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코로나가 있지 않은 시점입니다.
에그마요 러버
By. 말리부밀크한잔
모르겠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지지고 볶고 하는 걸 좋아했다. 다른 사람 다 인형이나 레고 가지고 놀 때 난 찍찍이로 붙어있는 채소들을 모형칼로 자르는 거에 흥미를 느꼈다. 그럼 호텔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거냐고? 식당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거냐고? 그건 또 아니다. 거창하게 요리하는 건 적성에 안 맞았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엄마가 말했다. 그냥 엄마 가게 물려받어.
어렸을 때는 농담조로 하는 말인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진짜가 될 줄은 몰랐네. 위를 바라보면 '델아 샌드위치' 라는 간판이 보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해. 자리 하나 만큼은 자기한테 맡기라는 엄마만 철석같이 믿고 메뉴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러고 맞이한 자리는..
방송국 근처. 방송국 하나도 아니고 대형 방송사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 엄마 말대로 유동인구는 많았다. 방청객으로 온 사람들도 꽤 많이 지나다녔고 점심시간이 되면 사원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 건물들에서 대거 빠져나왔다. 연예인 얼굴 한 번 보러 어슬렁거리는 사람들까지. 뭐 어때. 우리 가게 손님만 돼준다면 땡큐베리감사요.
간판에서 눈을 내리면 가게 안이 훤히 보였다. 인테리어 디자인까지도 업자에게 맡길까 생각했으나 내 손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불타올랐다. 그 불타오른 마음은 정확히 일주일 만에 꺼지긴 했으나 시작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디자인을 짜서 업자분한테 넘겼다. 처음에는 내 가게가 생긴다는 것이 심드렁했으나 점점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 인테리어 업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매일 출석해서 상황을 내 눈으로 지켜봤다. 그래서 그런지 맘에 쏙 들게 나온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고대하던 가오픈 날이 밝았다. 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에 찌들어있는 사람같아 보였지만 뭐 어때. 내 얼굴 보고 사 먹는 것도 아닐텐데. 잔뜩 긴장한 상태로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안을 한 번씩 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이따가 문 열면 꼭 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영혼 없이 사과를 자르고 있는데 문이 딸랑 열렸다.
" 혹시 지금 영업하시나요? "
" 아 아니요. 이따 12시에 오픈해요. "
" 아 넵 알겠습니다~ "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문을 닫고 걸음을 옮기는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이따.. 이따 와주실 거죠. 저 지금 당신을 굳게 믿고 있으니까. 꼭 와주셔야해요. 다시 아래로 시선을 옮기고서 열심히 사과를 자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재료를 준비하고 시계를 봤더니 벌써 12시. 재빠르게 가게 안 불을 모조리 다 키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가오픈이어서 홍보도 잘 안 했으니까 사람 많이 안 올 거야. 안 와도 실망하지 마. 아니 입꼬리 내리지 말라고.. 실망하지 말라면서 내 눈은 열심히 회사 입구만을 훑었다. 사람들이 대거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제발! 당신의 앞에 있는 이 가게를 픽해달란 말입니다. 여주의 간절한 염원이 들린 건지 몇몇 사람들이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홍보도 안 했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가게 밖에서 잠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기계처럼 샌드위치를 싸며 생각했다. 엄마. 엄마 말 듣길 잘했다. 샌드위치를 받아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조금씩 쳐다봤다. (이래도 부담이 갔을 거 같긴 한데.) 한 입 베어물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리면 그제야 마음을 놨다. 다 먹은 쟁반을 갖다주시는 분들께 물었다.
" 감사합니다~ 입맛에 맞으셨나요? "
" 진짜 너무 맛있어요! 자주 올게요. 홍보도 많이 할게요. "
" 와.. 진짜 감사해요. 다음에 또 오세요! "
따봉까지 날려주시는 분들을 보니 어젯밤 잠을 못 자 쌓인 피로마저 날아가는 거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다녀가 준비해놨던 저녁 재료까지 모두 소진되었다. 종이에 재료 소진이어서 일찍 마감한다는 글을 적는 내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나 가오픈 마지막 날이 됐다. 고작 이틀 했다고 손님을 응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샌드위치를 싸는 속도도 빨라졌다. 입소문이 계속 타는 건지 사람들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가오픈이라고 하자 언제 정식 오픈해요? 라며 묻는 분들도 계셨다. 그렇게 오늘도 불타올랐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자리에 앉아 잠시 핸드폰을 들었다. 그 순간, 문이 딸랑 - 열렸다.
