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4 모두 한국에 거점
세계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경기 오산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
부지 매입과 건설 허가를받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에 이어 어플라이드,ASML까지 한국에 세계적 반도체 장비사가 집결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는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경기 오산시 가장동에 위치한 11만7938m2(역 5426평) 부지를 매입했다.
주체는 어플라이드가 국내 R&D를 위해 신설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이노베이션엔터크놀로지다.
어플라이드는 센터에서 전자빔(e빔).삭각.증착 등반도체 장비를 최소 20대 이상 가동하고
국내에서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R&D센터 부지는 행정 구역상으로 오산 시내지만 지리적으로는 화성시와의 경계에 위치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접근성 등 지리적 이점을 최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플라이드가 센터를 가동하게 되면 한국에서 R&D를 수행하게 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장비는 물론 아직 출시되지 안은 신장비까지 한국에서 테스트하고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공정 기술과 제품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 및 R&D 인력 채용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플라이드가 R&D센터를 세우면 이미 센터를 운영하는 램리서치와 TEL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공동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힌 ASML까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톱4가 모두 한국 내 R&D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SK와 기술협력 강화 포석...국내 장비사 인력 이탈 우려도
반도체 장비 빅4, 잇달아 한 R&D 거점 마련
중요 고객사인 삼성.SK하이닉스
제조.장비사 간 공정 최적화 꾀해
국내기업 입지 약화 가능성 제기
정부 차원 국산화 투자.지원 필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한국 R&D센터 설립은 고객사,
즉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공동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 1,2위이고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톱3다.
시장을 과점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단연 앞서 있어 이들이 차세대 반도체 시장까지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진능(AI)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각각 39.4%와 31.4%다.
SK하이익스는 각각 35%와 20.2%를 기록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D램 74.4%, 낸드플래시 51.6%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세계 2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시장조사 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세계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TSMC 57.9%에 이어 2위다.
TSMC와 함께 세계 초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회사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갖는 세계 반도체 시장 위상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장비사들에 이들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어플라이드, ASML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사들이 한국에 R&D를 두려는 이유다.
램리서치는 지난 2022년 경기도 용인에서 R&D센터를 개소했다.
TEL도 같은 해 경기도 화성 R&D 시설 증축에 20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ASML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공동 R&D센터를 짓는데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네델란드 증착 장비업체 ASM도 2019년 경기도 화성시에 국내 첫 R&D.제조센터를 개소한데 이어
제2 R&D.제조센터를 2025년 가동을 목표로 1억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사들의 R&D센터가 국내에 속속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장비 확인을 위해 직접 해외 반도체 장비사를 찾아가야 했고, R&D인력들이 국가를 오가며 협업해야 해
효율이 낮았다.
국내 R&D센터가 생기면 재조사와 장비사 간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발 빠르게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 최적화 작업도 수월하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세계 반도체 장비사 간 파트너십 강화가 국내 장비사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해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해외 우수 기업의 한국 투자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국내 반도체 장비사는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인력이 세계적 기업의 한국 R&D센터에게서 일하며 배우는 노하우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 부품회사가 장비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와 국내 부품사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며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사와 정부 등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애 한다'고 말했다.
김겅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하다'며 '해외 기업이 국내 진출은
긍정적이나 공시에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