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녀석은 듣지 못한 듯 계속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
결국 내 팔에선 비명이 나오고 말았다.
-우두둑!-
"아아악! 야, 이놈아 제발 이 팔목은 놓고 뛰어가....!!"
복도 안에 내 처절한 절규가 울려퍼졌다.
으....의식이...멀어져 간다.......
어무니............
"............으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 몸이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어.........
"그 말, 정말이냐?"
"당연한 걸 물어보..어랏? 누구냐?"
"나다. 권상혁."
"너 어디 있냐?"
"네 밑에."
밑을 바라보니 상혁이 날 들고 있었다.
아까 그 붕 뜬 느낌은 이놈이 날 들어서였겠지.
"잠 다 잤으면 이제 그만 네 앞에 있는 전폭기 안으로 들어가시지? 난 지금 널 드느라 매우 팔이 아프걸랑?"
"아, 미안...잠깐. 그런데, 너 왜 날 들고 있는 거냣?"
"당연한 걸 묻는구만? 네가 기절해서 그냥 널 억지로 전폭기에 꾸겨넣으려고. 너 일어날 때까지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아시다시피 여긴 군대잖아?"
"이제 됐으니까 내려놓으시지?"
"정말로? 밑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시지?"
난 그 말대로 밑을 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낭떠러지였다.
나와 상혁은 그 낭떠러지 가운데 난 길 위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웬 전폭기 한 대가 엘리베이터 비슷한 것에 놓여있었다.
아무튼 그곳을 본 나는 상혁에게 이렇게 말했다.
"방금 한 말 취소."
"잘 생각했어. 그럼 빨리 저 전폭기 안으로 들어가라고."
상혁에게 밀리다시피 해서 나는 전폭기 안으로 들어갔고, 뒤를 이어 상혁이 조종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리모콘의 첫 번째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전폭기가 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폭기의 유리덮개를 닫은 후, 상혁이 내게 말했다.
"너, 아까 왜 기절해 있었냐?"
난 그말에 아주아주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당연히 너 때문이지. 네가 내 손목을 잡고 불나게 뛰는 바람에 나는 내 손목이 절단나는 줄 알았거든. 그리고 널 몇 번이나 불렀지만 네놈은 들은 척도 안 하더구만. 결국 팔목이 우두둑 꺾여 버렸고, 그 시점에서 난 기절하고 말았지. 뭔가 좀 찔리는 게 있지 않아? 상혁 군?"
"아하하하.......미안. 난 전투라는 말만 들으면 이성을 조금 잃걸랑..에헤헤헤..."
"됐다, 됐어, 너랑 더 이 논제에 대해 말하게 되면 난 오늘 제정신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애."
"역시 참모답구만? 탁월한 생각이십니다, 헤헷!"
그렇게 나와 상혁이 이야기하고 있는동안, 엘리베이터는 지상에 도달했다. 그러자, 상혁은 무기 점검을 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무전으로 사령부와 연락을 취했다.
"흠..여기는 켈베로스 3호 감전된 얼간이, 모든 이륙준비가 완료되었다. 이륙 허기를 바란다."
"치직...여기는 코어. 이륙을 허가한다. 3번 활주로에서 이륙하도록."
"라져."
곧 상혁은 전폭기의 엔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고, 3번이라고 씌여진 활주로로 전폭기를 이동시켰다.
우리가 탄 전폭기가 활주 리인에 들어서자, 활주로 양 옆에서 이상한 전자기 레일이 올라왔다. 그리고 엔진 버너부에 부스터로 추정되는 이상한 장치가 부착되었다.
나는 상혁에게 물어보았다.
"야, 저게 뭐냐? 내가 보기엔 리니어 레일 장치같은데?"
"맞아. 저건 리니어 레일이지. 그리고 이 전폭기 뒤에 설치된 장치는 리니어 부스터라고 하고. 자장을 최고속도로 가속시켜서 전투기가 이륙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장치이지. 적들에게 공습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야. 생각해 봐. 적들이 공습하고 있는데 우린 이제 활주로를 달리고 있다면 그건 완전히 적들에게 나 잡아잡수 하는 식이지. 그것을 막기 위해 이런 걸 만들게 된 거지."
"그래? 그럼...... 굉장히 빨리 올라갈 수 있겠군."
"히힛. 그렇지. 하지만 그만큼 뒷골이 때리는 장치지만, 엄청난 가속력 때문에 몸이 완전히 시트에 파묻혀 버리거든."