" 어서 오세요. "
내 인사에 꾸벅 인사를 하고선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푹 눌러쓴 모자에 마스크로 무장까지 한 사람. 회사원만 줄기차게 만났던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차림이었다. 날이 엄청 춥긴 하지.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내렸다. 계속 쳐다보면 부담스러워하시겠지.
" 에그마요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 "
" 크기가 조금 작은데 괜찮으신가요? "
" 어.. 얼만해요? "
" 식빵 한 쪽 크기에요. 4등분해서 포장돼요. "
" 아 괜찮아요. 그거 주세요. "
" 드시고 가세요? "
" 아뇨 포장해주세요. "
남자의 주문에 에그 마요를 한 스쿱 떠 식빵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펴바르기 시작했다. 근데 앞에 남자가.. 자리로 안가는거다. 보통 포장이어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냥 앞에 우뚝 서서 내가 싸는걸 열심히 지켜봤다. 뭔가 더 잘 만들어야 할 거 같은데. 혼신의 힘을 다해 샌드위치를 싸서 포장하고 남자에게 건넸다. 샌드위치를 받아들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합니다. 말하곤 문을 열고 사라졌다. 남자가 나가고 나서 든 생각. 목소리 되게 좋네.
가오픈을 마무리하고 정확히 5일이 지났다. 드디어 정식 오픈을 했다. 메뉴판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개편했고 잘 팔리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는 메뉴도 열심히 연구했다. 사람들 다시 와주실까? 잊은 건 아니겠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재료 준비를 했는데 쓸데없는 생각들이었다.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와 주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정식 오픈하는 거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어떤 손님분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물었다. 근데요.
" 여기 연예인들도 와요? "
" 어.. 아뇨. 아직은 못본 거 같아요. "
" 진짜요? 완전 맛있는데 왜 안 오지. 보통 방송국에서 샌드위치 같은 거 엄청 사가거든요.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 아직 소문이 안났나보다. "
" 아 그런가요? "
"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요? 우리 회사에는 소문 쫙 났거든요. 여기 완전 맛집이라구. 재료도 엄청 푸짐해서 하나 먹으면 배불러요. "
" 헉 진짜 감사합니다... "
연신 감사드리니 손님분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저한테 고마울 건 아니고요. 앞으로도 자주 먹으러 올게요. 건네주시는 쟁반을 가져오며 말했다. 네 다음에 또 오세요!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저번에 가오픈 했을 때 생각나네. 그때도 점심시간에 엄청 바빴는데..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핸드폰을 들어 인스타 피드를 쭉쭉 내렸다. 바쁘게 일하다가 쉬는 게 꿀이네. 몇 분을 인스타만 봤을까, 계속 숙이느라 뻐근해진 고개를 드는데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가오는데 모자에 마스크.. 익숙하다.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가오픈 마지막 날에 이 때즈음 왔던 손님이었다. 목소리 좋던 손님이잖아. 이번에는 메뉴판을 보는 시간이 좀 짧아졌다.
" 에그마요 하나 주세요. "
" 드시고 가시나요? "
" 아뇨. 포장해주세요. "
" 네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
역시 이번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꿋꿋이 서서 내가 샌드위치 싸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자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아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기 힘들었다. 그냥.. 샌드위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걸까?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샌드위치를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비닐봉지를 건네드리니 꾸벅 고개를 숙이며 나갔다.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저 남자에 대한 한 가지가 머릿속에 추가됐다. 에그마요를 엄청 좋아하나 보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남자는 계속 가게를 방문했다. 똑같은 시간대에. 이제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이 오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에그마요 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똑같은 시간이 가게 문이 열렸다. 오늘도 에그마요겠지? 자연스럽게 물었다.
" 에그마요 드릴까요? "
" 어, 어. 넵. "
" 포장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자기를 기억할 줄 몰랐던건지 대답하는 문장에 당황함이 서려 있었다. 아무렴 어때. 단골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어. 에그마요와 비슷한 사이즈인 햄치즈 샌드위치도 하나 싸서 비닐에 담아 건넸다.
