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3일 훈련으로 제대로된 사격도 못해…
4박5일로 늘릴 예정… 창설 42년 총 301만 병력\
릉 무장공비 침투때 혁혁한 전과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31명의 무장공비가 서울 세검정 고개까지 침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북한과의 비정규전에 대비하기 위해 그해 4월 1일 예비군을 창설했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란 기치 아래 출범한 예비군은
1968년 울진·삼척 공비 소탕작전과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에 참가해 혁혁한 전과를 세우기도 했다.
예비군은 현재 장교 12만9000여명, 부사관 11만9000여명, 병사 276만7000여명 등 총 301만5000여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창설 42년을 맞은 우리 예비군은 어떤 모습일까.
◆달라진 훈련 모습
지난 17일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육군 56사단 217연대 예비군 훈련장에
매캐한 냄새와 함께 회색과 빨간색 연막탄이 피어올랐다.
"2인 1개조가 상호 엄호하에 철조망을 통과하라. 분대 약진 앞으로!"
철조망 앞에서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있던 분대장 원용태(29)씨가 분대원을 향해 외쳤다. 분대원들이 큰 소리로 "약진 앞으로!"를 복창하며 언덕을 뛰어올라 철조망을 낮은 포복 자세로 통과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땀으로 범벅이 된 분대원들이 이어 경사가 급한 언덕을 올라 가상 적군의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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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돌격’ 명령에 따라 장애물을 지나 다음 목표를 향해 언덕 위를 뛰어올라가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날은 공익요원과 병역특례자 등으로 구성된 동원미참가 예비군 170여명이 2박3일의 출퇴근 훈련 중 이틀째 훈련을 받는 날이었다. 이들은 이날 8시간 동안 외나무다리, 하수관, 철조망 통과 등의 전술훈련과 방독면 착용, 수류탄 투척, 인공호흡법 등의 병 기본과제 훈련을 받았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분대장 원용태씨는 "이걸 왜 하나 싶기도 했지만, 막상 하니까 사격도 오랜만에 해보고 재미있다"며 "반복적으로 꾸준히 하면 유사시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훈련 평가에서 합격한 분대는 먼저 쉴 수 있다"는 교관의 말이 떨어지자 예비군들은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제까지 예비군의 상징은 풀어헤쳐진 군복과 군화, 아무렇게나 눌러 쓴 모자 등 불량한 복장과 통제에 따르지 않는 반항 등이었으나 이날 훈련은 이런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사람은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그걸 박탈당한 예비군들은 심리적으로 반발심을 갖게 되고, 그것이 통제에 따르지 않는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장비와 시설 현대화
예비군 훈련에도 서바이벌 장비나 마일즈 장비 등 첨단 장비가 도입됐다. 시가지 전투 훈련에서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총소리와 함께 적 형상의 '돌연 표적'이 나타나면, 예비군들은 서바이벌 총으로 표적을 맞히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예비군 4년차인 신수동씨는 "서바이벌 장비를 갖고 하는 시가전이 제일 흥미롭고, 전술훈련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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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서바이벌 장비를 갖추고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서바이벌 장비 등 첨단 장비가 도입되긴 했지만, 노후화된 장비의 현대화는 여전히 남은 문제다.
특히 6·25 전쟁 때 대거 도입된 카빈소총이 여전히 사용된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서울의 한 직장 예비군 대대장은 "현재 예비군들은 M-16이나 K-2 소총으로 병영생활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카빈소총으로 훈련을 하고, 유사시에도 카빈소총을 나눠주도록 한 것은
현실성도 없고 전략상 유리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예비군 3년차인 김모(28)씨는 "시가전은 서바이벌 장비로 하고, 실사격은 카빈으로 했다"며
"사격을 하면서 총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교통·식사·시설 등 3대 불편사항으로 지적돼온 사안들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예비군 불편사항 1순위로 꼽히는 화장실 개선에 102억원을 투입, 재래식 화장실을 자연발효식 등 수세식으로 고쳐나가고 있다. 육군 예비군운영과장인 이승호 대령은 "현재 재래식 화장실을 친환경 화장실로 바꿔나가는 작업 중이며, 1000여동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 불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회사원 진충일(22)씨는 "훈련장에 오는 버스 노선도 적고, 배차 시간도 길다"며 "군부대에서 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훈련 시간 연장 논란
국방부가 추진 중인 예비군 훈련기간 연장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을 현행 2박3일에서 2020년부터 4박5일로 점차 늘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예비군들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현재의 2박3일 훈련 받는 것도 어려운데 더 늘리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예비군은 1일 훈련의 대가로 교통비 4000원과 식대 5000원 등 총 9000원을 지급받고 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판매하는 식사(5000원)와 왕복 교통비를 제하면 남는 게 없다.
현장 예비군 지휘관들은 보상을 늘리더라도 훈련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217연대 3대대장 윤석훈(50) 중령은 "현행 2박3일의 동원훈련 시간은 실질적인 훈련을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며 "1년에 한 번 받는 훈련인 만큼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숙달시켜서 유사시 현역과 같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훈련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상문제다. 예비군 6년차인 임재빈씨는 "보상만 제대로 해준다면 훈련에 나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훈련 수당을 1일 8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