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자체에 식물원이나 도서관이 많은 곳이 제일 부럽습니다. 뭔가를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데 저에게 있는 달란트가 있다면 당연히 주어야지요 좋은 일인데 ^^
행정을 하시는 분은 예산을 더 끌어와서 이런저런 시설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는 대책을 내놓더군요. 그분 말씀도 일리는 있어서 경청하고 제가 느낀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성남시립식물원은 남한산성 가까이 있고 주민들이 이웃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장소이자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성남시를 조망할 수 있는 근사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이곳에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고 찾아와도 조림지가 획일적으로 구별되어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식물원에 온 것이 아니라 공원에 산책나온 느낌이 든다. 먼저 이 두가지를 개선하고 다음으로 식물에 붙어있는 안내판에 꽃말이 없으니 꽃말도 함께 명기해 식물의 종류뿐만 아니라 꽃말에 얹힌 전설이나 사연들을 병행해서 알린다면 식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거나 너무도 당연해서 자연스러운 것들을 도외시 하는데 모든 시작은 처음 대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식물원은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고 그로인해 꿈을 심어주며 인성까지도 키워줄 수 있는 곳이다.
무궁무진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화가 무궁화라는 것은 알지만 '무궁무진'의 의미가 담기고 꽃말이 '영원.일편단심'이라는 것은 모른다 열차도 통일호 무궁화호.새마을호 순으로 고급스러워지는 데 이는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화보다 우위에 놓아 치적쌓기에 급급했던 단편을 보여준다.
좀굴거리나무의 꽃말은 김현식이 불렀던 노랫말처럼'내 사랑 내 곁에'다 얼마나 멋진가 세월호 참사 때 우리가 노랑리본을 달았던 것은 노란 개나리 꽃말이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막 줄기를 밀어올리고 있는 냉이 꽃말은'봄 색시 당신께 나에 모든 것을 드립니다'이고 석류는 '원숙한 아름다움 유자는 '기쁜소식' 비파는 '온화'다 금어초는 '오만과 탐욕'으로 오만과 탐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사연으로 담아놨다.
한 겨울에도 파란 잎을 내보이는 수호초는 겨울을 이겨내기 때문에 동장군이다.
복수초는 눈속에서 피어나 섬뜻한 느낌을 주는 복수초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수복강녕을 의미하는 '수복초'였으나 일제에 의해 의미가 전혀다른 복수초로 뒤바뀐 꽃이다.
이처럼 꽃말만 알아도 그 꽃은 예사로이 보이지 않을 것이고 이 식물원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것이니 지금이라도 바로 실행해야 한다.
산책로 양편으로 도열하듯 심어놓은 나무와 꽃은 마음에 경계를 두니 산책로를 화단 속으로 내어 꽃길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꽃길을 걷는 느낌이 들도록 약간의 변화를 주었으면 한다
야간에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교재용 천체망원경을 비치해 사계절 밤낮 모든 시간대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밤에 식물원을 이용하는 시민을 위해 야광표지판 설치하는 것도 제안해본다 . 제안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한다면 쉴 수 있는 의자를 많이 두어라 그것이 사람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할 것이고 관람객이 아니라 진정으로 꽃과 나무를 즐기면서 사색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제안을 해두고 왔으니 두고봐야죠 둥글래 꽃말처럼 고귀한 봉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우엉처럼 '인격자 나에게 두번 다시 손대지 마시오'가 될런지
크고 거창한 것만이 혁신이 아니라 생활속 소소한 변화가 기존의 관념과 관례를 넘어선다면 그것 역시 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