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 봄 내음 가득한 도다리 쑥국, 눈부시게 빛나는 250여 개의 섬….
통영의 봄을 이 정도로 생각한다면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요소가 더해졌으니, 바로 클래식 선율! 매년 3월이면 작은 어촌 마을이 세계가 주목하는 음악 도시로 변신한다. 지난 9년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명훈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연주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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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E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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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스네스와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3 피아니스트 임동혁
지난 9년간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양한 화제를 낳으며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역대 음악제의 특징, 화제의 공연에 관한 리뷰. 하루 한 번, 윤이상의 곡을 연주하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전신이 윤이상 음악제인 만큼 매년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윤이상의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린초량이 오페라 <류퉁의 꿈>의 레퍼토리(2003년)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에필로그’(2005년)를,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교착적 음향’(2008년)을 연주했다.빈 필, 정명훈 등 세계 최정상 연주자의 방문 통영국제음악제는 매년 세계 최정상 음악가가 참석해 주목받았다.
1회 개막 무대에 지휘자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것을 시작으로, 미샤 마이스키와 백혜선(2004년),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06년),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2007 & 2009년) 등 셀 수 없이 많은 음악가들이 화려한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2004년 주빈 메타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것은 이후 세계 음악가들이 통영을 찾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연간 시즌제 도입, 1년 내내 음악제를 즐기다 봄뿐 아니라 여름 아카데미와 가을 윤이상 콩쿠르를 열어 연중 통영국제음악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콩쿠르 폐막식에서는 그해 수상자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쳐 객석 점유율이 90%가 넘는다고. ‘초연’으로 음악제의 매력을 다지다 윤이상의 오페라 <영혼의 사랑>(2004년), 진은숙의 <칼라>(2005년), 팀프TIMF 앙상블과 연극배우 배성우가 선보인 음악극 <로즈>(2006년) 모두 아시아 초연이었다. 정식 프로덕션을 통해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인 탄둔의 <워터 패션Water Passion>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공연. 타악기 연주자가 물을 떨어뜨리고 튕겨내는 전위예술과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만난 최초의 무대였다. 현대음악의 정수를 담다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현대음악에 비중을 두어 ‘현대음악’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제라는 인식을 넓혔다. 세계 3대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2005년),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실내악단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EIC’(2010년)이 대표적.
통영이 낳은 5인의 예술가
통영에는 우리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가 유독 많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 역시 통영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한국 시문학사의 거장,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통영은 국민 애송시 ‘꽃’으로 유명한 시인 김춘수(1922~2004)의 고향이자 그의 문학적 원천이었다. ‘부두에서’나 ‘찢어진 바다’와 같은 시를 보면 항상 통영 바다가 일렁였고, 팔순을 넘긴 그의 서울 밥상에는 늘 통영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이 올라왔다. 동호동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김춘수는 일본대학 창작과에 입학한 후 릴케의 시에 매료되어 관념시를 쓰기 시작했다. 1946년 시화집 <애가>로 등단했으며,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출간하며 전통 서정 시인의 길을 걸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한 장시長時 ‘처용 단장’에서는 무의미 시를 주창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그의 업적을 인정받아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미당 서정주가 준 아호 ‘대여’처럼 한평생을 서두르지 않는 큰 그릇으로 산 그는 60여 년간 1000여 편의 시를 써 16권의 시집을 남겼으며, 관념의 자유를 추구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김춘수의 ‘꽃’ 시비를 보고 싶은 사람은 항남동으로 가면 되고, 봉평동에 가면 김춘수 유품 전시관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시처럼 통영에서 ‘김춘수’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통영은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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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세계 평화를 노래하다, 윤이상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1917~1995)은 동서양의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20세기 현대음악의 돌파구를 마련한 작곡가다. 어린 시절 듣고 자란통영 오광대놀이와 판소리 공연, 집 앞마당에서 듣던 파도 소리가 그에게는 큰 음악적 자양분이었다.1956년 아내와 함께 유학길에 오른 그는 파리음악원, 베를린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아픔도 있었다. 해외 인사를 간첩으로 몬 일명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어 옥고를 치른뒤 독일로 강제 추방당한 것. 당시 그가 풀려날 수 있던 것은 “한국의 음악 대사이자 동서양의 중개자인 윤이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탄원서를 재출한 스트라빈스키, 카라얀, 엘리어트 카터와 같은 거장들의 구명 활동 덕분. 독일로 귀화해 150여 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그는 아쉽게도 평생 소원이던 통영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영면했다. 지난 3월 도천테마공원에 문을 연 윤이상 기념관에서는 그의 유품을 통해 거장의 일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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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식을 깨운 극작가, 유치진 한국 현대연극의 대부, 극작가 유치진(1905~1974) 역시 통영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그는 민족의 질곡과 격동의 세월을 연극에 담아낸 극작가였다. 일찍이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신극 운동을 전개했다. 1932년 발표한 처녀작 <토막>은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파멸해가는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일제의 악랄한 식민 통치를 비판한 작품. 사실주의 기법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등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작품을 창작했다. 