긴 사랑 베를리오즈는 환상교향곡을 만들기 전, ‘로마 대상’을 목표로 작곡에 전념하던 24살의 새내기 음악가였다. 그는 1827년, 공연차 파리에 온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해리엣 스미드슨’을 보고 첫눈에 그녀에게 넋을 빼앗긴 나머지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수많은 편지를 보내고 사람을 시켜 만나기를 애원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가 무명의 새내기 작곡가를 만나주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친 듯 그녀에게 매달린 베를리오즈는 1828년, 스미드슨의 관심을 사보려고 연주회를 열어 그녀를 초청했으나 이마저도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말았다. 실연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 베를리오즈는 죽음을 생각하는 지경에 도달하였고, 당시 살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아편을 다량 복용하여 실제로 환각상태에 빠지고 만다. 환상교향곡은 베를리오즈가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곡이다. 고정악상을 만들다 따라서 이 곡은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픈 마음의 심로를 따라, 그 고뇌를 음악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고정된 관념을 나타내는 선율’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작곡기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것은 ‘고정악상’이라는 것인데, 고정악상이라는 것은 악곡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나올 때, 일정한 선율을 만들어 각 악장의 적소에 배치하고, 거기에 맞는 리듬과 악기를 사용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환상교향곡에서는 중심이 되는 테마를 유지(환상 속의 연인은 언제나 일정한 선율을 유지한다)하면서 전 악장에서 분위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독특한 기법이다. 모방과 답습을 통해 계승된 낭만음악의 선구 이 고정된 관념의 선율인 이른바 ‘고정 악상’은 훗날 리스트가 주요한 테마를 동기로 사용하는 작곡법으로 이어졌고, 바그너는 ‘지도 동기’라는 형식으로 이를 답습하였다. 또한 이러한 작곡기법은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악기의 사용으로 이어져 낭만주의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이 작곡기법은 서양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작곡법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변형된 편성 편성은 변형 3관 편성으로 내러티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수한 관악기를 사용하고, 필요한 관악기는 숫자를 늘렸으며, 팀파니는 두 대를 사용하고 그것도 3악장에서는 연주자를 4명이 연주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타악기를 사용하였고, 지입 악기로 2대의 하프와 튜블러 벨이 동원되어 분위기를 더욱 환상으로 몰아감으로써 그의 정열적인 로맨티시즘을 잘 나타날 수 있도록 하였다. 초연은 1830년 12월 5일 파리 음악원 홀에서 프랑스와 아브네크(1781-1849)의 지휘로 연주되었으며, 출판된 악보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에게 헌정되었다.
DR Symfoni Orkestret Rafael Frühbeck de Burgos
1st Largo - Allegro agitato e appassionato assai <Reveries, Passions>
제1악장은 <꿈과 정열>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가는 아직 연인을 만나지 못했다. 불안과 동경이 교차하지만, 이윽고 염원하던 연인을 발견한다. 목관이 불안에 사로잡힌 듯 동기를 연주하면서 장엄한 서주를 도입한다. 주부에 들어가면 극히 짧은 도입 뒤, 플룻과 바이올린의 유니즌이 연인을 나타내는 '고정 악상'을 제시한다. 이 환상 속의 연인은 언제나 일정한 선율을 유지한다. 곡은 이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저음현으로 제2주제의 단편을 반복한 후 전개부에 들어간다. 재현부는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이 차례로 고정 악상을 연주하면서 자유롭고 열광적인 코다로 이어져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나서 조용히 마친다.
2nd Allegro non troppo <Un bal>
제2악장은 <무도회>라는 이름이다. 무도회에서 예술가는 또다시 연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애잔한 현의 트레몰로와 하프의 아르페지오, 왈츠의 리듬이 화려하게 전개되어 무도회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플룻과 오보에가 고정 악상의 변형을 연주하고 연인이 춤을 추는 무도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이어 클라리넷이 한 번 더 고정 악상을 연주하는데 코다의 떠들석한 무도회가 또다시 환상의 연인을 그리고 예술가의 고독은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악장이다.
