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볕들날이 없다. 2000년 들어 더욱 그러하다. 지구촌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언제 웃어보았는지 모를 지경이 되어 버렸다. 2000년들어 이른바 패권전쟁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의 샅바싸움에 지구촌은 이제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집안으로 치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에 집안에 두려움과 어두움이 짙어지고 형 누나 동생들은 부모 눈치를 보느라 하루하루가 정말 피곤할 지경이다. 부모싸움에 자식들은 그냥 넌더리를 치는 상황이다. 이래서야 가정이 제대로 운영될 리도 편하게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집안에 욕설과 주먹이 난무하니 집안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게다가 편을 가르고 줄까지 세운다. 마지못해 특정 편에 섰지만 그게 편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바로 지금 지구상에 벌어지는 상황이 바로 그렇다.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자국 이기주의가 난무한 적은 아마도 지구상에 호모사피언스가 등장한 이후 처음일 것이다.
미중 경제전쟁의 일환으로 등장한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정말 난형난제이자 못난이들의 대합창이다. 미국이 중국을 노리고 벌이는 반도체 수출 통제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질세라 중국은 며칠전부터 차세대 자원으로 일컬어지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 급박하게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중국이 이른바 자원 무기화를 전방위적으로 시도할 경우 그 파급력과 파괴력은 실로 가공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특정 자원의 수출 통제는 이중 규제를 둔다. 중국안에서 이들 자원들을 외국으로 수출하려고 할 경우 수입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상세하게 중국 상무부에게 알린 뒤 그 뒤에 국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수출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특수 자원 그러니까 갈륨과 게르마늄을 사겠다는 나라는 거의 모두 미국이나 일본 대만 한국 그리로 EU국가들이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이른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하겠다는 그런 나라들이다. 중국이 바로 그런 나라를 겨냥에 특수 자원을 팔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맞춰 다른 자원들도 점차 통제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지금 중국이 취하는 일부 특수자원의 수출 통제로 인해 전세계 산업이 아주 큰 문제를 겪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미국과 중국의 갈등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경우 그리고 자원 전체가 무기화될 경우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중국은 자체적으로도 자원이 풍부하고 광대하지만 전세계에 걸쳐 다양한 광물을 자국의 휘하에 두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말이다. 세계 패권의 야망을 품은 뒤에 야금야금 전세계 주요광물을 독점하려 한 것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지금 바로 그런 자원으로 미국의 목졸임에 대항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기업 2곳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른바 위구르자치구에 존재한다는 강제 노동은 원래 반 중국 세력이 중국에 먹칠을 하기 위해 꾸며낸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지금 신장 위구르의 인민들은 확실한 노동 권익을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기업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굳게 수호하기 위해 동원할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체 자원에 대한 무기화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미중의 패권전쟁은 결과적으로나 과정적으로나 전세계를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전세계를 몰락의 구덩이로 밀어넣는 행위이다. 두 나라 모두 자신만이 이 세상 1위 국가, 제 1의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그런 무자비한 야심에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래가 없는 폭염과 폭우 등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전세계적인 후퇴가 불가피하다. 일부 국가의 성장률이 조금 상향조정됐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로 노려보며 결정적 한 방을 노리는데 어떻게 글로벌 유통이 원활히 되겠는가. 중국은 중국대로 수출저하와 경제 후퇴가 현실화되고 있다. 양강의 치열한 대립속에 눈치밥을 먹는 주변 각국의 상황이 좋을 리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미국의 속사정은 좋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실질적인 경제적 실적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미국은 대중 갈등과 자체적인 미국내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급기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의 강등 사태를 빚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자 그야말로 통화의 황제라는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인 피치에 의해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된 것이다. 세계 경제 군사력 면에서 최강국인 미국의 체면이 많이 구겨지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과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아보인다. 결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상처뿐인 영광만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얻어 터지고 찢어진 다음 우승컵을 거머쥔다고 그것이 정말 승리일까. 정말 영광일까. 자국의 국민들은 물론 주변국의 국민들 나아가 지구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행해지면 그것이 과연 그들이 원하고 바랐던 것일까. 혼자 승자가 되어 흐뭇해 하는 것이 무슨 그렇게 폼나고 멋져 보일까. 싸움도 신사답고 멋진 것이 있는 반면 더럽고 치사하고 유치한 싸움도 많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행하는 싸움은 그야말로 추잡하고 더러운 동네 조폭들의 난장판 주먹싸움과 다를 것이 없다. 미중의 피곤하고 지리한 싸움은 결국 세계 모든 국가들의 몰락을 앞당길 뿐이다.
2023년 8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