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대둔산은 안개비에 젖어 천지를 구별할 수 없었던 오리무중 산행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다시 대둔산을 찾아갔습니다.
35명 산꾼을 실은 산악회 버스가 천안삼거리를 달려가고 있을 때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은 오늘 날씨가 좋으리라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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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버스가 전북 완주 용문골 고개를 돌아갈 때 대둔산의 거대한 화강암 암장 능선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셔 째려봐야 했습니다.
용문골 들머리에 들어섰을 때 하늘은 띠끌 하나 없었고 햇빛은 찬란하게 쏟아지고 바람은 적막강산처럼 고요하고 신선한 공기는 폐부에 스며들고 날씨는 온화하게 온몸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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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허상의 대둔산 산행을 충분히 보상 받으며 발걸음 맞추며 오르는 데 이상하게도 박선생이 뒤처져 버겁게 쫓아옵니다.
전날 관리과 송년회에서 너무 달렸었다고 합니다. 얼굴은 노랗고 속은 메스꺼워서 욱지거리를 연신하며 비지땀을 흘리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걸 후회하며 오르는 데 안타깝고 애처롭기 그지 없습니다. 연말을 맞아 망가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눈에 띕니다.
산행시간에 여유가 있어 산악회에서 시간 때우려고 곁다리로 잡아 놓은 칠선봉전망대를 왕복으로 들르는 코스인 칠선봉전망대 갈림길에 올랐습니다.
칠성봉전망대를 갔다오며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느니 그 시간을 아껴 하산하며 술 한 잔 더 먹을 시간으로 유용하게 써 먹는 게 얼마나 굿 아이디어이겠습니까?
3인 만장일치 합의에 의해 생략하기로 하고 케이블카 하차장을 향해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지대로 올라서며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장착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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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하차장에 올라 박선생은 벅스커피하우스에 들어가 화장실 세면대에 욕지거리를 또 한 번 했습니다.
케이블카 아차장 위 전망대 호떡집 아줌마가 안 먹고 가면 쓰러진다는 호떡을 모른 척하고 전망대에 저 아래 밑바닥을 훑어보기도 하고 기암괴석을 올려다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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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모퉁이 틈새를 돌아설 때 암벽 단애에 걸쳐놓은 금강구름다리가 짠! 하고 나타납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삼선계단 철사다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둔산의 랜드마크, 마천탑이 정상 머리 위에서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금강구름다리를 발을 구르며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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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구름다리 환타지에 빠지고 정자를 지나가면 삼선계단 철사다리가 수직으로 암봉에 걸처져 있습니다.
개미가 벽에 붙어 기어오르듯이 철사다리 난간을 꼭 붙들고 숨 한 번 쉬지 않고 올라붙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그 끝에는 삼선구름다리가 낭떠러지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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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의 너덜지대를 타고 오르면 마천대 정상이 코 앞에 있는 능선에 섭니다.
아까 칠성봉전망대 코스에서 바로 위로 올려쳐서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 삼선구름다리 경관을 못 보고 칠성봉을 넘어 암봉 능선코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정상 삼거리에서 합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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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마천탑 정상에서 전북 완주 들판을 내려다 보고 충남 논산 황산벌 벌판을 내려다 봅니다.
지난 12월 11일 대둔산 산행 날씨와 얼마나 대비됩니까?
기를 쓰고 올라 온 보람을 느낍니다.
가슴이 확 트입니다.
그러나 박선생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12월 11일 대둔산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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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오늘 대둔산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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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충남 논산 수락리로 하산하며 바람 잔잔하고 햇빛 쏟아지는 양지바른 곳, 평평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펼치면 정승판서가 뭐 말라 비틀어진 것이겠습니까?
잠깐 한눈파는 사이 박선생이 시야에서 벗어났습니다.
소리쳐 불러도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 올 뿐입니다.
분명히 안주감으로 돼지불고기가 배낭 속에 있을텐데...
하산길에 산악회 여성등반대장을 만나 메실주 한 잔 따라주니 넙죽 받아 원샷으로 들이킵니다.
더 대작하다가는 메실주가 금방 돌이 날 것 같아 일어섭니다.
