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너무 멋진 펜후드 회원님들.
펜후드는 참 멋지고 놀라운 분들이 많아서 카페 들어오기 전에 우황청심원을 먹곤 합니... 허언증이 도지네요.
요즘 작은 깨달음의 브룩쓰루(by 박문호 박사님)가 있어 글 남겨 봅니다.
오늘 아침에 한참을 고민하다 담아온 라이프 포션? 만년필들입니다.
오로라 레드맘바, 워터맨 콩코드, 파일롯 디럭스(땐땐이 줄무늬). 이들의 공통점은 18K 닙,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막 따오던 한무더기 중에 자주 손이 자주 가는 분들에 대한 심리적 통계를 내봤습니다. 공통점을 뽑아보니 18K 빈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오래돼서 비뚜러지고 대충 보관해서 흠이 많아도 필감이 살아계신 분들은 모두 18K였더라고요.
그 사례로 ...
모두 저의 최애 18k 닙을 지니신 분들이었습니다. ”대충 모셔와도 준수한 필감.“ 이분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저는 부드럽고 짝짝 종이에 달라붙는 에로틱한 필감을 사랑하나봅니다. 아마 이 18K에 대한 맹신도 어느날 무참히 깨지겠지요?
매일 좀 깨달았다 싶으면 또다른 질문이 지속적으로 저의 마음에 침습해 옵니다. 정말 만년필은 20세기 인간 문명의 총아를 담고 있는듯 합니다. 지금 제가 만지는 것이 코끼리의 꼬리가 아닌 겨털도 안되는... 솜털 끝의 먼지가 아닌지...
이베이와 일옥션을 탐험하며 그동안 저의 편도체를 활성화 시키시던 많은 만년필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은... 더욱 더 불가능해지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제가 모르는 빙산의 본체를 찾아 심연으로 뽀골뽀골 하겠지요. 가끔 심연의 막연한 공포에서 허덕일 때 제게 멀리서 한줄기 빛을 주실, 위대한 펜후드분들에게 미리 경의를 표합니다.
얼마 전 대구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모셔온 막내 듀이(존 듀이가 풀네임입니다 ㅋㅋ)의 늠름한 마법 시전 순간 포착 사진과 오버프라이싱 흑우가 모셔온 말라카이트 그린 세트를 투척하며 반성 글을 마무리 합니다.
첫댓글 말라카이트 세트 특히 박스가 너무 멋지네요 ㅎㅎ
18k는 진정 다른건가요??? 저까지 늪으로 이끄시면 안됩니다 ㅎㅎ
이미 늪에 한발 담그시고 저를 잡아 챈 레종님께서 이런 말씀을 주시다니 ㅋㅋㅋ 왠지 테스트 같습니다.
써보고 싶은 만년필이 너무 많아요 ㅠㅎ
ㅋㅋㅋㅋ 딱 제가 느끼는걸 그려주셨군요
@칼프리스턴75 정말 궁금한데 사실 엄두가 안나요
@El Paradiso 저처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보셔도 될거 같아요. 시간은 이미 흐른 뒤라서요
금닙은 필기감보다는 장식의 기능이 더 큽니다. 거의 모든 닙들은 끝에 이리듐이라는 경도가 높은 물질을 용접해서 붙입니다.
닙의 강도는 금닙이 더 연할 수 있지만 이또한 닙을 만드는 판재의 두께를 얇게 하면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죠.
18K든 스틸이든 닙의 재질 자체가 종이에 닿지는 않습니다. 거의 모든 펜에서요.
넵 이리듐이 닙으 끝이고 제조사마다 깎는 방식도 다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답니다^^;; 그런데 왜 유독 18k 닙 바디를 가지고 있는 만년필들의 상태가 좋게 보존되는지... 원주인이 아껴써서 그럴까요? 아니면 같은 이리듐 촉이지만 받쳐주는 바디가 좋아서 그런걸까요? 제가 쓸데 없는 망상에 빠져있다고 하기엔 너무 편차가 심해서요. 뒤돌아보다님도 워터맨쪽 18K 닙들 써보셨지요? 그 필감이... 파커 계열들을 잊게 해주네요.
참고로 급닙이 장식이라는 이야기는 처음들어봐서요. 같은 시기의 같은 공법의 같은 제조사라도 닙바디의 제질에 따라 필감이 너무 다르던걸요. 그리고 닙을 만드는 판재의 두께 말씀도 주셨는데 저 부분도 공법과 재질에 따라 강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필감에 영향을 준다고 알고 있어요^^ 유사한 두깨라면 18K가 스테인레스보다 더 우아한 필감을 준다죠 아마. 우리 함께 더 진리를 향해 경험을 쌓아보시죠
@칼프리스턴75 같은 금합금 닙이라도 같은 파커의 75와 51은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전의 버큐메틱도 다르고요.
아주 오래 전에는 스테인리스강이 아닌 혹은 질이 나쁜 철합금으로 만든 닙도 있어서 부식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빈티지 펜을 사다보면 그런 펜들이 종종 있습니다.
금합금을 쓴 펜이 오래 잘 보존되었다면 아마도 고가의 펜이라 신경써서 만들었거나 사용자가 귀하게 여긴 덕택이겠지요.
스틸닙으로도 멋진 필기감을 내는 펜도 아주 많습니다. 저는 금닙과 스틸닙의 재료 때문에 필기감이 낫고 덜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뒤돌아보다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 라이프타임 펜들도 대부분 스텐 닙일 때가 많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금닙이 장식이라는 말씀에는 의문이 많이 남아요. 이리듐을 몽블랑처럼 멋진 면으로 깎느냐 오로라처럼 둥글게 선이 닿게 깎느냐에 따라 부드러움, 사각사각의 느낌이 다르겠지만 당연히 이리듐을 잡고 있는 재질의 물성에 이리듐이 마찰해내는 종이 표면의 느낌이 달라진다는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거든요. 현행으로 특히 마존 T200 금촉과 스텐촉을 써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거든요. 둘 모두 같은 굵기와 같은 두깨의 닙인데도 말이죠.