" 자주 와주셔서 감사해서. 햄치즈도 하나 넣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
" 헉. 감사합니다. "
비닐을 한번 슬쩍 열어보더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쪼르르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나도 모르게 풉, 웃음이 나왔다. 생각 외로 귀여우시네.
다음날에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갔다. 점심시간을 불태우고, 자리에 앉기. 오늘도 내심 기대가 됐다. 에그마요 사 가시는 그 분 오시려나.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가끔 문이 열리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봤지만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었다. 종종 오시는 손님들을 맞다 보니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자꾸 시무룩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보지. 슬슬 마감하려고 고무장갑을 끼웠는데 딸랑 - , 벨 울리는 소리가 다급했다. 덩달아 급해져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오늘 온종일 기다리던 그 사람이다. 뛰어온 건지 헉헉거리며 계산대 앞으로 걸어왔다.
" 에그마요.. 아직 남아있죠. "
" 네! 지금 있어요. "
" 2개.. 2개 주세요. 아 햄치즈도 하나.. "
" 네 포장 맞으시죠? "
" 네네.. "
이제는 앞에 안 서 있으면 서운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앉아계시진 않으시네.. 척척 싸서 드리니 평소와 다르게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그대로 서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말없이 망부석처럼 기다리니 이윽고 입이 열렸다.
" 너무 맛있어요. 앞으로도 자주 올게요. "
"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
안녕히 계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곤 가게를 나갔다. 그 말 하려고.. 망설였던 거구나. 아까 그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 왜 이렇게 웃어 김여주. 정신 차려. 그 말을 속에 새기면서도 실실 웃음이 났다. 저 남자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오늘은 점심시간에 유난히 바빴다. 밖에 줄이 설 정도로. 알바를 구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그래도 샌드위치 집인데. 샌드위치는 내가 싸야지. 머리를 휙휙 털며 잡생각을 지웠다. 폭풍같던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멍하게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핸드폰 들 힘도 없다. 그냥 빨리 퇴근하고 싶다. 잘 팔리는 건 좋은데 너무 힘들잖아..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있는데 가게 문이 열렸다. 그 사람인가 싶어 반갑게 인사하려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대로 멈춰버렸다.
누가 봐도 저 연예인이에요, 하는 의상과 밝게 탈색한 머리.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백이면 백 저 사람 연예인이네.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움직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김여주 주문받아 뭐해.
" 주문하시겠어요? "
" 아.. 에그마요 하나 주세요. "
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그 사람이구나. 연예인이셨구나.. 놀란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큼큼. 목을 가다듬고 물었다.
" 항상 오시던 분 맞으시죠. "
" 네네. "
" 연예인이셨구나.. 몰랐어요. "
그래서 모자랑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던 거구나. 처음으로 마주 보는 얼굴은 환상 그 자체였다. 이래서 연예인 하는구나. 연예인들 실물갑이라는게 뭔지 여실히 깨달았다. 빨리 준비해드릴게요. 말하니 역시 오늘도 자리를 지키며 서있었다. 힐끔 보니 웃으며 샌드위치 싸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냥 재밌어 보여서 보는 건가. 샌드위치가 담긴 비닐을 건네니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하며 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목소리도 좋은데 잘생기기까지 했네.
바로 그 시간. 이제는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오늘도 정확히 시간 맞춰서 열리는 문을 보는데 어제와 똑같이 놀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나 연예인이에요, 하는 사람이긴 했는데. 맨날 보던 사람이 아니었거든. 계산대 앞에 서서 고민하는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 혹시.. 연예인이세요? "
" 아 네. 맞아요. "
" 아 그렇구나.. "
" 에그마요 두 개 포장해주세요. "
네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익숙하게 들리는 에그마요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송국에 에그마요가 소문이 났나..? 근데 또 가만히 서 있기까지 하는 거다. 샌드위치 싸는 걸 바라보면서. .. 이거 보는 것도 유행인가? 열심히 샌드위치를 싸고 있는데 남자가 물었다.
" 혹시 동혁이 아세요? "
" 동혁.. 이요? "
" 네. 해찬. "
" .. 아니요? 모르는 사람인데. "
내 대답에 남자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어잇. 여기가 아닌가. 누가 추천해줘서 오신 거에요? 남자에게 물으니 머리를 긁적였다.