"아참.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누구? 기섭이와 천희 말이냐? 그것들은 육상전에 투입됐어. 아마 베히모스 부대를 컨트롤하고 있겠지. 칫. 자기들만 편한 거 하고 우리는 이렇게 가서 날파리나 떨궈야 한다니.....아, 그건 그렇고, 너 이번 작전명 들어 봤냐? 좀 웃긴데."
"뭔데?"
"해충 박멸 작전."
"작전명 한번 괴상하게 짓는군."
"넌 안 웃긴 모양인데? 뭐 이건 내가 지은 게 아니니까. 기섭이가 지은 거지. 비유하자면 육지에선 기섭이들이 바퀴벌레(카미카제 부대원이나 전차)를 때려잡고, 우리는 날파리나 모기들(적들 비행체)을 살충제로 뿌려 박멸시킨다는 의미가 되겠지. "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군."
"흐음...일단 강철, 넌 아직 전투기를 몰아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아직은 네 개인 전폭기를 사용할 수 없어. 하지만 다음 임무 때에는 너도 전폭기를 몰아야 할 거야. 그러니 이번 전투에서 내가 조종하는 걸 좀 보면서 배우도록 해."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좋아, 그럼 출발해 볼까?"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쥐고 있던 리모콘의 아래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리니어 부스터가 가동하면서 우리가 타고 있는 전폭기의 뒤를 강해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크윽.....이거 장난 아닌데?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내 생각대로, 부스터는 점점 더 그 가속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220..240...260......330. 좋아, 이륙이다! 강철, 꽉 잡아!"
"아윽...알았어...."
잠시 후에, 리니어 부스터의 연결이 해제되었고, 그와 시점을 같이해서 전폭기의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가동하기 시작했다.
"와하하핫! 내가 간다, 날파리들아! 버너 온(엔진출력강화)!"
곧 상혁은 조종간을 당겼고, 전폭기의 앞이 급격히 들어올려지면서 엄청난 속도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륙한 지 13초 만에, 우리가 탄 전폭기는 작전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흠. 역시 미스릴 사는 그 이름값을 하는군. 이 켈베로스는 정말로 성능이 뛰어난 기체라니까. 그리고 형태도 매우 스마트하고. 이륙한 지 13초만에 작전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종은 없거든."
"호오, 이게 켈베로스란 말이야? "
"그래. 너희 할아버지의 기업인 미스릴 사가 만든 최고의 걸작 전투기이지. 상당한 무장을 갖추고도 가장 빠르게, 가장 높게,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기종이 이것이니까. 게다가 다목적 전폭기라 도그 파이팅(공중전) 에서도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지. 뭐,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레이더나 켜 볼까?"
상혁이 레이더 표시 버튼을 누르자, 앞의 유리창에 레이더 영상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보조석의 기계 앞에도 레이더가 표시되었다.
그곳을 보니, 적색 점들이 12개 있었다.
"흠. 적기가 12대 있군."
"호오, 12대나 있다고? 방향은 어느 쪽이지? 난 레이더를 잘 볼줄 모르거든."
"남남동 방향. 그러니까 5시 방향."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봐야 겠군."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기수를 5시 방향으로 돌렸다.
한참을 갔을까?
드디어 적 비행체들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으하하하! 드디어 이 권상혁 님의 환상적인 도그 파이팅을 적들에게 보여줄 때가 왔군. 강철, 너도 잘 보고 있으라고. 아, 맞다. 강철. 지금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뭔데? 싸우는 건 너잖아."
"물론 싸우는 건 나지. 하지만 난 널 공중전이나 보고 있으라고 데려온 게 아니야. 뒤에 있는 계기판에서 이 전폭기의 무기를 컨트롤 할 수 있지. 네가 할 일은 내가 싸우는 상황을 봐서 적절한 무기를 내게 서포트하는 거야. 예를 들면 다탄두 미사일의 경우는 네가 발사갯수 설정 및 타깃 또는 공격범위를 설정해 주는 거야. 원래는 나 혼자 있으면 내가 일일이 그 작업을 했겠지만 지금은 네가 서포트로 있으니까 날 도와줄 수 있겠지."
"알았어. 무기 설정만 해서 너에게 발사권을 넘겨주면 되는 거지?"
"그래. 그럼 가볼까나?"
"니 멋대로 해.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이 기체엔 스텔스 모듈이 있다고 했는데 그거 안 써먹냐?"
