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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재는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한국의 한 기업에서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던 중인 2019년의 어느 날, 중국의 한국계 회사 A에서 부사장 자리 제안이 왔다. 이미 여러 차례 넌지시 제안해 오던 것이 점점 확정적으로 되고 있었던 것이다. A사를 살펴보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가족과 떨어져 중국의 한 외딴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도 수락하기 쉽지 않았던 조건이었는데, 내가 이미 한국에 정착해 있고 멀지 않은 시기에 가족의 입국을 계획해 놓은 터라 완곡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의 어느 날 중국에 공장을 오픈하고자 하는 B사에서 현지 법인의 CEO자리 제안이 들어왔다. B사는 성공할 확률이 높고,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거주하던 지역이라 조건이 잘 맞아 들어갔지만 이 또한 완곡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나 혼자 다시 중국에 들어가서 다시 몇 년간 떨어져 지내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될 것으로 보였다. 싱글인 남자라면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면 되지만 유흥을 싫어하는 중년의 남자가 타국에서 또다시 홀로 장기간 지내야 한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부인의 남은 삶에 있어서도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가족이 따라 가면 될 것 같지만 재학 중인 딸아이에게 다니던 학교를 몇 달 만에 바꾸게 하는 것, 특히 국가까지 바꾸게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현재의 조직이 내 기여도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 흑자가 나기 전이라 인내하고 있기도 하고, 스카웃 제의가 왔다고 쉽게 옮기면 새로운 조직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므로 조건에 혹해서 –현재의 조직이 안정화되기 전에- 이직하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해당 업무에 최적이라고 보여지는 지인 C를 대신 추천했는데 C의 부인이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이 또한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해당 업계에서 은퇴한 베테랑인 C는 현재의 소일거리에 비해 훨씬 나은 조건이라 Job offer에 관심이 많았으나, -모아 놓은 자산이 충분하여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는- 부인의 시각에서는 ‘뭐가 아쉬워서 리스크를 안고 타국에서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도전을 좋아하는 남자와 안정을 선호하는 여자의 특성이 잘 보여 지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B사의 대표와 식사를 하며 정중히 제안을 거절하였는데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음을 절감한- 그분이 통찰이 담긴 한마디를 하였다.
“인재는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양질의 일자리에 어울리는 인재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구두를 제일 잘 닦으면 세상은 그를 구두닦이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정작 쓸 만한 사람이라면 이미 다른 회사에서 채어가 버리지 시장에 그냥 방치되어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해 봤지만, 내가 사장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겨우 1~2명에 불과하였다. 초기에 일머리가 괜찮게 보이는 부하 직원들이 있어서 업무 난이도를 C에서 B정도로 조금 올리면 곧바로 랙이 걸리며 딱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B를 지나 A단계까지 간 사람은 1~2명이 전부였던 것 같다.
사람들을 4단계로 분류해보자.
1.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
2. 멍청하고 노력하는 사람
3.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4. 똑똑하고 노력하는 사람
이상적인 케이스는 당연히 #4 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3의 범주에 머물고 만다. 현재의 부하직원들도 초기에 난이도가 낮은 C등급의 일을 주었을 때 곧잘 해내어 기대를 갖고 B등급의 일을 맡겼는데 매번 같은 실수를 해대며 발전하지 못하고 멈추어 버렸다. 내가 A급의 엑셀 양식을 만드는 교육을 수없이 했지만 그들이 만든 엑셀 파일은 여전히 초보 C급에 머물러 있으며, 그 조차도 수없이 까먹기 일쑤라서 며칠이 지나 확인해 보면 손도 안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모두 4년제 대졸자들인 것을 고려하면 일에 있어서 똑똑함이란 학력이나 학벌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 왜 그들은 B급으로도 못 올라가는 것일까?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인 현재의 한국에서 대졸 학력은 똑똑함과 전혀 치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이 졸업을 했다는 것은 한국에 대학교가 너무 많다는 방증일 뿐이다.
부하 직원 D는 [12개월 월급 + 1개월 치 보너스] 방식의 급여를 [13개월치 월급/12] 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총무팀의 말에 ‘그럼 보너스를 못받는 것이냐?’라며 버럭 화를 내었다.