" 에그마요 사다달라고 해서 사러 온건데. 여기가 아닌가 봐요. "
" 여기 자주 오시는 분이세요? "
" 네. 맨날 여기것만 먹는다고 했는데. "
" 아.. 항상 에그마요 사 가시는 그 분이시구나. 제가 이름을 잘 몰라서.. "
한껏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건네니 남자가 빵 터졌다. 괜찮아요. 머쓱하게 웃으며 비닐을 건네주니 받아들고서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맛있게 드세요!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나가려다 멈칫했다. 아, 제 이름은 기억해주세요.
" 전 제노예요. 이제노. "
여주가 고개를 끄덕거리니 다음에 또 온다는 말을 남기고서 나갔다.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우리 가게 단골분 이름은 동혁. 오늘 오신 분 이름은 이제노. 이름을 곱씹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이.. 오는구나 내 가게에도.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신나게 핸드폰을 들어 단톡에 토독토독 적어나갔다. 야 내 가게에도 아이돌 온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온몸이 쑤시네. 아까 낮에 아이돌 온다는 소식을 전했던 단톡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 이따 답장해야겠다. 너무 힘들어. 천장을 보며 멍 때리고 누워있는데 아까 곱씹었던 이름들이 떠올랐다. 동혁. 이제노. 근데 해찬은 뭐지? 아까 해찬이라고도 했던 거 같은데. 초록창에 해, 찬, 이라고 입력하니 프로필이 촤르륵 떴다. 엔도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애들이 좋아한다던 그 아이돌이구나. 연관 영상 뜨는 걸 보아하니 엔도시 드림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대 영상을 클릭하니 낮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춤을 추고 있었다. 와 춤도 잘 추시고 노래도 잘하시네. 음악 방송 영상이 단체 직캠 영상으로, 개인 직캠 영상으로, 페이스캠으로까지 연결됐다. 순식간에 직캠 탐방을 하고선 생각했다. 엄, 엄청난 사람들이었네. 특히 해찬이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에 나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안돼 김여주 정신 차려. 샌드위치 싸야지. 셀프 싸대기를 때리며 생각했다. 덕질하면 안된다 진짜로..
어쩐지 뻐근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어제 유튜브를 너무 봐서 그런가. 온 몸이 쑤셨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어, 동혁씨다.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세팅한 상태였다. 어느 거 드릴까요? 내 물음에 동혁이 곤란한 듯이 물었다.
" 오늘은 좀 많은데. 에그마요 6개에 햄치즈 1개.. 가능할까요? "
" 네! 가능해요. 근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서. 앉아서 기다리셔도 돼요. "
내 마지막 말에 아쉬운 듯 머뭇거리다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카운터 쪽에 머물러 있었다. 보는게 진짜 재밌으신가 보네. 그런 생각도 잠시, 많은 수량에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났을까. 샌드위치를 비닐에 차곡차곡 담았다.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무거운 비닐을 건네드리자 동혁이 멋쩍게 웃었다.
" 죄송해요. 힘드셨죠. "
" 아니요 괜찮아요! "
" 멤버들도 맛있다고 해서.. 항상 감사합니다. "
"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드셔주셔서.. "
밝게 웃으며 답하고 있는데 동혁이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아꼈다. 뭐 말할라 그러시는거지. 얼마 전 망설이던 동혁의 모습이 생각나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물어볼 거 있으세요?
" .. 혹시 배달도 하세요? "
" 아! 가까우면 걸어서 배달해드려요. "
" 그러면 내일 오후 4시까지 에그마요 6개랑 햄치즈 1개 잇테 방송국으로 배달될까요? "
" 잇테 방송국이.. "
" 요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에요. "
" 아 네 해드릴게요! "
" 그럼 오후 4시에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일 것까지 계산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 안녕히 가세요! "
얼떨결에 받아낸 배달에 기분이 멍해졌다. 아 까먹으면 안돼. 절대 안 돼. 다급히 핸드폰을 들어 캘린더에 배달 주문을 기록했다. 몇몇 회사원분들께 배달도 받냐는 질문을 받아 가까운 곳은 배달하고 있었는데 방송국으로 배달하는 건 처음이었다. 혹시 입구 들어갈 때 카드 같은 거 필요하면 어떡하지.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헐 나 동혁씨 번호도 없는데. 부정적인 생각들만 드는 걸 애써 털어냈다. 아니야 일단 부딪혀봐 김여주.
