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밀가루가 빠져나간 몸

밀가루가 빠져나간 몸 땀이 줄줄 흐르고 잠이 안 오는 갱년기가 오자 여러 가지 음식 중에 집 앞 바게트 밀가루 들어간 빵을 자주 사 먹고 그동안 살이 푹푹 많이 쪘었다.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체중이 무거워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야만 했다. 앉아있을 때 주변에 누군가가 있으면 어서 일어나지 않고 저것 이것 좀 가져오라고만 시켰다. 움직이기 너무 싫었다. 피덩피덩 살이 쪄서 가까운 거리 웬만한 움직임은 하기 싫었다. 옷을 입으면 배가 볼록 나와 사진을 찍으면 배 좀 넣으라고 하는 말이 들렸고 그런 것이 1년 전까지 모습이었다. 물이나 우유를 몇 병씩 마시고 뱃가죽이 늘어났다. 출렁출렁거리던  뱃살 거울을 보니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신이 미워졌다. 사람 만남이 꺼려졌다. 그 후 많이 생각했다.걷기로 밤이든 낮이든 집을 나가 걷기로 했고그 후 허벅지 등 튀어나온 골반살 엉치살이 조금씩 차츰차츰 허리가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지 않았다. 기껏해야 옥수수로 만든 밤 빵만 먹었다. 그랬더니 싹 줄어드는 살, 손목이 가늘어지고 허리가 줄어들고 등살이 납작해져 볼록했던 뒷모습이 줄어들었다. 하루에 두 끼로 살고 있다. 빼빼 말랐다면서 병원 진단을 어서 받아보라는 등 떠밀듯 그대 씨 말 던진다.다이어트 중에 병원 왜 가느냐고 말하고 말았다. 결코 병원은 안 가겠다. 그대 씨는 여태껏 나와 살면서 한 번도 병원을 동행한 적 없다. 중한 곳이 고장이 나도 가보라고만 등을 떠민다. 그런 몰인정한 사람이 그대 씨다. 부모님이 편찮으셨을 때도 모든 거 내가 수습했다. 그대 씨의 특이사항 주삿바늘을 무척 겁내고 병원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병원 트라우마가 있는 거 같다. 70년대 후반 군에 가기 전 삼촌의 케이지 공장이 한여름 큰 화재로 인하여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공장은 방천시장 가는 길 코오롱이 이웃이었다는데 삼촌의 친구분인 코오롱의 어떤 귀한 분이 불을 끄려 왔다가 그만 그렇게 되셨다는데 인명피해가 많았던 그날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병원을 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주사 맞는 것을 무서워하고 병원 가기를 싫어한다. 그렇다고 치자. 아무튼 간에 무관심이 아니라 주사를 싫어하니 병원이 싫어 지고 안 가고 싶은 거라 이해하자. 하지만 섭섭할 때가 많다. 가령 출산하는 병원엔 안 오는 거라든지 중한 검사를 받으러 몇 번 갈 때라든지 절대 동행한 적이 없었으니. 아무리 말해도 안 먹히는 이런 것을 무관심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나로서는 그대 씨를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