@뒤돌아보다 참고로 여기 있는40여종의 만년필들은 거의 매일 같은 종이와 같은 잉크로 천천히 필감을 느껴보고 있어요. 그냥 대충 느낀 손 끝의 감각은 아니지 말입니다 ^^
@칼프리스턴75 사람의 느낌을 입증할 수는 없겠죠. 오디오 매니아 사이에서 회자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과학적으로는 헛소리에 볼과한 것처럼요.
금합금이 연할 테니 같은 두께의 스틸닙보다는 부드러울 겁니다. 당연한 것이고요, 셰퍼 14/18K 닙들은 무지막지 단단합니다. 그리고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과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최근 쓰는 펜 중에 가장 훌륭한 느낌을 주는 게 오스미로이드 rolitop medium soft닙을 쓰는데 얇은 금속닙입니다. 제게는 몽블랑 펠리칸 파커보다 더 좋게 느껴지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그렇다고 제가 뭘 몰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써 본 펜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뒤돌아보다 뒤돌아보다님의 내공은 잘 알죠 ^^ 그래서 저도 열심히 제 느낌의 원인을 찾아보고 있답니다. 화이팅
와 18k 쏘아올린 글이 토론장이 되었네요 ㅎㅎ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티핑 재질만 제 생각을 이야기하면..
백금계 원소들을 산업계에 많이 사용하는데 (점화 플러그 팁, 각종 접점부등)
요즘 산업계에서 비싸고 용접성도 안좋고해서 이리듐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점화플러그 팁으로만 이리듐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대부분 오스뮴이나 루테늄 로듐 팔라듐을 많이 씁니다.
대부분 합금 형태로 쓰는데, 배합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각 업체별 노하우입니다.
제가 만년필 업계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다 가정하면,
아마도 비싼재질의 닙에 비싼 백금계를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필기감을 느끼는게 달라서 특정시기에 생산된 제품의 배율이 딱 맞을 수도 있고요.
(혹은 정제기술 부족으로 불순물에서 오는 특이한 촉감일 수도 있겠네요)
제 파카 51에도 RU(루테늄)가 각인되어 있던데.
이시기에 만년필 업계도 이리듐에서 다른 재질로 넘어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유독 이리듐을쓴 20년대이전 펜의 느낌이 다른 것 같기도하고,
물론 더좋은 합금 연구 발전 할 수도 있지만,
정점을 지난 기술은 통상 그런 고집스런 철학보다는 원가절감쪽으로 흐르게 되어있죠.
우아아아 멋있어요 세상에... 저런 정보가 정리가 되고 덧붙여 프리에너지 최소의 법칙으로 마무리해주시다니. 레종님 천재이신듯 합니다.
백금계 금속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부식에 강하고 경도가 높아서겠죠.
이리듐은 금보다 더 비싼 백금보다 열배 이상 비싸지만 경도가 강철에 비해 훨씬 높아서 마모에 훨씬 강합니다. 이리듐 아니었으면 만년필이 아니라 일년필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
팔라듐도 쓰이긴 했는데 이리듐보다 경도가 많이 약해서 널리 쓰이진 않았죠.
필기감은 재질보다는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가가 결정할 겁니다.
에스터브룩이 순수하게 철로만 만든 닙을 썼었는데 팁까지 철이었어요. 그래서 마모됐을 때 쉽게 교체할 수 았게 만들고 닙을 따로 팔았죠.
이 강철닙도 잘 써서 길들이면 다른 어느 펜 못지 않게 부드러워집니다.
박종진 터치가 궁극의 필기감을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죠.
경도는 강철이 5, 팔라듐이 5.5, 이리듐이 6.5로 기억합니다. 숫자상으로는 차이가 별로 없어도 내마모성 차이는 매우 크죠.
@뒤돌아보다 와 강철 팔라듐 이리듐의 경도를 기억하시다니 경외감마저 드네요.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감사합니다.
만린이라 18K의 필기감은 느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듀이 사진을 좀 더 내놓으셔야죠!!!!
푸코도 같이 투척합니다 ㅋㅋㅋㅋ
@칼프리스턴75 포근포근 보송보송해 보여서 정말 귀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보이네요.
닙 재질이 비쌀수록 팁에도 좋은 합금을 쓴다고 합니다. 저도 팁 재질은 스틸이나 금닙이나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라 하더라고요^^
@Eiren 과열된 토론을 안알록님과 Eiren님께서 부드럽게 마무리해주시는군요^^ 팁재질이 다 다르다는걸 첨알았지 뭐에요
@칼프리스턴75 아 긔여워~~~~~~~
@안알록 안알록님 닮았습니다. 재기넘치고 막대기 줍고 다니고... ㅋㅋㅋ
@칼프리스턴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똑하네요
저도 필감이 어디서부터 차이를 주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같은 만년필도 필감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재료나 닙이나 팁의 물성 보다는 팁의 깍인 모양, 팁 표면의 질감, 잉크의 흐름 등이 더 영향을 많이 주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소장님의 그 “터치”가 필감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만드는 걸까요?
그쵸 소장님 말씀도 그 원작자가 의도했던 최상의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하시는 것 같아요.
레드맘마 정말 예쁘네요! ^^
붉은 몸처럼 희생하는 듯한 필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꼭 경험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