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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ED A TOY BRIDE
1. 밤
장난감신부살결에서 이따금 우유내음새가 나기도 한다.
머지아니하여 아기를낳으려나보다.
촛불을끄고 나는 장난감신부귀에대이고 꾸지람처럼 속삭여본다.
"그대는 꼭 갓난아이와 같다."고......
장난감신부는 어둔데도 성을 내이고대답한다.
"목장까지 산보갔다왔답니다."
장난감신부는 낮에 색색이풍경을암송해가지고온것인지도 모른다.
내수첩처럼 내가슴안에서 따근따근하다.
이렇게 영양분내를 코로맡기만하니까 나는 자꾸 수척해간다.
2 밤
장난감신부에게 내가 바늘을주면 장난감신부는 아무것이나 막 찌른다.
달력, 시집, 시계, 또 내몸 내 경험이들어앉아있음직한곳.
이것은 장난감신부마음속에 가시가 돋아있는증거다.
즉 장미꽃처럼......
내 거벼운무장에서 피가좀난다.
나는 이 상채기를고치기 위하여 날만어두면 어둠속에서 싱싱한밀감을먹는다.
몸에 반비밖에가지지않은 장난감신부는 어둠을 커튼열듯하면서 나를찾는다.
얼른 나는 들킨다.
빈지가살에닿는것을 나는 바늘로잘못알고 아파한다ㅏ.
촛불을켜고 장난감신부가 밀감을찾는다.
나는 아파하지않고 모른체한다.
아래는 원문입니다.
박상순의 시 해설을 옮깁니다.
아주 길게 늘어졌네요.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는 뜻으로 이상이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시이다.
국내 최초의 초현실주의 문학동인지 <三四文學>5호, 1936년 10월에 실렸다.
1934년에 출발했기에 34문학이라고 했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이상은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삼사문학 그룹과 어울렸고
이 시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삼사문학의 동인으로 합류했다.
이 동인지 5호는 일본 도교에서 편집했고,
표지는 프랑스어로 'La Iitterature des TROIS QUATRE'라고 표기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 시의 제목을 영어로 썼다.
밀감은 감귤 또는 귤이다.
우유는 1908년 전후 서양의 젖소를 들여오면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서울역 외곽에 스무 마리의 젖소로 목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우유 냄새는 고급 식품이었다.
'장난감 신부'는 제 몸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목장에서 묻어온 것이라고 말하지만
스스로 우유 냄새를 생산하는 존재이다.
장난감 신부는 여러 가지 색깔의 풍경을 외워 가지고 온다.
이상은 소설 [동해]에서 "나는 울창한 삼림 속을 진종일 헤매고
끝끝내 한 나무의 인상(印象)을 훔쳐 오지 못한 환각의 사람이다.
무수한 표정의 말뚝이 공동묘지처럼 내게는 똑같아 보이기만 하니"라고 썼다.
그런데 장난감 신부는 무수한 표정의 세계를 본다.
장난감 신부이니, 그녀가 뾰족한 가시로 찌른다 해도 심하게 아프지는 않을 듯하다.
이상의 시에서 거친 분위기와 어둠은 혼탁한 시대의 역사이다.
개인의 질병이나 어둠이 아니다.
이상의 큰아버지 집에 하숙하면서 18세 무렵부터 이상과 함께 지냈던 친구인 화가 문종혁은
이상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스므 살에 접어들자 상은 입버릇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을 해야 할까 봐."
이 말은 화가를 꿈꾸던 그의 내부에 결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했다.
(......) 그는 우울해 있고 고독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의 우울은 밀도가 그다지 짙지 않았고,
오히려 우수 또는 애수라는 어휘가 더 적당해 보인다.
10년 교우 동안 나는 상이 남과 언성을 높여 다투거나 눈에 노기를 띠는 것을 본 일이 없다.
파리 한 마리 때려 죽이거나 돌멩이 하나 발길로 차는 모습도 못 보았다.
- 이상시 전작집 1978년에서-
오늘은 여기서 멈춥니다.
내일 이 곳에서 계속 될 것입니다.
계속됩니다.
이상은 소설 [동해]에 [I WED A TOY BRIDE]와 같은 소재를 다음과 같이 썼다.
임이가 돌아오니까 몸에서 우유 내가 난다.
나는 서서히 내 활력을 정리하여 가면서 임이에게 주의한다.
똑 갓난아기 같아서 썩 좋다.
'목장까지 갔다 왔지요.' '그래서?'
카스텔라와 산양유(山羊乳)를 책보에 싸 가지고 왔다.
