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고광덕 인턴기자] 2016년 올 한해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센터에서 주관한 “청년창업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가 전국 각지에서 총 8차례에 걸쳐 실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19~22일의 3박4일 동안 우수표창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본 큐슈 지역의 선진시장을 견학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당 교육과정 및 연수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예비 창업자 또는 가업승계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대상자의 일원으로서 연수를 다녀온 감상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1일차]
전국 각지에서 새벽잠을 설치고 인천공항에 모인
우리들은 여행박사 이재숙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일본 후쿠오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 즈음해서 바로 착륙하게 되니 일본이 이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음을 재삼 실감하게 되었다. 서울과는 달리 따스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후쿠오카의 바람을 느끼며 우리는 1일차 견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첫 견학장소는 큐슈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고쿠탄가 시장”이었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으로서 시청에서 나온 이시하라 씨가 직접 간담회에 참석하여 우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주었다.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와의 공존 문제였는데, 이시하라 씨에 따르면 이 곳의 전통시장은 신선식품을
주로 판매하고 시장 입구의 마트는 가공식품 및 조미료, 생활용품 등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고객을 창출하며 상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근 대학생들이 점포 운영에 참가한다던가 (‘대학당’식당) 한국어로 된 POP를 게시하여 한국인 관광객에 대응하는 등 전통을 유지하는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고쿠탄가 시장 견학 후 방문한 “모지코”라는 항구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전통 건축물들을 그대로 살려 항구 전체를 역사가 깃든 관광지로 개발한 사례(“모지코 레트로”)를 체험하였다. 큐슈와 본토를 잇는 칸몬교,
아인슈타인이 방문했던 호텔 등 오래된 건축물을 잘 유지하면서 적절한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가치를 올리는 전략은, 수십 년간 성장과
개발만을 추구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을 자극시켜 주었다고 하겠다.
이후 우리는 하카타 시내 숙소에 짐을 풀고
“캐널시티 하카타”라는 대형 복합쇼핑몰을 견학하였다. 서울 명동의 대형 쇼핑몰을 연상케 하는 이 곳에는 초현대적인 시설 안에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패션 및 잡화 브랜드들이 입점해있어, 그 안에서 즐겁게 쇼핑을 즐기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들 또한 전통시정에만 매몰되지 말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자신의 분야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1일차의 견학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서, 석식과 함께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면서 첫날의 감상과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를 주고받았다. 덧붙여 하루 동안 견학에
동행하면서 일본 현지 정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들이 즐겁게 견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6시 내고향”의 인기MC 조문식
교수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일차]
우리는 호텔에서 숙면을 취하면서 견학 첫날의 피로를 싹 씻어내고 2일차의 견학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 견학장소는 후쿠오카 “야나기바시 연합시장”이었는데, 이곳은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수산물전문 도·소매 시장으로 “하카타의
주방”이라 불린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싱싱한 생선들이 각 상점 판매대에 진열되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서로 아침인사를 나누며 물건을 흥정하는 중이었다. 이 중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밥과 회, 어묵 등 반찬을 각각 팩 단위로
포장하여 이를 개별 구매한 후 시장 안쪽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판매방법이었다. 밥 100g당 100엔, 모듬회
1팩 500엔, 해삼 1접시 250엔, 어묵 개당 50~200엔 등 신선도나 가격 측면에서 부담 없이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구성이 매력적이어서
각자의 전통시장에서도 참고할 만하겠다. 그러나 각각의 시장 상황이 서로 다른 만큼 배울 점과 버릴 점을 취사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해보였다.
내에 따라 일본 후쿠오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 즈음해서 바로 착륙하게 되니 일본이 이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음을 재삼 실감하게 되었다. 서울과는 달리 따스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후쿠오카의 바람을 느끼며 우리는 1일차 견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니시진 상점가”를 방문하였는데, 예전에는 이 곳 할머니들이
‘야타이’라는 리어카
100여 대에 후쿠오카 근교의 채소와 직접 만든 채소절임, 떡 등을 싣고 벌이는 노점상 거리가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5대의 리어카만이 띄엄띄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 주변 거리는 인근의 대학 및 주택가의
수요 덕분에 일반적인 상점가로서 변모하였고, 상점가 지도를 만들고 각 구역의 바닥을 빨강, 파랑, 녹색으로 도색하여 각각의 특성을 살리면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점가 안에 매를 모신 작은 신사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지역과 연고가 있는 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기념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는 모습에서 대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시장을 지원해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2일차의 견학은 “벳푸 지옥온천” 방문으로 마무리지었다.
벳푸는 일본 최대의 온천
산출량을 자랑하면서도 노천분출구가 없어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부족하였지만, 이러한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노천을 조성하고 3가지
체험코스를 개발함으로써 온천휴양지로서의 명성을 한층 높인 상인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겠다. 이 3가지 코스는 벳푸 8탕 체험,
지옥 돌기, 지옥찜계란 먹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그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업화시키고야 마는 집요한
노력만큼은 반드시 배워가야 할 교훈이었다.
