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공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백돌이를 본 일이 있는가.
새 공보다 헌 공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백돌이. 나는 백돌이가 아니라 싱글이고 싶다.
두 번 만에 올리고 차분히 기다리는 그 여유로운 싱글이고 싶다.
사무실에선 위대해지고, 필드 오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그늘집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이 큰 골프장 벌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화려하게 잘 친다는 오초아도 더블파를 했었는데….
새벽처럼 왔다가 기분 잡쳐 갈 순 없잖아. 내가 쓸 카드일랑 남겨둬야지.
돈이야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배판만들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날리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애타는 쪼루를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연습하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쭉방샷 때문인가.
골프가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뒤땅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캐디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캐디를 사랑한다. 너는 버디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버디를 하고 싶다. 너는 파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파를 하고 싶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간만에 잘 맞았지만 OB나서 멀리건 친 공에 건배!
골프가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많은 돈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점수도 내기도 실력을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돈이란 양파가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판 돈을 잃어도 매너는 후회 않는 것. 그래야 개평회수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해저드일지라도 해저드 귀퉁이서 나는 날리리.
메마르고 다 날린 지갑일지라도 배판에 한 방의 꿈을 접지 않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흔들어도 훅이나 슬라이스 영원하리.
내가 지금 이 러프를 뒤지고 있는 것은 웬수 동반자가 간절히 공 없기를 원했기 때문이야.
내 공인가 버섯인가 저 하얀 것. 잃어버린 공 오늘도 나는 가리 골프채 메고.
산에서 만나는 로스트볼과 악수하면
그대로 백돌인들 또 어떠리.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
골프를 시작하는 지도
어언 여려해가 되고
필드도 엄청마니 나다녔는데도
나갔다하면 맨날 백돌이..
골프 못쳐 열받고, 내기에 돈 꼴아 열받고
골프채 부러뜨려 버릴려고 글케 다짐했어도 못하고..
아 천날 만날 백돌이의 맘을..
못치는 백돌이들하고 하고 내기하면...
돈만 따먹지...사람은 따먹지 마세요...
돈 꼴고...자존심 마저 상하면...어떡해요...
아!! 나도 싱글이 되고싶다...
한 십년 열심히 하면 싱글 될라나???
* 백돌이는 외롭다.
친구와 지인들의 조롱을 한 몸에 받는다. 구력이 얼마인데 아직도 백돌이냐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가끔은 이런 말도 듣는다.
골프를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그래서인지 그만큼 골퍼들은 백돌이로 불리기를 싫어한다.
백돌이는 허구한날 세 자릿수, 즉 100타를 넘게 기록한다는 그 백돌이 말이다.
최근 골프계 한 인사가 백돌이를 위해 위와 같은 글을 썼다.
전국의 백돌이들에게 위의 글을 바친다. 이시대의 백돌이들이여 파이팅!!
첫댓글 백돌이의 비애를 어쩜 이렇게 비유를 잘 하셨는지...ㅎㅎㅎ 백돌이면 어떻하리~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이스 샷!!!
ㅋ 찔레님 올만에 뵙습니다 ~~ 가을이 깊어가네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