집시족 아침 같다.
소설을 읽으면 이야기의 전개(사건)나 인물(성격)이 분명하게 보이지만
시로 읽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시적으로 드러난 대상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나 어떤 대단한 목적 같은 것은 없는
일상 사진과도 같다.
소설에서는 '귤'에 대해서도 묘사를 더했다.
귤을 칼로 깎는 장면이 나오는데, 귤보다 크고 향이 진한 하귤(여름 귤)이다.
시에서는 귤을 무심코 던져 놓은 듯 어둠 속에 놓았다.
소설과는 달리 이상은 시의 특성은 분명히 살려 압축했다.
시에서 바늘로 찌르는 장면은 소설에는 없다.
그래서 장난감 신부, 밀감, 바늘 등 소소한 것들은
개별적 효과를 더 드러내는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punctum)이 되면서
읽는 이의 시선을 찌른다.
달력, 시계, 시집을 찌르는 바늘은 비현실적이지만
서서히 이어진 산문적인 전개 때문에 과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점진적 변화를 통해 일상의 자리에 놓인다.
일상의 영역으로 전환되어 사실성을 확보한다.
그래서 푼트툼의 효과는 예리하다.
푼크툼은 의적인 계획이나 작위성을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이다.
고급 사치품이었던 시계는 1930년대 전후에 보급되었다.
신문에 시계 광고가 늘어났고 공공장소에도 설치되었다.
일상품인 동시에 느슨했던 과거 시간에서 한 점 시각으로의 세분화이다.
그 옆에 우연히 시집이 있다.
정시용의 시 [무서운 시계]의 시계 소리는 때로 무섭지만
이 시에서 시계는 그저 만만한 일상품이다.
반지는 결혼의 징표이고 구속이지만 바늘처럼 느껴지니 불일치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의 결합이기도 하다.
[지비]의 반지가 징표나 구속이라면,
이 시의 반지는 '인간의 한계를 결합시키는 감각'의 바늘이다.
같은 소재를 활용한 소설이, 목적성이 강한 기호인 스투디움(studium)을 가진
서술적인 근대를 보여 준다면, 시는 일상 환경을 동반하고 자유의 공간으로 건너온다.
장난감 신부는 자유롭다.
그녀의 산책에는 캐물어야 할 이유도 없다.
산책은 루소의 말처럼 "고독한 몽상의 시간, 내가 완전히 나 자신이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여성을 장난감으로 비하했다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상이 자신의 인생 최후의 무대에 올린 발레극의 멋진 발레리나아고 생각하자.
장난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던 옛사람드르이 근엄한 생각을 지우고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놀이하는 인간이 비록 사회문화적으로도 게임을 만들어 권력도 놀이화하면서 권력 때문에
함몰되더라도, 장난감 신부는 가시 돋우며 삶의 율동을 찾을 것이다.
세상을 향한 바늘과 율동을 함께 간직할 것이다.
소설 [12월 12일]에서 이상은, 운명이 자신의 앞길에 놓인 장난감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살 길 없는 죽음', 곧 '유희'가 없다는 것은 죽음이라고 썼다.
그렇게 본다면, 이 시의 장난감 신부는 시련인 동시에 삶의 율동이다.
바늘은 뒤어 준 것이니 수동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신부(bride)라는 19세기적 관습 때문이ㅏ.
이런 신부라면 스스로, 그리고 함께, 과거의 역활도 새롭게 바꿀 것이다.
장난감 신부는, 긍정적 욕망인 에로스지만 천사는 아니다.
향기를 지녔지만 상처를 줄 것이고, 경계심을 갖게 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자유는 특별하다.
아무것이나 막 찌르듯이 그녀는 가시 돋친 자유의 보행 동선(walking line)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동선은 계획이나 설계로 통제하는 폭력적 건축 공간의 동선이 아니다.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모듈화하여 집은 '삶을 위한 기계'라며
그 기계 속에 인간을 마구 때려 넣는 폭력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에게는
그녀가 진짜 장난감 인형에 불과할 것이다.
-오늘 새벽은 여기까지만...오늘 중으로 끝낼 것입니다.-
이어집니다.
참 지루하지요?
참 지독하지요?
보는 이도 거의 없을텐데...
알고 있습니다.
위 모든 상황을...
자, 이어집니다.
아파트라는 기계를 맨 처음 만든 르 코르뷔지에의 주상복합아파트 같은 폭력적 공간은
장난감 신부의 동선이 아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를 제국주의 권력으로 획일화하는 도시계획도 수행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역사를 밀어 버리면서 제국주의적 편의성으로 서울을 개조한
시가지 계획과 같다.