점심 영업을 마치고 '배달로 인해 잠시 영업을 중단합니다!' 라는 종이를 문 앞에 붙였다. 그리곤 어제 주문 받았던 에그마요와 햄치즈를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반듯하게 나온 샌드위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포장 용기에 넣었다. 준비는 다 됐고. 이제 배달하러 나가야겠다. 입었던 앞치마를 벗고서 패딩을 입었다. 야무지게 장갑까지 끼고서 가게 문을 잠갔다. 방송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쩐지 가볍다.
다행히 입구에서부터 막히는 일은 없었다. 들어가니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샌드위치가 잔뜩 들어있는 비닐을 옆에 놓고 털썩 앉았다. 번호가 없어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가만히 앉아 미어캣처럼 주변을 탐색하는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두 명이 걸어왔다. 동혁과 제노. 벌떡 일어나 비닐을 들고 동혁에게 건넸다. 여기요. 동혁이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하자 제노도 신기한 듯 쳐다보다 웃으며 인사했다. 맛있게 드세요! 하며 나가려고 하는데 앞으로 내밀어지는 동혁의 핸드폰이 내 발을 붙잡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동혁이 머쓱한 듯 웃었다.
" 앞으로 자주 시켜 먹을 거 같아서. 번호 좀 주세요. "
" 어, 어. 넹. "
잔뜩 떨리는 손 때문에 번호를 몇 번이나 틀렸는지 모르겠다. 연예인한테 번호를 줄 줄은 상상도 못했지. 이건 내 머릿속에 없던 일이라고. 제노도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려고 하는데 동혁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왜 그러지? 고개를 갸웃거리니 동혁이 미소 지었다.
" 제노한테는 제가 알려줄게요. 갖다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혁과 제노에게 꾸벅 인사하고 종종걸음으로 방송국을 나왔다. 물론 샌드위치를 시켜 먹으려고 번호를 달라고 한 거긴 한데. 번호를 따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손이 떨린 것도 물론 그 이유였다. 김칫국 마시지마.. 아니 근데 솔직히.. 아니 마시지 말라고..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내 속에서는 두 개의 자아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가게 문을 열었다. 일이나 하자. 일이나.
" 나도 줘. 네가 알려준다며 이동혁. "
" 제노 까부네 또. "
뭘 까불어잇. 네가 준다며. 네가 번호를 왜 받는데 이제노. 야 근데 너 저 분 이름은 알아? 헉. 동혁의 머릿속이 멈췄다. 어떡하지. 이름을 모르네. 머리를 쥐어뜯는 동혁을 본 제노가 깔깔 웃었다. 이름도 모르면서. 시끄러워진 둘 사이로 인준이 다가왔다. 뭔 일인데.
" 얘 계속 말하던 사람 있잖아. 샌드위치 사장님. "
" 아 이 앞에? 샌드위치 사왔냐? "
" 배달해주셨어. 그래서 얘가 번호 땄단 말이야. 근데 이름을 몰라. "
" 에휴. 이동혁이 그러면 그렇지. "
인준도 킬킬 웃으며 비닐에 있던 에그마요를 쏙 빼갔다. 동혁아 힘내고. 예의상 어깨를 몇 번 두드린 인준이 다른 멤버들에게 가며 소리쳤다. 얘들아 샌드위치 왔다~ 곰곰이 생각하던 동혁이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제노가 흘끗 보더니 정색하며 액정에서 눈을 뗐다. 괜히 봤네. 동혁의 고심 끝에 저장한 이름이 액정 위에 커다랗게 떴다. '샌드위치 사장님❤'.
샌드위치 가게에 처음 간 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맨날 똑같은 밥만 먹기 지겨웠는데 샌드위치 가게가 생겼다길래 궁금함에 방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가장 좋아하는 에그마요가 있었다. 에그마요 하나 주세요. 아무래도 가게가 연지 얼마 안돼서 그런 건지 동그랗게 뜬 눈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말없이 샌드위치 싸는 걸 구경하는데.
