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 변윤제
어둠에선 왜 지독한 냄새가 돕니까
밤나무 곁 우두커니 서 있는 봄날 저녁의 그늘
그을음과 견과류의 소리가 들려오고
떨어지거나 굴러갈 것의 향기가 공기에 어립니다
밤의 고요 속 귀를 기울이면
새벽 내 흘러드는 밤하늘의 무수한 소리
잠 못 이룬 채 마당을 거닐 때,
혼자서도 너무 많은 대화를 해낼 수 있는 이유
뾰족한 것은 기실 제 안을 무참히 파고들기 때문에
밤 열매의 가시는 바깥이 아니라 자신의 그늘을 찌르는 것
나는 이제 낡은 이야기밖에 쓸 수 없지요
암에 걸린 엄마에게 걸려 온 안부 전화나,
부모가 아픈 날에도 찬란히 빛나는 사월의 달에 대하여
멀리 하늘 저편에서 밀려오는 희뿌연 안개
밤안개로 쓴 편지가 내 목을 희미하게 거머쥡니다
거울을 바라볼 때, 눈동자를 파고드는 무수한 풍경
너를 바라보는 순간, 너는 내 안으로 들어와 내가 됩니다
그러니 네가 죽으면 당신이 아니라 내가 죽어요
그것은 슬픔이 아닌, 완전히 지쳐버린 것,
버려진 동전 색으로 부식된 하현 아래
밤의 어둠을 그저 어둠으로 놔두지 않는 늙은 빛
그늘과 빛이 서로 얽히는 자리에서
나는 나의 이마를 쓰다듬고
당신의 머리맡을 지킵니다
죽음이나 삶이나 진실이나
진부하고 진부한 그 돌림노래 속에서
끝없는 인간 멜로디의 한 조각이 되어
ㅡ계간 《시산맥》(2024,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