근대성을 이식했지만 기계적 보편화, 획일화의 그늘에 있다.
그렇게 설계된 건축은 폭력이다.
근대의 원리적 구조를 생각하는 이상의 소설에는, 계획적 설계 공간과의 피할 수 없는 불화가 있다.
미로처럼 얼기설기 이어지는 뒷골목, 어쩌다가 생긴 작은 공터가 장난감 신부의 동선일 것이다.
어쩌면 이제 그녀의 동선에도 아파트가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장난감 신부는 '어둠을 커튼 열듯' 자유의 동선을 다시 열것이다.
피지스, '살결'과 '살'이라는 말이 등장한 유일한 시
이상은 최후의 작품으로 장난감 신부를 남겼다.
이 시에서 시간은 밤의 연속이지만, 그녀가 이상의 대표작들을 데리고 20세기를 건너왔다.
[I WED A TOY BRIDE]는 이상이 발표한 모든 시 가운데, 몸을 감싸는 것에 불과한
'피부'라는 건축적 외피가 아닌 보다 육체적인 '살결'과 '살'이라는 낱말이 시에서 등장한
유일한 작품이다.(소설을 제외하면, 비슷한 모티브를 다룬 미발표 원고인 '실낙원', 수필로
발표했던 [산채그이 가을]에만 있다).
[이런 시], [오감도 14호]에 등장하는 '돌'이 마침내 육제를 가진 것 같다.
생전에 이상은 시집을 출간하지도 못했다.
소설과 수필을 포함한 그의 문학 작품 전체에서 '시집'이라는 말도 이 시에서만 등장한다.
장난감 신부 앞에 놓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 '모른 체'한다.
기능주의에서 벗어나고 근대의 몽상적 산책에서도 벗어난다.
고독한 그 말(모른체)을 통해 이 시는 마침내 현재화한다.
장난감 신부는 기계적 이성주의가 숨겨 버린 '스스로 피어나는, 피지스(physis)이다.
근대의 통제 권력인 달력이나 시계를 넘어서고, '존재의 깁(언어)'인 시집까지도 찌른다.
장난감 신부와의 결혼은 '세상을 세상화'하는 춤, 존재론적 공간의 거울놀이(하이데거)이다.
이상은 피지스를 묶어 두려고, 장난감, 신부, 아내라는 이름의 가건물을 설계하고
바늘도 내어주는 듯하지만, 바늘은 피지스가 스스로 만들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이상은 거눙ㄹ놀이에 머물고 피지스는 스스로, 안팎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가시에 찔리는 접촉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시에서 밤은 이성적인 시각이나 공간 구조도 허물며 모든 감각들이 살아나는 접촉,
결혼의 시간이다.
초현실주의와 마네킹
[I WED A TOY BRIDE]의 장난감은 초현실주의 모티브로서의 마네킹의 일종이다.
움직이는 태엽인형(automate, handrollde doll)을 바탕으로 한다.
피노키오 같은 나무인형이나 솜을 넣은 헝겁인형이
근대에 오면서 기계적 변화를 일으켜 태엽인형이 등장했고 19세기에 유행햇다.
이상은 산문 [슬픈 이야기]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사람이 불현듯 그리워지나 봅니다.
내 곁에는 내 여인이 그저 벙어리처럼 서 잇는 채입니다.
나는 가만히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면 참 희고도 애처롭습니다.
이렇게 어둠침침한 밤에 몸시계처럼 맑고도 깨끗합니다.
여인은 그전에 월광 아래 오래오래 놀던 세월이 있었나 봅니다.
아, 저런 얼굴에. 그러나 입 맞출 자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입 맞출 자리란 말하자면 얼굴 중에서도 정히 아무것도 아닌 자그마한 빈 터전이어야만 합니다.
그렇건만 이 여인의 얼굴에는
나는 이 태엽을 감아도 소리 안 나는 여인을 가만히 가져다가 내 마음에다 놓아두는 중입니다.
(......) 이 여인은 내 마음의 잃어버린 제목입니다.(......) 내 마음 잠깐 걸어 두는 한 개 못입니다.
태엽 감는 인형을 사람처럼 표현한 글이다.
초현실주의(surrealisme)라는 용어의 발명자는 시인 아폴리네르이다.
그는 또 시에서의 마네킹 모티브 발명자이기도 하다.
마네킹은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코올](1918)에 실린 [랜더로드의 이민]과
[죽음의 집] 2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시집으로는 나중에 나왔지만 1902~1905년에 이 시들을 썼다.