3rd Adagio <Scene aux champs>
제3악장은 <들의 풍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젊은 예술가가 아름다운 경치를 쫓아 시골로 내려간다. 연인에의 희망이 그의 마음에 있지만 그러나 문득 그녀가 배신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여기서 두 명의 목동이 양을 모는 모습을 그리는데, ‘잉글리시 호른’과 ‘오보에’가 이 광경을 묘사한다. 베를리오즈는 여기서 두 명의 목동을 묘사할 때, 오보이스트를 무대보다 높은 곳에 위치시켜 소리의 위상차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무대음악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아이디어로 아주 목가적인 전원풍경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연인에 대한 불안은 늘어가고 또다시 중심 선율이 연주된 뒤, 잉글리시 호른이 팀파니가 연주하는 먼 천둥소리에 방해를 받아 희미하게 들린다. 이때 목동의 피리소리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무려 네 명의 팀파니 주자가 이 부분을 연주한다.
4th Allegro non troppo <Marche au supplice>
제4악장은 <단두대로의 행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질투에 미친 젊은 예술가는 꿈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죽이고 단두대로 향한다. 약음화된 호른과 팀파니의 연타가 높아지면 저현의 유니즌이 무거운 발걸음의 주제를 연주한다. 곡은 여기서 ‘왜 죽였을까’에 대한 물음은 역설적이게도 행진곡 풍으로 나와 의외의 전개이다. 행진곡에 이어 현의 피치카토를 수반한 바순의 악상이 따라간다. 급격히 고조된 곡상은 악마의 개선처럼 당당한 주제가 총주로 반복된다. 이렇게 두 주제가 타악기의 연타에 이어 악상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마지막에 클라리넷이 일순간 연인을 회상하지만, 후반은 총주로 단두대의 칼날이 젊은 예술가의 목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묘사하며 난폭하게 마친다.
5th Larghetto- Allegro <Songe d'une nuit du sabbat - Ronde du sabbat>
제5악장은 <마녀의 밤 축제의 꿈>이다. 이른바 ‘마녀의 론도’가 중심이 되는 악장으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부분이다. 예술가의 장례식에는 요괴와 마녀들이 환성을 지르고 있다. 먼저 현으로 무서운 음형이 시작된다. 마녀들의 축제를 묘사한 도입부에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은 각각 세 파트로 나뉘고, 비올라는 두 파트로 분할되고 있어, 통상 5성부로 나뉘는 현악기군의 성부가 무려 10성부로 분할되어 두터운 음향 층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한밤중의 스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나타낸다. 젊은 예술가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가 무서운 악마들 틈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기괴한 소음은 지옥의 광란으로 그로테스크한 무도풍의 멜로디가 이른바 ‘고정악상’을 만들고 이후 단두대에서 죽은 자신이 매장 당하는 광경을 본다. 그리고 예전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기품 있던 여인이 창녀로 나타나 자신을 비웃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어지는 곡은 종소리를 신호로 2대의 바순과 튜바가 그레고리오 성가 ‘분노의 날’에서 취한 부분을 연주한다. 이 부분의 악상은 ‘마녀들의 춤’과 ‘진노의 날’이 교차로 나타나면서 다시 론도로 현악파트를 연주하는데, 이는 ‘진노의 날’의 우스꽝스런 노래이다. 곡상은 다시 분노의 날이 변형되어 발전하면서 현악기의 론도 주제와 관악기의 분노의 날이 교차되는 가운데 곡은 처절한 고조를 보여주고 뼈가 맞부딪치는 소리를 묘사하는 현의 콜레뇨 주법을 거쳐 강렬하게 전곡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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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은 미술이나 문학과는 달리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작곡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는지
한번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몇번 듣는 동안
이루지 못한 사랑에 가슴을 앓던 예술가가
꿈속에.. 현실속에..
예술가의 사랑이 그대로 나타나는
내용을 담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은 듣고, 음악은 본다>는 이야기는
미학의 관점을 의미있게 바라본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좋은 음악,
그것은 대상이 무엇이든 '사랑'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