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초에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배송된 빈티지 오로라 888 골드 트림 만년필을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오로라 88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이 사용했던 파카51과 경쟁하기 위해 1947년에 Marcello Nizzoli에 의해 디자인 되었습니다. 오로라 88 종류는 197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5백만개 이상이 팔렸다 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이탈리아 만년필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firma 88 88K 88DC 888 88P 888P 98 인터내셔널 2017DC 2019DC* (*Duo Cart, 좌에서 우로)
https://matspens.blog/2020/11/02/vintage-aurora-88-family-ultra-review/
처음엔 오로라 88을 구하려다 피스톤 필러보다 관리가 편한 카트리지 방식이고, 손이 커서 88 종류 중에 그립이 가장 길고 사이즈가 큰 편인 888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베이 사진에는 닙이 멀쩡했는데, 막상 받아 보니 닙이 왼쪽으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전 주인이 휘어진 상태로 오랫동안 사용해서, 닙도 벌어져 있고 잉크 흐름이 과하며 편마모도 있었습니다.
닙 왼쪽을 둥근 대나무 젓가락 홈에 끼워 옆으로 세운 후, 닙 오른쪽 옆면을 다른 젓가락으로 문질러 슬릿을 수직으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단차가 생긴 양쪽 이리듐을 평평한 나무조각 위에 놓고, 슬릿을 둥근 대나무 젓가락으로 문지르고 손톱으로 미세조정 하였습니다. 슬릿과 이리듐의 단차를 루뻬로 확인하면서 위의 작업을 반복해 수평으로 맞춰 주었습니다.
"AURORA 585 °/oo(퍼밀)"이 각인된 14K닙 슬릿에 낀 나무 부스러기, 잉크 찌꺼기를 치실로 제거하고 세척해 줍니다.
그립 상단에는 오로라 특유의 방패 문양 안에 모델명 888 우측으로 시리얼 번호, 31, 제조사명인 Aurora가 새겨져 있습니다. 888은 88의 카트리지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1이 닙 사이즈 같은데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네요. 아시는 회원 분이 계시면 댓글 부탁 드립니다.
1954년 Albe Steiner가 디자인한 Duo Cart라는 학생용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Duo Cart는 196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Giulio Natta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위 사진처럼 금속 튜브가 잉크 카트리지 2개를 연결하는 기능을 합니다. 카트리지가 1개만 있으면 배럴 안의 추가 내벽에 부딪쳐 딸그락 소리를 내어서 하나 더 채우라고 알려 줍니다. 카트리지 1개는 아직 온전한데 잉크가 1/4 정도 남아 있습니다.
클립에 잉크가 방울져 떨어지는 모양을 형상화해 디자인했고, 캡에 수직의 기로쉐 무늬는 예쁘기도 하지만 캡 개폐시 마찰력을 높여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캡 두께가 얇아 중결링의 마찰에 의해 늘어난 굴곡도 실짝 보이고, 클립도 미세하게 흔들려 옷에 끼울 만큼 튼튼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캡에는 잉크 마름을 방지하는 이너 캡이 있고, 캡탑에는 파카 51처럼 원형의 평평한 주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캡을 꽂으면 151mm, 닫으면 134mm 크기입니다.
그립이 길고 외형과 닙 상태가 좋은 888을 1년간 기다려 구했는데, 닙을 조정해도 편마모 때문에 오른쪽 가로로 그을 때 살짝 거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TV를 보면서 때때로 깨진 컵 밑면에 알파벳, 한글을 쓰면서 이리듐을 연마했더니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쓸만 합니다. 잉크 흐름이 좋은 세미 후디드닙, 편안한 그립감, 가벼운 펜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첫댓글 오로라 이 시리즈가 참 좋죠. 저도 몇 자루 가지고 있는데 카트라지가 다르고 컨버터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흠이긴 합니다.
닙이 똑같이 생겨서 이리저리 바꿔 끼울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필기감이 독특하고 이게 오십년대쯤 나온 걸로 아는데 디자인이 참 훌륭하죠.
파카51을 참고해 만들어서 디자인이 좋은 것 같고, 피스톤 필러 모델은 라미 2000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플래티넘 카트리지가 좀 빡빡하긴 한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 888은 그렇게 했을 때 Duo Cart 보다 짧아 딸그락 딸그락 추 소리가 나서 못 쓰겠더라구요 ㅋㅋ
@망언쟁이 오로라98중에 라미2000처럼 폴리카보네이트재질의 만년필도 있죠 최초의 원통형디자인인 하스틸도 있고 참실용적인 만년필을 많이 만들었는데 지금이랑 아예 다른 회사 같습니다
@가면 말씀해 주셔서 검색을 해보니 라미 2000 질감의 오로라 98이 있네요. 98과 888 사이에서 고민하다 손이 크다 보니 888을 선택했습니다.
60년초에 지금의 Verona 가문으로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63년에 출시된 98도, 70년에 출시된 하스틸도 기존 전통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요즘의 오로라는 실용성보다는 알록달록한 색감, 밖으로 보여지는 커다란 아라베스크 무늬 급닙, 사각사각한 필감으로 규정되는 것 같습니다.
우와. 세상엔 전문가가 정말 많군요. 대단합니다.
빈티지 만년필은 닦고, 조이고, 잉크색 갈고, 윤활제 발라가며 써야 하는 거 같습니다.
닙 조정할 수 있기 전까지 여럿 해먹어서 학원비를 비싸게 치른 셈이지요 ㅎㅎ
저는 98있는데 현행 오로라 컨버터 맞아서 사용 중인데.
필감도 그립감도.. 참 마음에듭니다..
디자인은 투구형 캡의 초기 88이 참 마음에드는데 피스톤필러 수리의 압박이 크네요 ㅎㅎ
저도 피스톤 필러보다 카트리지가 편해서 98, 888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손이 크다 보니 888을 선택했습니다.
닙 조정해도 편마모 때문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어서 골프채널 보면서 컵 바닥에 연마하고 있으니, 와이프가 집 청소를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요.
이 시대에 만년필 취미를 가진 가장으로 사는 건 힘든 거 같습니다 😂
@망언쟁이 저도 마눌이 아끼는 컵 뒤에 그거하다 엄청 욕들은 적이 있다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