처음에는 옷가게의 마네킹이었다가
시집 [칼리그램](1918)의 [생메리의 악사]에서 '눈도 코도 귀도 없는 사람'이면서
거리의 플루트 연주자로 변신해 초현실적 모티브가 되엇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키리코 형제는 1911~1915년에 회화 작품으로 초현실적 마네킹을 처음 그렸다.
키리코의 동생 알베르토(Alberto Savinio)는 화가, 작곡가였다.
아폴리네르와 키리코 형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이어서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선언](1924)에서
"경이로움은 어느 시대나 똑같은 것이 아니다.
경이로움은 막연하게 나타나는 어떤 보편적 계시로,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은 단지 세부 사항뿐이다.
그것은 낭만적 폐허, 근대적 마네킹 또는 인간의 감수성을 흔들기에 적합한 상징들이다."고
마네킹을 이야기했다.
아폴리네르의 플루트 연자자처럼, 키리코 형제 그림의 마네킹도 옷가게의 마네킹은 아니다.
사람 같은 마네킹이다.
화가엿던 만 레이는 마르셀 뒤샹과 함께
인간의 육체가 뒤섞인 초현실적 마네킹 옷걸이를 사진으로 만들어 냈다.
[코트 걸이](1920)라는 작품이다.
막스 에른스트가 마네킹을 다룬 작품은
이상의 시 제목에 있는 '신부'를 가리키는 [신부의 해부학](1921)이었다.
인형과 육체가 뒤섞인 초현실적 마네킹은, 뒤샹, 마그리트, 달리 등의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
인간의 육체에 가깝기도 하고 인공물에 가깝기도 하면서 신체가 분리되고 뒤섞인 혼종 마네킹이다.
독일의 한스 벨머는 아마 섬유, 석고, 아교 등으로
기형적인 여성 마테킹을 제작해 사진첩 [인형(Die Puppe)](1934)을 냈는데,
시인 엘뤼아르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도 출 판되었고
나중에 엘뤼아르는 그의 마네킹 작품에 대해 시를 쓰기도 했다.
벨머의 여성 마네킹은 나치즘의 폭력에 반대하는 저항의식을 도발적으로 드러낸 작품이었다.
시인 엘뤼아르와 브르통, 화가 뒤샹의 주도로 1938년 파리에서 열린 '초현실주의 국제 전시회'에는
온갖 도발적인 마네킹들이 넘쳐났다.
평면 회화가 입체적인 설치미술로 변신했다.
[오감도 1호]의 설명에서 소개한, 키리코에 대한 장콕토의 에세이 [세속의 신비]는
이상이 즐겨 읽던 일본 문학잡지 <시와 시론>(1929년 3월),
<오르페온(ORPHEON)>(1929년 4월)에 연이어 실렸다.
콕토는 그 책에서 키리코의 풍경을 설명하면서 팡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종해서 움직이는 인형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800년대부터 태엽인형을 만들었다.
콕토는 이상에게도 관심 대상이고
<세속의 신비>는 시와 그림을 넘나드는 문학적인 글이니 틀림없이 읽었을 것이다.
김기림 시에도 마네킹은 등장하지만 쇼윈도마네킹에 불과하다.
이상의 장난감 신부는 더 진보해서 살아 있는 태엽인형처럼 등장햇다.
그러나 초현실적 마네킹을 겉으로 완전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영어로 토이라고 쓰면서 희미해졌지만 장난감 신부는 인형, 마네킹 모티브이다.
아폴리네르, 브르통 등은 마네킹(mammequin), 한스 벨머는 여자 인형이라고 했는데,
이상의 신부는 에른스트의 신부까지 더해진 이것들의 종합체로 볼 수 있다.
[산책의 가을]에서 이상은 1930년대 서울의 마네킹과 마네킹걸도 다루었다.
과거에는 패션모델을 마네킹걸이라고 했다.
초현실주의 마네킹이 반테저적이면서 도발적인 에로티시즘을 드러내는 신체였다면,
이상의 인간모형은 체제에 구속당한 신체의 반영이지만 도발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과의 관계에서 모형 심장이나 모형 인간, 마네킹에 육체성을 부여(사물의 신체화)하거나
인간의 몸에서 움직이는 마네킹을 발견한 현대성이 이상에게 있다.
[I WED A TOY BRIDE]가 처음 실린 <삼사문학>의 같은 호에는
유연옥의 시 [마네킹 인형]도 함께 실렸다.
