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영화 <드라이빙 미 데이지>는 흑인 차별이 극심하던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차별을 넘어선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흑인이 차별 받던 당시의 인식을 그대로 담으면서, 그래도 의식이 있는 전직 교사출신의 노년의 중산층 백인 여성과,(사진, 데이지와 호크)
흑인 남성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깐깐하고 예민한 백인 데이지 역에 제시카 텐디, 성격 좋은 흑인 호크 역에 모건 프리먼입니다. 대비되는 두 인물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 특히 데이지가 호크를 대하는 방식과 그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데이지는 어느 날 차를 몰고 나가려다가 실수를 하고, 노모의 운전이 불안해진 아들 불리(댄 애크로이드)가 데이지의 운전기사로 호크를 고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데이지의 성격이 워낙 까다로운 터라 호크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데, 호크의 넉살스러움과 인품 덕분에 데이지는 결국 호크가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됩니다. 데이지와 호크는 당시의 백인과 흑인이라는, 인종상의 뚜렷한 차이뿐만 아니라 성별, 경제적 여건, 성격 등 모든 것이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영화는 두 캐릭터의 성격 대비를 통해서 드라마를 끌어가는 모습입니다.
데이지는 까다로운 성격을 바탕으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나옵니다. 스스로 자신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불리와의 대화를 통해서나 평소 호크를 대하는 것을 보면, 데이지 자신도 모르게 호크를 동등한 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보다 하위에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사진, 호크와 데이지)
영화는 데이지를 탓하지 않습니다. 데이지와 같은, 의식 있는 사람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잘못된 인식을 꼬집고 있습니다. 데이지는 영화 안에서 변화하는 인물입니다. 그 변화는 호크로 인한 것입니다. 반대로 호크는 변화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데이지와 상반된 성격을 가진 호크의 일관된 모습을 인상적으로 비춥니다. 호크는 운전기사로 고용된 후 자신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데이지에게 유들유들하게,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하면서 다가갑니다. 그 넉살과 솔직함이 균형을 이루면서 과하지 않게 데이지의 마음을 파고들지요. 그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타당한 명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호크와 데이지는 더욱 동등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데이지는 호크로 인해 변화하고, 호크 역시 데이지의 운전기사로써 돈을 벌면서, 데이지의 도움으로 글자까지 배우게 됩니다. 두 인물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상생하게 되는 모습이 비쳐지고, 마침내 영화는 두 인물 특히 데이지가 호크를 완벽하게 신뢰하는 모습을 비춰줍니다.
영화는 데이지가 사회적인 영향이든 개인적인 이유든,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었던 흑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둔 채, 호크의 경우는 백인에 대한 적대감을 전혀 갖지 않는 인간적인 면모를 전면에 내세운 인물로써 관계를 맺게 합니다. 이 영화는 두 인물을 완전히 대비시키면서도, 스펙트럼의 양끝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선한 인물들의 조화를 통해, 이야기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의 시대에, 그 장벽의 실질적 피해와 의식상의 피해를 보고 있는 두 인물을 보여주면서, 그 사회적 한계를 제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사진, 깐깐한 데이지...그러나)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간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입니다. 이 영화는 1990년 6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각색상, 분장상을 받았고 데이지 역의 ‘제시카 탠디’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니다. 당시 81세로 최고령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기록되었으며 영화 개봉 5년 뒤 눈을 감습니다.
* 줄거리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72세인 데이지는 유대인으로 자존심 강하고 성격이 깐깐합니다. 어느 날 이 할머니는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데, 아들은 노령에 운전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고 흑인 운전사 호크분)를 고용합니다. 하지만 흑인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데이지는 호크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다가 마침내 성공합니다. 부엌 선반에 있던 연어통조림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호크가 그것을 훔쳤다고 생각한 데이지는 그를 내쫓으려 합니다.
그런데 출근을 한 호크가 어제 연어통조림을 자기가 먹었다면서 새로 사 온 통조림을 선반에 갖다 놓습니다. 데이지의 생각이 빗나가면서 이 일을 계기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호크와 함께 남편의 묘지를 돌보던 데이지는 그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전직 교사였던 경험을 살려 글 읽는 법을 가르치고 책도 선물합니다. 이렇게 해서 성별과 나이, 인종, 종교,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갑니다.(사진, 정원 일을 하는 두사람)
그리고 오빠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던 중 만난 백인 경찰들이 호크를 인종차별적으로 대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정작 유대인인 자신도 똑같이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대인 교회당에 폭발사고가 나는데 이 소식을 데이지에게 전하면서 호크는 어렸을 적 친구의 아버지가 백인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말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의식을 일깨우게 되고 흑인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된 데이지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 후 데이지는 호크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늙어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25년이 지났습니다. 치매에 걸린 데이지는 양로원으로 들어가고, 호크 역시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호크는 틈날 때마다 데이지를 찾아가(사진, 양로원에서 데이지에게 케이크를 떠먹여주는 호크)
그녀의 말동무를 해주는데 그녀는 의무적으로 찾아오는 아들보다 생의 마지막 길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호크에게 더 강한 신뢰를 보냅니다. 그리고 영화는 호크가 데이지에게 케이크를 떠먹여주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 영화에서 나오는 드보르작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
이 영화는 영화 음악의 귀재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아서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데이지가 따스한 햇살이 드는 벤치에 앉아 흥얼거리며 듣던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Rusalka)’에 나오는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이 오페라는 체코 판 ‘인어공주’인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물의 요정인 루살카는 왕자를 사랑해서 마녀의 도움을 받아 결혼에는 성공하나(사진, 루살카에서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신분이 들통 나는 바람에 왕자가 변심을 하게 되고, 결국 루살카도 연못으로 다시 돌아가서 세상 밖으로 못나오게 된다는 슬픈 결말입니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루살카가 왕자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달에게 비밀스럽게 털어 놓는 내용으로 유명 소프라노들이 자주 솔로곡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전체 분위기는 비극적이지만 멜로디는 매우 아름답고 드라마틱합니다. 젊은 시절의 소녀 같은 꿈을 간직하며 흥얼거리는 할머니 데이지의 모습에서 ‘사랑의 마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오묘한 조화처럼…
“하늘 높이 빛나는 달님이여~
당신의 빛은 넓고 넓은 세상을 돌면서
사람들을 들여다보지요.
달님이여 잠깐만 그 자리에 멈추고
사랑하는 내 님이 어디 있는지 말해 주세요.
그리고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해주세요.
내가 그를 지금 꼭 껴안고 있다고~
내가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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