[3일차]
3일차 견학은 또다른 온천인 “유후인 온천마을” 상점가에서 시작하였다. 유후인은 벳푸
다음으로 많은 온천 산출량을 산출하는 곳으로, 휴양과 숙박 위주로 개발된 벳푸온천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상점가가 함께 조성되어 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큐슈 제일의 온천관광코스라고 한다. 온수와 냉수가 함께 용출되어 신비한 안개를 만들어내는 긴린호를 시작으로 하여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마을길을 따라 각종 기념품, 캐릭터 상품, 고로케,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상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이 곳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인기 캐릭터 상품들의 쇼핑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많은 한국인·중국인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따라서 앞서 이틀간 견학했던 일상 생활권 내의 전통시장 말고 유명 관광지에 위지한 상점들의 특성화 전략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유후인에서 견학과 점심식사까지 마친 후 고속도로를 2시간 동안 달려 구마모토현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는 “쿠마몽”이라는 지역 캐릭터 개발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큐슈 최대급 아케이드 쇼핑가인 “카미도오리/ 시모도오리”
상점가를 견학하였다. 구마모토의 인지도를 급상승시킨 일등공신 쿠마몽은 실제로 쿠마모토 영업부장의 직책을 맡은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2014년에는 혼다에서 쿠마몽 기념 오토바이를 생산하기도 하는 등 연 1조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성공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
성공의 배경에는 일본이 캐릭터 산업의 강국이라는 점도 있겠으나,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캐릭터 디자인 및 다양한 캐릭터 상품개발, 대기업 및
방송사와의 협업 등 구체적인 사업 전략이야말로 최근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 전통시장에서 반드시 참고할 만한 성공사례가 아닐까
한다.
쿠마몽의 사무실을 나와서 두 블럭 정도를 도보로 이동하니 “카미도오리/시모도오리”라는
초대형 아케이드 쇼핑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곳은 왕복 4차선 정도의 넓은 중앙 보행로 양쪽으로 젊은이들 취향의 식당, 패션전문점,
커피숍, 서점 등 전문상점들이 늘어서있고 그 위로는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을 본떠 만든 아케이드가 지붕을 이루고 있었다. 널찍한 중앙 통로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평일인 이 날에도 밤 8시 이후 통로를 가득 메운 20~30대 젊은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 때문에 아케이드 전체가 시끌시끌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생기 넘쳐보였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시장을 현대화할 때 우선적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곤 하는데, 상가의 규모와 방문 고객 집단에 따라 그 목적과 효과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견학 기회였다고
하겠다.
3일차의 견학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그간의 견학에
대한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지막 밤을 정리하였다. 우리는 서로 전통시장 안에서 새로운 성공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나갈 것을 다짐해보았다.
[4일차]
견학 마지막 날의 아침은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우선 어제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카미도오리”시장을 다시 방문하였는데, 시끌시끌하던 어제 밤과는 달리 아침 일찍 차분히 가게 문을 열 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일본인 특유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가 입구의 “비프레스”라는 쇼핑몰 아래 마련된 작은 광장에 15개 가량의 노점이 도시락, 과일 등 출근하는 사람들과 인근 거주민을 위한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대형쇼핑몰의 건축 계획 단계에서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배려하였다는 것이어서, 대기업과 영세상인 간의 상생을 모색하는 우리의 시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구마모토 “스이센지 정원”으로, 이곳은 호소카와 타다요시 이후 3대에
걸쳐 일본 각지의 산천 명소를 본떠 조성한 공원이다. 고즈넉한 공원 내 풍경은 조용히 떨어지는 빗방울과 어울려 호젓한 아침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공원을 둘러보는 한편 공원 입구를 따라 늘어선 상점들을 견학하였는데, 좀 낡은 듯한 건물에서 관광지 상품들을 늘어놓고 파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낯익게 느껴졌다. 그러나 공원 초입에 자리한 “이키타리 탄고”라는 유명한 떡집을 보니,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떡이라는 스토리를 담아낸 것이나 연세 많은 할머니께서 점포 앞에 꼿꼿이 서서 직접 손님들을 응대하는 모습에서 전통을 살리는 또
하나의 차별화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정원을 나와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향한 곳은 후쿠오카현의 “다자이후 텐만궁”이었다.
919년에 창건된 이 신사는 학문의 신인 스기와리노미치자네를 모시고 있기 때문인지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신사까지 이어지는 1km 이상의 오르막길 좌우로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빼곡이 줄지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병마를 물리치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우메가미 모치”라는 떡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었다. 오전에 방문한 스이젠지 정원과 비교해보니,
둘 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입구에 상점가가 발달한 점은 동일하지만 그 관광지에 어떤 스토리를 엮었는가에 따라 상점가의 흥망이 좌우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텐만궁의 경우 학문의 신을 모신 덕분에 공부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학생, 학부모, 교사, 회사원, 구직자..)을
모두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 상점가가 활성화되는 데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 역시 시장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려고 할 때 어떤 스토리로 어떤 고객을 유치할 것인지까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견학의 마지막 코스는 “카와바타 아케이드” 일본 전통시장이었다. 이 곳은 첫날 오후
견학했던 캐널시티 하카타와 가까이 위치한, 나름대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상가이지만 좀더 전통적인 상품들을 취급하는 전통시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주로 포목점, 불단용품점, 중고명품점, 이발소 등이 입점해 있었고, 캐널시티 하카타가 젊은이들의 쇼핑 수요를 만족시킨다면 이곳은 중년
이상 연령층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보완하며 공존하는 형태였다. 이는 ‘전통시장=신선식품 + 마트=조미료 및 생활용품’이라는 상생의
틀이 식재료가 아닌 공산품 분야에서도(여기서는 주로 의류를 대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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