예를 들어
- 매달 250만원 x 12개월 + 보너스 250만원 = 3,250만원/년의 조건을
- 매달 270.8만원 x 12개월 = 3,250만원/년의 조건으로 바꾸게 되면
D의 급여는 손실이 전혀 없을뿐더러, 나중에 받을 보너스를 미리 당겨 받는 것이므로 금리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이익이고, 회사가 도중에 파산하거나, 중간에 스스로 사직을 하여도 해당 개월수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미리 받은 것이 되므로 무조건 이익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한 질문을 한 것이다. 이런 수준인 D가 업무 시간에 주식 투자를 하였으니 일도 엉망이고 돈도 잃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뭐, 아파트는 오르지 않으니 그 돈으로 주식을 해서 더 벌수 있다고? 네가? 풉~(그게 몇 년 전이었으니 오르지 않았을 때가 아파트 매입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였었다)
문제는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 그토록 멍청한 판단을 내리는 D가 회사의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D는 업무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틈틈이 주식 따위에 손대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지적하면 ‘죄송하다’가 아니라 ‘당신은 안 하느냐?’라는 답변을 제일 먼저 하였다.(나는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주식을 거의 손대지 않았다)
멍청하고 게으른 D가 업무적으로 또는 자산의 크기로 사회의 상층부로 올라가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중견기업 이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수준이 딱 그만큼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2. 열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2개를 넘지 못한다.
회사일과 개인 자산 증식 모두에서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내가 부하직원들에게 ‘부자가 되고 싶으냐?’라고 물으면 모두들 당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자’라는 목표를 삶의 첫 번째 줄에 놓는 수고를 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열정적으로 하는 일이 한번에 2개를 넘어서기가 어렵기 때문에 순위가 3~4번째로 밀리는 일은 당연히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번에 2개를 해내는 경우도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에 한하고 대개 1개 정도의 것에 약간 몰두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를 막 사귄 회사원은 주말이 다가오면 여친과 어디에 놀러갈 것인가를 검색하느라 업무를 놓치기 마련이고, 캠핑이 취미인 회사원은 캠핑카를 끌고 휴가지를 향하는 몽상에 잠기느라 업무에 태만할 수밖에 없으며, 주식이나 코인에 빠진 사람은 주중에도 그것에 빠져 업무를 내팽개쳐버리고 말 것이다.
나의 경우 한국에 들어온 초기인 2018년 3월에서 가족이 들어온 2021년 2월까지 [1번: 회사일], [2번: 거주지 마련]인 경우가 많았고, 거주지와 관련하여 새로이 구매한 아파트의 대출을 일으키고 세입자를 내어보내는 며칠 동안은 [1번: 거주지 마련], [2번: 회사일]로 순서가 바뀌었다. 강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준비하던 잠시 동안은 [1번: 강의 준비], [2번: 회사일]었다가 강의가 루틴하게 흘러가게 되었을 때는 [1번: 회사일], [2번: 강의]로 도로 바뀌었다.
가족이 들어온 직후에는 [1번: 가족의 한국 적응], [2번: 회사일]로 잠시 바뀌었다가, 한국 생활과 관련한 세팅(외국인 등록 등 서류적인 일, 가구 구매, 아내에게 쇼핑 방법 교육 등등)이 끝나고 나자 다시 [1번: 회사일], [2번: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물론 잠깐씩 [2순위]로 밀려난 회사일의 양과 난이도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3배 수준을 능가할 테지만 말이다. 참고로 2018년~2019년 사이 1순위로 회사 일을 할 땐 너무도 정신없이 일하다 팔을 들 힘조차 없이 그냥 쓰러질 것 같아서 그대로 집에 가서 누워야 했던 적이 3번 있었다.(나의 기여도에 비해 보상은 터무니없었지만 나는 3배의 빠른 속도로 해당 업종을 마스터해 나갔다.)
위에서 말한 내 삶의 우선 순위에서 [1번]을 위해서는 [2번]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는 것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내의 외국인 등록같이 평일에 해야 하는 개인 업무를 위해서는 회사일이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가를 내었으며, 변수에 대비해서 미리 생산을 해두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였다.
3. 성공한 사람이 더 많은 실패를 한다.
대개의 경우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 횟수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많다.
운전을 하고 가던 어느 날, 앞서 가던 트럭의 앞쪽 상황이 궁금하였는데 트럭의 위치가 차선의 왼쪽에 쏠려 있어서 운전석 왼쪽으로는 전방 확인이 불가능하였다. 그 앞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차가 오른쪽 차선으로 반 정도를 옮겨가야 해서 포기하고 말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이 많을 것이다. 어떡하면 될까?