연극평론가 유민영은 “후진 양성에 힘쓰면서도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계승한 것이 유치진의 가장 큰 공로”라고 평한다. 1960년대 초 무용극 <별승무>를 발표하기까지 평생 34편의 희곡을 완성했으며, 국립극장 초대 극장장, 남산 드라마센터 초대 소장 등을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열정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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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 박경리 강원도 원주에 토지 문학관이 있지만,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고향은 통영이다. 한국전쟁으로 남편과 자식을 잃은 뒤 원주에서 오랜 세월 집필 활동을 펼친 그녀는 통영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마치 한 권의 ‘통영 인문지리서’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고향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1957년 <불신시대>로 제3회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그녀는 전후 사회생활 속에서 방황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여러 작품을 통해 그려냈다. 특히 25년간 집필한 평생의 역작 <토지>는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작품. 1996년 칠레 정부 선정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기념 메달을 수상했다. 타계 2주기를 맞아 오는 5월 5일에는 통영에 박경리 기념관이 문을 연다. 묘소가 있는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 내에 자리하며, 총 2층 규모의 전시실에 <토지>의 육필 원고와 여권, 편지 등이 전시될 예정. 근처에 자리한 박경리 공원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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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전혁림 ‘색채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 ‘바다의 화가’ 등 다채로운 별명을 지닌 화가 전혁림(1915~)은 화폭 위에 통영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다. 올해 나이 96세, 한국의 전통 색채인 청, 백, 홍, 흑, 황의 오방색을 사용한 다채로운 색감,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패턴으로 미술계에 큼지막한 이정표를 세우고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현재진행형 작가다. 서울에서 짧은 작가 생활을 마친 후 1977년 고향 통영으로 내려가 넓고 푸른 다도해를 화폭에 담고 있다. 캔버스 가득 푸른색이 넘실거리는 것은 통영 바다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일 것. “통영 앞바다는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나 지중해, 알래스카에서 밀려온 파도가 아닐까 싶다”고 말할 만큼 통영에 대한 애착이 크다. 통영 미륵산 기슭에 있는 전혁림 미술관에 들러 그의 예술 세계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다. 건물 외벽에 7500여 장의 타일 조각이 붙어 있는데, 항구의 갈매기, 고기잡이 어선 등 통영을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로 전혁림 화백과 그의 아들 전영근 작가가 그린 것이다.
통영이 자랑하는 맛과 멋 8
통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고의 맛이다. 통영 출신이거나 그곳을 자주 찾는 이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맛집 & 명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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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통영옻칠미술관 통영 하면 400년 전통의 나전칠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미늘삼거리 부근에 개관한 통영옻칠미술관은 우리 전통 공예인 옻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총 3개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걸이와 브로치에 옻칠을 더한 생활 속 액세서리부터 화려한 옻칠 그림까지 만날 수 있다. 아트 숍에서는 통영 여행을 기념할 만한 팬시 제품을 판매한다. 정문에서 내다보이는 항구의 정취 또한 멋지다. 문의 055-649-5257 _ 금호 충무 마리나 리조트 박현구 매니저
(오른쪽) 분소식당 3월에서 5월 사이, 통영에서 봄 한철 즐길 수 있는 인기 만점 계절 음식이 도다리 쑥국이다. 향긋한 쑥과 살집이 부드러운 도다리를 함께 끓인 음식으로 개운한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서호시장 안에 있는 분소식당은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으로, 늘 장사진을 이룰 만큼 인기가 높다. 원래는 아침 장을 보러 온 주민과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속풀이 음식을 팔던 식당이었으나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가 되었다고. 문의 055-644-0459 _ 통영국제음악제 총괄사업 팀 김소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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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동피랑 언덕 ‘동쪽 비탈’의 지역 사투리인 동피랑은 태평동과 동호동 경계에 자리한 아담한 산동네다. 시멘트로 지은 재개발 지역이 공공미술과 만나 얼마나 근사한 곳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2007년,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대가 철거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시민 단체가 동피랑 벽화 대회를 개최했고, 곳곳에 통영시를 상징하는 벽화를 그려 넣었다. 30가구 남짓한 작은 동네가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통영의 대표 명소가 되었다.
_ 통영시 문화예술과 김상영 과장
(오른쪽) 통영맛집 지역에서도 이름난 맛집으로 깔끔하고 매콤한 아귀찜과 통영 근해에서 잡은 횟감, 생선구이, 매운탕, 멍게유곽비빔밥 등을 맛있게 하는 집이다. 특히 멍게유곽비빔밥은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 개조개살을 발라내어 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한 ‘유곽’에 새싹과 해초, 김, 식용 꽃 등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과 상큼한 멍게 향이 봄철 입맛을 살려준다.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문의 055-641-0109 _ 통영국제음악제 행사운영 팀 김지예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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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달아공원 미륵도 최남단에 있는 달아공원은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통영시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그 앞으로 난 일주도로에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어 일명 ‘동백로’라 불리는데, 다도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완만한 공원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선 시대에 지은 정자인 ‘관해정觀海亭’이 있는데 이곳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_ 진의장 통영 시장
(오른쪽) 풍화할매김밥 통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충무김밥’. 어디서나 충무김밥집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70년 전통의 ‘풍화할매김밥’이 지역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 맨밥에 싼 김과 오징어, 어묵 무침과 함께 곁들여 먹는데, 서울과 달리 두툼한 오징어 살이 듬뿍 담겨 나온다. 장어머리를 갈아 국물 맛을 낸 시래기국이 곁들여져 맛을 더한다. 달걀 프라이도 한 장씩 얹어주는 주인 할머니의 후한 인심도 느낄 수 있다.
문의 055-644-1990 _ 통영국제음악제 자원봉사자 김순선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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