작은 손이 뽀짝뽀짝 샌드위치를 싸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는 거다. 식빵 위에 조그맣게 올려진 에그마요를 손으로 요리조리 핀다. 그러고서 식빵을 올리고 꾹꾹 누른 다음 빵칼로 조심스럽게 자른다. 얼굴을 흘끗 쳐다보니 입이 꾹 다물려있었다. 아 개귀엽다. 그 날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이 샌드위치 가게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매일 가니 나를 기억하는 건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에그마요 통이 옆에 자리해있었다. 에그마요 하나 주세요. 기다렸던 말이었는지 방긋 웃는 얼굴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졌다. 웃음이 전염되는 것 마냥. 자리에 가지 앉고 샌드위치 싸는 걸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약속인 것 마냥 바라봤다. 어느 날은 자주 와줘서 고맙다며 햄치즈 샌드위치를 서비스로 챙겨줬다. 가져가니 멤버들이 탐내는 걸 사수하고 혼자서 다 먹었다. 아 맛있엉. 매일매일 가게를 들락거리며 생각했다. 날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세팅을 마친 후에 샌드위치 가게로 갔다. 분명히 문을 열기 전까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는데 날 보고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어..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하긴 맨날 모자랑 마스크 쓰고 다니긴 했지. 삐걱거리며 주문 받는 모습이 귀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에그마요 하나 주세요. 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다. 감정이 얼굴에 다 나타나는 스타일이구나. 연예인이냐며 묻는 말에 긍정하니 신기해하며 샌드위치를 건네줬다. 가게를 나서는데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갈 기미가 안보였다. 이제 날 더 잘 기억해주겠지.
" 그래서 오늘은 그 사장님 제대로 봤냐? "
" 엉. 개귀여워. "
" 맨날 모자 써서 안 보인다고 꿍얼거리더니. "
" 귀여워서 미쳐버리겠음. 그 쪼그만 손으로 샌드위치 싼다니까. "
" 어련하시겠어요. "
인준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맨날 네 것만 사오지 말고 우리 것도 좀 사와. 알겠엉 우리 인준이~ 내 말에 인준이 정색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이 동그래진 모습만 생각하면 심장이 뛰었다.
하루는 시간이 없어 제노에게 부탁했다. 제노야 에그마요 좀 사다 줘. 너것까지 사. 요 앞에 있음. 내 카드를 받고 떠났던 제노가 제법 빨리 도착했다. 근데 제노의 표정이 미묘하다.
" 여기. "
" 감사. 근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
" 귀엽긴 하네. "
" 탐내지 마라. "
" 아 뭔소리야. 근데 너 이름 모르더라? "
제노의 말에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 내가 연예인인 걸 몰랐으면 이름도 모르겠네.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올걸. 그 뒤에 나오는 제노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그래서 내 이름 알려주고 왔어. 아니 너 이름만 알려주고 오면 어떡해!!! 소리를 지르자 제노가 귀를 막으며 말했다. 아잇. 너 이름도 알려주고 왔어. 제노의 말에 스르르 풀려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엉 제노. 그 옆을 슬금슬금 피하는 제노였지만 알 게 뭐야. 이제 내 이름까지도 기억하겠네.
집에 들어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아 노곤노곤해.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고 습관적으로 유튜브에 들어가 엔도시 드림 영상을 시청했다. 이제 자기 전에 해찬의 페이스캠을 보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됐다. 저 표정 연기.. 진짜 개쩐다.. 스멀스멀 입덕의 길을 걷는 것 같았지만 애써 외면했다. 아니 근데 생각해봐. 연예인 실물을 봤는데 안 빠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진짜 잘생겼는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괜히 혼자 찔려 핑계를 댔다. 영상도 다 봤겠다, 자려고 하는데 톡이 울렸다.
이동혁
안녕하세요 오늘 샌드위치 받아 간 사람입니다
내일도 주문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앗 네네! 그럼요
몇 시까지 가져다드리면 될까요?
이동혁
4시까지 가져다주시면 될 거 같아요
근데 내일은 대기실까지 올라오셔야 할 거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앗 저는 상관없어요!
이동혁
그럼 제가 미리 말해놓을게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
이동혁
넵
쉴새 없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부여잡았다. 나.. 나 지금 연예인이랑 톡한거지. 그런 거지. 미묘한 텐션은 하나도 없는, 지극히 공적인 연락이었지만 연락한 대상이 누군지 생각하니 눈치 없이 마음이 동요했다. 여주가 망연자실하며 핸드폰을 껐다. 오늘 잠자긴 글렀다.