"치사하게 그런 걸 왜 쓰냐? 난 어디까지나 모습을 드러내고 싸운다고!"
난 상혁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도출하게 됐다.
'그래, 너 짱먹어라.'
그러면서 레이더를 확인해 보니까, 적기 한 대가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음? 이봐, 적기 한 대가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데?"
"흠..정말이네, 어느 간덩이 부은 녀석이....이런!"
갑자기 적기가 우리 앞을 급선회하며 지나갔다.
"저거 미친 거 아니냐? 자폭할려고 환장을 했나..그런데 전투기가 뭐 저렇게 납작하면서 동글동글하지? 참 이상하게도 생겼군.안 그래, 상혁? 이봐?"
상혁이 대답하지 않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상혁은 마치 뭐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망할, 재수없는 게 걸렸군!"
"왜 그러는데?"
"밴쉬야."
"그게 뭐냐?"
"네가 말한 이상하게 생긴 저 비행기 이름. UFO 비행을 하는 매우 짜증나는 전투기지. 반중력 모듈을 부착하고 있어서 중력이나 기류에 구애받지 않아. 한마디로 상대하기가 마우 짜증나는 놈이지. 내가 지금부터 저 전투기가 왜 재수가 없는지 알려줄 테니 잘 봐둬."
그렇게 말하고는 상혁은 기수를 꺾어서 그 비행기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저 발칸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흠..조금만 더..조금만 더...지금이닷!"
그 말과 함께, 그수의 아래에서 레이저 발칸이 광선을 튀기며 레이저 탄을 그 밴쉬에 발사했고, 나는 곧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말도 안돼...."
"어때. 이제 이해가 가냐?"
레이저 탄이 박혀서 떨어져야 할 비행기가 수평으로 직각 이동을 해서 탄을을 피해 버렸던 것이었다.
저정도 비행을 한다면 웬만한 발칸포나 유도미사일은 무용지물이겠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우리가 공격했던 그 밴쉬가 우리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쳇! 뒤를 잡혔나?"
곧이어, 그 밴쉬의 양쪽 포신에세 녹색의 광선들이 발사되었고, 우리는 고도를 내려 그것을 피했다.
"이런 씨앙! 뉴트론 발칸!"
상혁이 욕지거리를 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밴쉬에게 욕을 퍼부었고, 나는 가만히 그 밴쉬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흐음. 저렇게 비행을 한다면 저 녀석에게 먹혀들어가는 무기는 단 하나밖에 없겠군. 바로 다탄두 미사일 밖에 없지. 그럼 그것을 한번 써볼까? 하지만 그것을 이용한 내가 생각한 작전은 적의 포진을 알아야 하는데....그렇다면...!!"
난 열심히 전폭기를 컨트롤하고 있는 상혁을 불렀다.
"어이, 상혁! 부탁이 있다.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엔진을 풀가동시키고 밴쉬 편대가 있는 곳으로 가!"
상혁은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미쳤냐? 지금 한 대로도 고생인데 그 떼거지가 몰려있는 곳으로 가면 어쩌자는 거냐?"
"나한테 좋은 계획이 있으니까 잔말 말고 가기나 해!"
"그 계획이 뭔지 좀 일고나 행동하자! 이런 씨앙!"
상혁은 말하고 있다가 그 밴쉬가 다시 공격을 가하자 욕을 한번 내뱉은 후, 그 공격을 피하면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이봐, 저렇게 움직이는 놈한텐 열 추적 미사일이고 레이저 체인건이고 나발이고 다 쓸모가 없어. 현재의 저놈한테 먹히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다탄두 미사일이지. 그 녀석은 미사일 한 기에 열 개의 분신탄두가 들어 있으니 살상범위도 넓지. 그거 23기로 저 놈들을 다 때려 부술 수 있어."
"이봐, 물론 니 말이 맞지만, 저 녀석 한 대를 잡으려면 그 다탄두 미사일 23기를 모조리 다 날려야 잡을 수 있다고. 그런데, 저 녀석을 포함해서 12대를 다탄두 미사일 23기로 잡겠다고, 이건 암만 봐도 이해가 안 간다!"
"하여간 일단 목숨 거는 셈치고 녀석들의 진형을 알아내봐! 어차피 이렇게 있다가 개죽음 당할 바에야 그게 훨씬 더 낫다고."
"한번 해 보지! 기대는 하지 마!"
