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소식] 8월 17일 금요일 (913일) 구 백 열 세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

[플로렌시오]

평화와 공동선,

두물머리협상 합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가장 반기고  기뻐하는  사람은  저의 식솔들인 것 같습니다.

여름방학 내내 물 놀이 한번 못갔던 두 딸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아내는  가족 여행을  은근히 기대

하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저는  단  몇일이라도  혼자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두물머리 합의와 관련한 정부와 농민들의  동상이몽이 우리  가족들 안에도  있습니다. 조만간 아내

와 두 딸들과 여름 휴가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치열한 공방이 있는  가족 회의가 진행될 예정

입니다.  물론  뒤늦은  여름 휴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제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집안

의 가장인  바로 저 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두  딸과 아내의 요구와  기대를  완전히 무시 할

수 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3년 동안 휴가다운  휴가를 한 번도 가지 못했다가 처음으로  제대

로된  여름 휴가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그 합의를  번복하는  것은  가족 관계의 심대한 타격과 손

상을  각오해야  가능합니다.

두물머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로의 동상이몽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두물머리  합의는  번복 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정부도  행정대집행과 같은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을  포기했고  또  이제  가

능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두물머리 합의문에 서명한  이용훈  주교님의  서명은  단순히  종교  지도

자의 중재 서명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두물머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며  노력했던

사람들의 사회적 합의 입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두물머리 합의를  번복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치열한  토

론과  논쟁과  공방의  원탁에 둘러 앉아 서로의 동상 이몽을  확인하고  하나의  꿈으로  맞추어 나가

는   지난한 투쟁의 과정만이 남아 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이 투쟁을  온전히 받아 들여야 할  때입

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913일,  구 백 열 세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수원교구  최재철 신부님,  서상진 신부님,  조영준 신부님,  서북원  신부님,  꼰벤뚜알 수도회 서영섭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최재철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유시하 시인의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시  한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리

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았으리

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나를 얼마

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이처럼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

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

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런 내용입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서 알게된  인생의 가치,  그리고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본다면 결혼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

더라면  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보다  죽기 전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지  못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는  죽기 전에는  안했

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았으면 합니다. 특별히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

께서 주신 소명이라는  그런  생각으로  결혼 생활을  충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셨

습니다.

오늘은  서울대교구  조해붕 신부님과 수원교구 정자동 주교좌  성당,  용인 삼가동  성당,  왕곡 성당

을  비롯한  스물   다섯 분의 교우들께서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오늘  두물머리 미사는  지나 온 3년간의 모진 풍파와 시련  그리고  앞으로   넘어야 할  험준한 산맥

들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변화 무쌍한 날씨 속에 진행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강풍,  천둥

과 번개,  짙은 먹구름과  따가운  햇살의  빈번한  교대가  두물머리 미사터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희

한한 경험은   913일 만에 처음 해 보았습니다.  최재철 신부님의 예상대로  미사가 끝난 후   하늘은

 맑게 개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