떨리는 사람은 비단 여주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주문만 한 거 뿐인데 진짜 개귀엽다. 뭐지? 이제는 뭐가 정확히 귀여운지도 모르겠는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사장님한테 지독하게 빠졌다는 거. 소파에 앉아 실실거리고 있는데 재민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너 왜 그러냐. 뭐 잘못 먹었어?
" 아니 이거 봐. 귀엽지. "
" 도대체 어디가 귀여운건데. "
" 저 이모티콘 봐봐. 대답하는 말투도 귀여워. "
" 나 간다. "
쉴새없이 이어지는 주접에 단호히 대답하곤 미련 없이 소파를 떠났다. 동혁도 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눴던 대화를 끊임없이 다시 봤다. 동혁의 미소는 원체 사라질 기미가 안보였다. 내일 볼 생각에 짜릿하네.
오늘은 방송국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정말 미리 말을 해놓은 건지 딱히 막는 사람이 없었다. 카드를 찍고 들어와야 하는 곳에서도 관계자분께 얘기하니 문을 열어주셨다. 그렇게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빼꼼 열리며 동혁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멤버들로 보이는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으아 창피해. 빨리 가야지. 동혁에게 비닐을 건네주고 서둘러 가려고 하는데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 안녕하세요! "
" 어 어.. 안녕하세요.. "
" 샌드위치 진짜 맛있어요. 이제 다른 곳에서 못 먹겠더라고요. "
" 으앗 진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시켜주세요..! "
" 꼭 그럴게요! "
멤버들이 한 마디씩 얹는 말에 정신 없이 대답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아 창피해!! 이렇게 이목 집중되는 거 정말 익숙하지 않아. 머리를 짤래짤래 흔들며 방송국을 떠났다.
너 샌드위치 사진이 엔도시 드림 계정에 올라온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다급히 인스타를 들어가 계정을 찾았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정말로 샌드위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동혁은 한 입 물고 있는 사진이 찍혀 올라갔다. 글 내용은 우리는 오늘 샌드위치 먹었는데 시즈니는 뭐 먹었냐는 내용. 시즈니가 팬덤 이름인가보다. 막상 계정에 올라간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뭔 느낌이지 이건.
하루하루가 반복의 연속이었다. 바쁘게 점심 장사를 하고, 동혁을 기다리고. 그런데 매일 오던 동혁이 오늘도 오지 않았다. 좀 늦게 오시려나.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는데 마감 시간이 임박하는데도 익숙한 인영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왜 안 온다고 자꾸 실망하냐고 김여주.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생각해도 자물쇠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마감하고 퇴근하기 싫어서. 왠지 동혁이 올 거 같아서.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놀라서 일어나면 그 앞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서 있었다.
" 아직 열려있죠? "
" 네네. 에그마요 드릴까요? "
" 아니요. "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으니 동혁이 카운터로 걸어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동혁이 물었다. 마감은 언제 해요? 아 이제 곧.. 해야죠. 그러자 동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그럼, 퇴근하고 저랑 산책할래요? "
동혁의 물음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모든 사고 회로 정지. 숨까지 멈춘 기분이었다. 무슨 의도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나니 빠르게 뛰는 심장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무 말이 없는 내가 애탄건지 동혁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 응? 왜 아무 말이 없어요. "
" ... "
" 빨리 문 닫아요. 산책하게. "
동혁의 말에 홀린 듯 앞치마를 벗고서 외투를 입고 가게 밖으로 나와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자연스럽게 동혁과 눈이 마주쳤다.
" 시간 될 때마다 산책할까요. "
" 그, 그거.. "
" 맞아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그 의미. "
" ... "
사장님 좋아해서 매일 보고 싶다는 거 맞아요. 저돌적인 동혁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동혁과 걷는 길거리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냥 꿈 같았다. 연예인이랑 같이..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가슴이 세차게 뛰어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가끔씩 동혁과 눈을 마주치며 걷는 여주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봄바람이 불 수도 있구나, 라고.
사생은.. 없다고 생각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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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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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학.... 2022목펴 방송국앞에서 샌드위치가게 하기.....
맞습니다.. 제 목표도 방송국 앞에서 샌드위치 가게 하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