등반대장이 일러 준대로 코스를 잡고 내려가는 데 아무리 봐도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한산했던 길과 너무나 생소합니다.
능선에 서서 박선생과 통화를 하니 계곡길을 따라 하산 중이라고 합니다.
능선에 서서 소리처 불러보았더니 저 아래 계곡에서 응답이 올라옵니다.
여성등반대장이 길을 잘못 일러준 걸로 감을 잡게 됩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군지구름다리 위에서 박선생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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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지구름다리 위 전망대에 자리 깔았습니다.
김선생은 부인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싸줬다는 유부초밥 30알을 꺼내 놓습니다.
이것 저것 먹어서 배가 빵빵해 졌는 데도 기어코 유부초밥을 앵깁니다.
다시 가지고 들어가면 부인한테 혼날 것 같아서 그러는 줄 짐작합니다.
서울로 돌아와서 뒤풀이 끝내고 집데 들어갈 때까지 유부초밥 싸준 부인자랑입니다.
박선생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좋은 술을 한모금도 입에 대지 못합니다.
자리를 접고 일어서니 전망대 난간에 붙어 있는 경고문구를 봤습니다.
미안하지만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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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끄트머리 수락폭포에서 스틱과 아이젠 흙을 씻고 선녀폭포를 지나치고 경찰 6.25승전탑을 지나가면서 날머리로 빠져나옵니다.
수락리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는 우리가 올라타기만 모든 사람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3시까지는 내려오라고 해서 20분이나 앞당겨 내려왔는데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 좋은산악회 사람들은 산에 대니면서 밥도 안 먹고 술도 먹지 않고 오로지 땅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잘난사람을 보면 알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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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에 도착했습니다.
뒤풀이할 방향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공평하게 각자 집에서 중간거리가 되는 창동역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논환승으로 사당역에서 창동역으로 4호선은 직행합니다.
부대찌개? 쭈꾸미? 목포홍탁?
이것 저것 메뉴에서 최종 선택된 것은 돼지갈비입니다.
박선생은 끝까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술병만 쳐다보면 욱지거리가 자동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1차 돼지갈비집에서는 억지로 버티더니 2차 생맥주집으로 옮기는 사이 바람과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러길래 술은 적당히 퍼야지 죽자 사자 퍼부으면 몸 망가지고 부인한테 쿠사리 듣게 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창동역 전철에서 제 갈 길로 가면서 김선생한테 유부초밥이 맛있었다고 부인께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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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시고 두리회 회원님 모두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의 평온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두리산악회도 경자년에는 참나무장작 불길 활활 타오르듯이 활성화되기를 기원합니다.
내년 1월에는 태백산에 눈꽃이 피어 설산산행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태백역에 내려 쉬고 있다가 아침식사를 하고 태백산으로 가서 유일사에서 등반을 시작하여 천제단 정상에 서서 일출맞이를 하고 문수봉 코스로 태백산 종주하고 하산하여 태백시에서 한우로 뒤풀이하는 꿈을 꿉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산행 참여를 바랍니다.
첫댓글 박선생이 많은고생을하였군요
속이뒤집혀 술을못하는줄
알면서 끝까지 붙들어 안쳐놓고 고문하는건 고문중에 고문입니다
이상한 사람들이니 그럴수
있겠구나 생각해봅니다
오랬만에 좋은산행 했습니다. 화창한날씨 바람도 없고 신선한 공기 최상의 여건이었습니다. 이회장님의산행예약과 진행 3차까지의 함께한 시간 넘 좋았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박선생이 전날 과음으로 산행시 힘들어 했는데 좋은경험이 되었을겁니다. 다음에 시행될 태백산 설상 산행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또한 내년1월5일 영종도 종주라이딩도 성황리에 진행될것으로 믿습니다. 끝으로 신년에도 모든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둔산 Again 산행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날씨도 좋고 건강도 지키고 하시였는대 산행후 과음은 좀 삼가하시면 좋을듯합니다
세분 수고하셨습니다.
맑은 날씨에 대둔산 경치를
만끽하셨군요!
함께하지못해서 아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