그리고는 상혁은 켈베로스의 엔진을 최대 파워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밴쉬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전속력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알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밴쉬 편대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흐음..삼각편대구만? 그렇다면 작전이 들어맞게 되는군. 이거 운이 좋은데? 게다가 때맞춰 저녀석들도 우릴 잡으려고 2기를 더 보내서 저 망할 추적자 녀석을 도와주고 있어. 덕분에 가운데에 공간이 뻥 뚫렸고 말이야. 아주 나이스 타이밍이군. 이봐, 상혁!"
"왜 불러? 저것들 공격 피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저 따라붙는 것들을 유인해, 그리고 고도를 낮춰서 저기 보이는 삼각편대의 빵꾸난 곳으로 들어가! "
"뭐라고? 너 지금 정신나갔냐? 지금 쫓기는 꼴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그 상황에서 저길 들어가라고? 그랬다간 우린 벌집이 될 거라고!"
"작전이 있어! 잘만 하면 지금 따라붙는 3기의 밴쉬들도 박살날 뿐더러 여기 있는 12기의 밴쉬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단 말야! 일단 들어가기 전에 다시 말할 테니 어서!"
"제기랄, 난 이제 몰라! 에라, 이것들아,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그렇게 말하면서 상혁은 고도를 낮췄고, 내가 말한 삼각편대의 중심을 향하여 고속으로 출력을 올렸다.
편대의 중심이 가까워질수록 편대는 간격을 벌려 뉴트론 발칸을 소아 대기 시작했고, 뒤에 있는 녀석들도 닥치는 대로 탄알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 켈베로스에도 그것이 몇 발 적중되었다.
---퍼어엉!----퍼엉! 퍼엉! 퍼엉!---------
뉴트론 발칸이 직격하자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우악! 이런 망할 것들!"
하지만 이 켈베로스의 장갑이 월등히 센지라 고속비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마침내 중심이 가까워지자, 나는 상혁에게.
"스텔스 모듈을 작동시켜!"
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내 작전의 의미를 알아들은 상혁은
"아하! 바로 이거였구나!"
하면서 스텔스 모듈을 작동시키고 전속으로 구멍을 향해 돌진했다.
--쉬이이이익----
곧, 켈베로스는 밴쉬들의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뒤따라 오던 3대의 밴쉬는 중력제어모듈을 쓸 새도 없이 편대의 밴쉬와 부딫혔다.
-----콰아앙..----
"나아아아아이쓰! 다섯 대가 한번에 박살나다니!"
"얌마! 빨리 기수를 아래로 180도 꺾어! 지금이 나이스 타이밍이란 말이야!"
"아? 알았어!"
다급해진 내가 소리를 빽 지르자, 상혁은 기수를 즉시 지상으로 향해 180도 기울였다. 그러자, 켈베로스는 밴쉬들의 편대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꼴이 되었다.
"상혁아! 지금이다! 어서 다탄두 미사일을 퍼부어 버려!"
"오케바리!!!"
곧, 켈베로스의 배 부분에 있던 2개의 미사일 팩에서 다탄두 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었고, 다탄두 미사일들은 밴쉬 편대의 위에서 일제히 분산탄들을 뿜어내려 분산탄 소나기를 만들어냈다..그리고, 잠시 뒤.
--퍼어어엉!!!!---------
굉음과 함께, 밴쉬 편대는 잿가루로 변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와하하하! 강철, 넌 진짜 천재야! 어떻게 분신탄 23기로 내가 한대밖에 박살내지 못한 밴쉬 편대를 전멸시키다니!"
"그냥 무기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내린 작전일 뿐이야."
"네네네네...어련하시겠어. 어쨌든 대단했다. 그런데, 너 그거 작전명은 지었냐?"
"아니. 그냥 급히 생각난 거라 제목 따위는 없어."
"그럼 내가 그 작전 이름을 지어주지. 음..이게 어때? 에프 킬라 작전. 어때, 멋있지 읺냐?"
"........."
"어라? 왜 말이 없냐? 아항..내가 말한 이름이 너도 마음에 든 모양이군. 좋아, 앞으로 네 작전을 에프 킬라 작전이라고 부르마, 하하핫!"
'완전 지멋대로군. 그리고 난 그 이름이 매우 마음에 안 들어. 에프 킬라가 뭐냐? 유치하게시리....작전 이름에 살충제가 붙은 건 아무래도 이 부대만의 특성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상혁이 내게 말했다.