두 편의 시 모두 마네킹의 모습이 도발적으로 변형되지는 않았지만,
이상이 인간에게서 마네킹의 모습을 발견했던 반면
유연옥은 그저 마네킹을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어서 초현실적 마네킹은 아니었다.
인간화한 태엽인형이나 마네킹은 21세기적 오브제이다ㅏ.
체제의 태엽 장치에 구속된 인간의 실상을 보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회화에는 신체화된 사물, 가짜 신체, 가짜 자연 풍경까지 등장한다.
이런 가짜들, 예술적으로 드러나 모조성이 초현실주의에서의 패스티시(pastiche, postiche)이다.
패스티시는 다른 작품에 대한 모방을 가리키기는 뜻이 있지만,
마그리트 그림의 신체나 자연 풍경,
화가 출신의 사진작가 부라사이( Brassai)가 인간의 몸으로 표현한 [가짜 하늘](1932년),
한스 벨머의 여자 인형 시리즈, 브르통이나 엘뤼아르 시에서의 몸,
그리고 이상 시의 모형 심장까지, 가짜를 이야기 하는 진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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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 '1 밤'과 '2 밤'에서 띄어쓰기가 전혀 맞지 않는 곳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 나온 그대로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의 시가 그대로 쓰였던 것을 박상순 시인이 옮겼을겁니다.
저도 그대로 옮겼습니다.
시 해설이 아주 깁니다.
천천히 시간이 날 때마다 옮겨보려합니다.
이렇게 길 줄 알았으면 책을 사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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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길게
사십시요.
글이 길어지면 질수록
오래 오래 장수한다 여기면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마치 소설속의 소공녀처럼
생각을 내 뜻대로 바꾸면...
@21회 김석순 글이 길면 길수록 오래 산다구요?
그러면 하루종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건 논리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눈 아프고, 손가락 아프고...
에휴~~~~!
돈 나오는 것도 아니건만...
이 글을 올리는데 꼭 3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어제 사진만 올리고
오늘 시 해설을 올리다 말고
내일 옮기다 만 곳에서 또 올릴테고..ㅋㅋ
내일은 다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세상에....나는 이럴 줄 몰랐습니다.
이상의 시 20줄의 시를 해설하는데
장장 5장으로 꽉 채운 해설은 처음 봤습니다.
그 5장의 해설들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시인들의 이름과 그의 시들을 소개하면서
그 시속의 인형들이 뜻하는 것과 이상의 시속의 인형들이
뜻하는 것을 비교 하는 거대한 문학 작품 평론인 듯 합니다.
난 그저 이상의 시가 난해함을 알기에
조선일보가 소개하는 시 밑에 해설처럼
단지 약간의 시만 해설하는 줄 알고
책을 샀는데 이건 이상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상의 시에 관계되는 서양의 시인들과 비교하면서
각 시인의 문학적 사상조차 다루는 방대한 설명에
눈이 아프고 손가락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이상의 시인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원제 I WED A TOY BRIDE)만
이와 시작한 이상 끝을 보자며 지금까지 끌고 왔습니다.
더 이상 이 곳을 통해 이상의 시를 소개하지 않으려합니다.
어쩌면 생각이 날 때면 그저 시만 소개할 수도 있겠지요.
'이상의 시는 참 이상하다.
아니 이상의 시가 이상한 것이 아니고
이상의 시를 이해 못하는 내가 이상한 것이겠지.
더 이상 이상의 이상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말고
이상의 이상은 이상대로의 이상이고
내 이상은 내 이상대로의 이상이니
그저 이상의 이상을 그대로 이상화 시키면 될 것이다.
자꾸 이상, 이상 하니까 나도 이상해진다.
그만 더 이상해지기 전에
@22회 이광호 이상의 이상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눈빛으로만 보고 말자고 혼자 중얼거려 본다.
그래도 이상해~~~~!
ㅋㅋ
@22회 이광호 ㆍ
ㅎㅎ
이제 두ㅈ손 두 발
다 들었습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이상이 그리운 날이
있을 겁니다.
이상은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아방가르드 시인으로서 모더니즘, 다다, 초현실주의를 시도했고,
실험적인 시각시를 처음 발표했다.
서양화의 표현기법을 문학적으로 전환해 감정과 상징에서 벗어난 시각 중심주의로
한국 모더니즘시의 역사를 열었다.
실험적, 회화적 언어로 쓴 이상의 시는 억압적 절서에 대한 문학적 해부,
강한 대결성을 품은 한국 시의 혁명이었다.
- 박상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