<전사경-1> [CASE 1]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해결책은 [CASE 2]이지만 옆 차선에 다른 차량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CASE 3]처럼 차의 맨 오른쪽 부분에 앞을 볼 수 있는 미러(Mirror)인 Front view mirror(전사경?)를 붙이면 될 일 아닌가?
자, 이 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몇 번의 실패를 하게 될까?
<전사경-2> 나는 다이소에서 핸드폰 거치대와 화장거울 하나를 사서 2개를 조합해 붙였는데 목적 달성에 실패하였다.[실패 1]
<전사경3> 나는 인터넷에서 볼록 거울 2가지를 사서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다.[실패 2, 실패 3]
<전사경-4> [실패 1: 맨 위의 핸드폰 거치대+사각 거울]을 1주일 정도 붙이고 다니다가 -> [실패 2: 아래쪽 검은색 볼록 거울], [실패 3: 위쪽 흰색 볼록 거울]을 추가해 모두 3가지를 붙이고 한참 동안 운행을 하였다.
<전사경-5> 그러다 [실패 2]의 4각 볼록거울에 YF소나타 후사경을 붙이면 어떨까 싶어서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실리콘을 이용해 부착하였다. 적당한 거울을 선정하기 위해 운전을 할 때마다 다른 차량들의 후사경 크기를 살펴보고 종류를 고르게 되었다.
<전사경-6> 자! 실제 적용을 해보자. 전방에 있는 은색 산타페 앞의 화물트럭은 윗부분만 보인다. 트럭이 아니라 승용차라면 산타페에 가려져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사경-7> 트럭의 옆부분이 잘 보인다. 잘 된다!
이 용도에 맞춘 전용 거울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요긴하게 써 먹고 있다. 나는 4번의 시도 만에 –완벽하진 않지만- 성공하였고 2~3달 동안 많은 고민을 하였다. 만약 상품화를 하고자 한다면 거울의 곡률, 흔들림 방지대책, 크기 증대 등 몇 가지를 개선하면 될 것이고 그때 다시 몇 번의 실패들을 거쳐야 할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한 가지 성공을 위해서 10번 정도의 실패는 흔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2~3번째에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많은 수의 사람들은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 뿐더러 녹록치 않은 세상 탓을 하는데 열정을 낭비하곤 한다. 진실은; 10가지 성공을 한 사람은 100번 정도의 실패를 했을 것이고, 별다른 실패를 하지 않았단 말은 곧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태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빈부격차를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현대의 발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상위권의 두뇌, 학력, IT 지식 같은 진입 장벽들을 요구하기에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하부 그룹(=대중)들은 최저임금이라는 Barrier(경우에 따라 장벽 또는 보호막) 내에 머물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선두 그룹의 프로페셔널함은 하부그룹들이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의- 도태 또한 자연의 섭리일 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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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의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창원과 서울에서 강의를 했는데 코로나때문에 잠정 중단 상태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글을 올릴 수 없는 본 카페의 룰에 따라 본 카페에 광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책도 사봤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일류기업이라면 구조조정 대상 1순위고요. 항상 손이 모자란 중소기업이라면 존버하면 결국 일정수준까지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그기간에 느끼게될 부족함과 모멸감, 내려가는 자존감과 내팽개쳐지는 자존심을 댓가로요.
부하직원들(특히 중국에서 일할 때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면 안해봐서 못하겠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에도 현장직원들의 경우 새로운 업무를 거부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대부분 귀찮아하죠.
새로운 분야의 일을 먼저 맡겼다는 것은 상관이 그나마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을 골랐을텐데 그것을 잘 못해낸다는 것은 일머리가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요. 일머리가 선천적으로 좋은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는 비슷한 일을 한 경험이 있으면 응용해서 쳐나갈 수 있게 되죠.
다른 방법이 없고 해당 업무를 하는 물리적인 양을 늘리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패턴이 보일 겁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때가 올거에요.
만족하실만한 사람은 직접 회사를 차리겠지요..
낯선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감사합니다. 책도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 살면 강의 들으러 갔을텐데 아쉽네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인재는 시장에 안나오죠
피나는 노력과 실패를 거듭하며 날을 갈고 갈아서
독립하여 날아가기를 원하는게 순리 아닐까요?
오랜만에 뵈서 반갑습니다. 올리시는 내용 잘 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글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독자이자 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