"좋아!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으니까, 이긴 기념으로 내가 한 턱 쏘지. 어때?"
"나야 그래주면 고맙지."
"좋아..가지! 그전에, 및에 있는 녀석들에게 연락 좀 때리고. 아마 다 끝났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상혁은 무전기를 켜서 아래쪽 부대와 교신하게 시작했다.
"여기는 감전된 얼간이, 음침한 놈 나와라."
"치직.여기는 음침한 놈,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아무려면 어때? 상황은 어때?"
"치지직...이쪽도 끝났다...그쪽은?"
"이쪽은 끝났다. 아주 멋있게, 그레이트풀하게, 캬하하하!"
"...아까 네가 비행하는 것을 봤는데, 그게 정말로 네가 한 비행 맞냐?"
"당연하지, 내 환상적인 묘기로 유인한 후에 내 생각..에헴!(내가 째려봤다)아니, 강철의 에프 킬라 작전으로 한 번에 끝내 버렸지 에헤헤헤...."
"뭐야, 결국은 강철이 조언해 줬다는 거잖아. 네 실력이 아니구. 설마 했는데...기대한 내가 바보인가? 그리고, 그 에프 킬라 작전은 또 뭐냐? 유치해 죽겠군. 무슨 작전명에 살충제 이름을 붙이냐? 도라이같이 말이야."
"뭐시라? 니가 뭔데 내 작명 센스를 무시하는 거냣!"
"아..시끄러, 말싸움은 사양이다. 좀 피곤하고, 배도 고프니까. 무엇보다 너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뇌가 쥐를 일으켜."
"쳇! 나도 네놈과 말싸움하고 싶은 생각 따윈 없다고. 그런데, 너, 또 플라스마 사이드를 쓴 거냐? 위에서 보니까 완전히 다 깨져 있더군."
"난 귀찮은 건 질색이야. 속전속결이 좋지. 누구 말마따나."
"아아, 어련하시겠어. 천희는 뭐해?"
"그녀석? 지금 내 옆에서 블레셋 건을 수리중이다."
"그래? 그럼 난 기지로 귀환하겠다."
"니 마음대로 해."
교신이 끝나고, 상혁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 음침한 바보가 말하길, 니 멋대로 하랜다. 즉 귀환하라는 거지. 그럼, 우리도 가자고!"
"그래..나도 가서 좀 쉬고 싶다. 이렇게 긴장해 본 건 처음이야."
"헤헷! 가서 푹 쉬어. 그럼 가 볼까?"
그러면서 상혁은 켈베로스의 기수를 북서쪽으로 돌렸고, 우리는 기지로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기지에 가까이 왔을 때, 갑자기 무선이 들어왔다.
"여기는 감전된 얼간이."
"여기는 음침한 놈. 너,그러고보니 아침에 왜 식당에 안 나왔지? 내가 분명히 사열식 끝나고 식당에 오라고 어제 말했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상혁은 얼굴이 핼쓱해졌다.
"무슨 소리 하냐? 난 못 들었는데?"
"못 들었다고? 그럼 다시 말해 주지. 내가 강청과 헤어지고 방에 가서 네놈한테 인터폰으로 내일 아침에 사열식 끝내고 강철과 같이 식당으로 오라고 했었다. 이젠 알겠지?"
"아하...하하... 아, 그거, 그게..그러려고 했는데 말이지,,싸이코 박사님이.."
"변명 따위는 듣고싶지 않다. 하여간 내 말을 무시한 대가로, 넌 나한테 했던 약속 중 하나를 지켜 주셔야겠어."
"윽."
"이따가 반드시 식당으로 오도록. 그곳에서 내가 어제 말한 대로 야채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철저하게, 아주 친절하게 알려 주지. 아, 도망갈 생각은 안 하는게 좋아. 만약 그랬다간 주방장한테 말해서 전부다 채식요리로 바꾸어 버릴 테니까. 드래곤인 너에겐 좀 타격이 매우 클걸? 그럼 이따가 보지."
"야, 잠깐만, 야 임마! 이 망할 놈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잡음 뿐이었다.
"치지직........"
그날,
나의 첫 전투가 있었던 날.
맑은 하늘에 석양이 우리가 탄 켈베로스를 아름다운 붉은 빛으로 물들일 때,
난 석양에 대한 감상 대신에 한 인간, 아니 드래곤의 처절한 절규를 들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