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모델로 오래도록 왕좌를 유지할 줄 알았던 쏘나타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신형 쏘나타가 부진을 털어낼까? 앞서나온 팰리세이드처럼 성공한다면 옛 명성 찾기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요즘 쏘나타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가지 못하고, 권력이 막강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쏘나타가 처음 나온 때가 1985년이니 벌써 35년이나 됐다. 세대수로만 7세대다.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과 성과는 대단하다. 중형차이면서 국민차 반열에 올랐고, 오랜 기간 판매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박혀서 쏘나타의 위상이 흔들리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강한 쏘나타도 언제부터인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7세대 LF부터 부진의 징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쏘나타의 뒤만 쫓던 경쟁차들이 쏘나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해서 쏘나타가 독주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사람들의 눈높이도 예전 같지 않아서 쏘나타 위급 고급차나 수입차로 눈을 돌린다. 과거에는 쏘나타만 타도 성공한 중산층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그랜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더구나 SUV가 워낙 강세이다 보니 세단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동급 수입차들이 쏘나타와 비교해 가격만 비싸고 내용은 부실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 요즘에는 대중차도 고급화에 주력하는데 쏘나타는 여전히 대중적인 중형세단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쏘나타라는 차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하다.
쏘나타의 부진은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해 판매량은 6만5846대. 분명 나쁜 성적은 아닌데, 1위인 그랜저의 11만3101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등수로 치면 트럭인 포터를 제외해도 내수 6위다. 한때 1년에 15만대 가까이 팔린 때도 있으니 숫자만 놓고 본다면 추락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순위를 보면 1999년 이후 2010년까지 계속 1위를 지키다가 2011년부터 1위에서 내려왔다. 2014년과 2015년 잠시 1위 회복하고 나머지 연도는 2~4위를 오갔다. 쏘나타 판매량은 택시를 상당수 포함하기 때문에 실질 등수는 더 낮다고 봐야 한다.
계속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상위 차종으로 수요가 이동한다고 해도 쏘나타는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없다. 아예 시장이 죽었으면 모를까 아직 수요는 살아있다. 차만 잘 만들어 내놓는다면 다시 영광을 되찾을 기회는 남아 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려볼 만하다. 단, 최신 트렌드에 맞게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난하게 찾는 대중차가 아니라, 특색 있고 고급스러운 차로 변신해야 한다.
며칠 전 8세대 신형 쏘나타(DN8) 공식 정보가 나왔다. 신형 쏘나타는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 선보인 르필루즈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양산차가 대부분 그렇듯 주요 요소는 따오지만 콘셉트카 하고는 차이를 보인다. 일부에서는 콘셉트카에 좀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일치율은 기대보다 좀 낮지만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적용해 이전 현대차 모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위급인 그랜저의 수요층도 연령대가 낮아진 만큼, 쏘나타도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파격적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스타일이다. 파격을 추구한 YF가 성공하고 표준으로 회귀한 LF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 쏘나타도 호불호 논란은 예상되는 데 익숙해지면 좋은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형 대중 세단이 ‘평범한 표준’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타일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첨단화, 고급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파워트레인은 최근 현대차가 미는 스마트스트림을 얹는데 1.6L 터보, 2.0L 가솔린과 LPI, 하이브리드 4종류다. 2.0L 가솔린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kg·m, 17인치 타이어 기준 연비는 13.3km/L다. LPI는 146마력, 19.5kg·m, 10.3km/L. 2.0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한다. 1.6L 터보와 하이브리드 모델 제원은 정식 공개하지 않았다. 소문에 따르면 N과 N 라인도 나온다고 한다. 고성능 모델에는 2.5L 터보를 얹는다고 알려졌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가성비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기술과 장비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바뀌고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 운전자 보조 기능은 기본으로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출입하고 시동을 거는 디지털 키, 스마트폰 연동 빌트인 캠(블랙박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헤드업 디스플레이, 12.3인치 클러스터, 피렐리 P-제로 타이어 등 신기술과 고급장비를 대폭 늘렸다. 통상적인 중형 세단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높은 급으로 안전·편의장비를 갖췄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가격이다. 상품성이 높아진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판매 확대를 위해 낮추기도 힘들다. 위로는 그랜저, 아래로는 아반떼가 있어서 가격 책정에 따라 판매 간섭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그랜저와 아반떼는 주력 차종이라 판매 간섭이 일어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쏘나타 왕좌 회복을 위해 한 쪽이 희생하는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이전 쏘나타 가격 범위에서 변동을 주기는 쉽지 않다.
가격이 나온 2.0 모델은 2346~3289만원이다. 현재 쏘나타 뉴라이즈 2.0 모델 가격은 2219만~2919만원으로(트림별 기본 가격 기준, 렌터카 및 장애인차 제외), 신형은 적게는 127만원에서 많게는 370만원 올랐다. 뉴라이즈 최고가 모델은 2.0 터보 3233만원이었는데, 이보다도 56만원 높다. 2.0 최고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이 뉴라이즈 터보 역할을 하는 구성이라면 가격대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랜저 하위 트림 두 종(3112만원, 3235만원)보다 가격이 높다. 첨단장비를 갖추고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늘 그래왔듯이 최소한만 인상해 실질적으로는 인하 효과를 낸다는 식으로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리라고 본다.
가격이 올라도 가성비에서 합당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인상에 대한 반발심은 줄어든다. 신형 쏘나타는 가성비가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상세한 사양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 발표된 내용으로 본다면 이전 세대보다는 가성비가 높아졌다. 평범한 대중차에서 준고급차로 급이 높아져서 체감 가성비는 더 높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과거 명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따지면 두 배는 팔려야 예전 수준을 회복한다. 팰리세이드만큼 대박이 나지 않고는 달성하기 힘들다. 그러나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처한 환경이 다르다. 팰리세이드는 비어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을 파고들었고,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SUV에 속한다. 대부분 사람이 싸게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가성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형 쏘나타는 이미 꽉 찬 시장을 공략하는 데다가 세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위로는 간섭이 없고 아래로는 싼타페와 시장이 겹치는 팰리세이드와 달리, 쏘나타는 위로는 그랜저가 버티고 아래로는 가격 인상으로 아반떼와 가격 차가 더 커졌다. 팰리세이드가 파격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쏘나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완전 신차인 점, 가격은 올랐지만 이전 쏘나타 가격 범위 안에서 가성비를 높인 점, 요즘 추세에 맞게 고급화를 이룬 점에서 구매자들을 끌어모으리라 예상한다. 팰리세이드만큼 대박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추락에서 반등으로 상황 전환은 충분히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