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교 거시기 꼬막식당 -
보성군에 속하는 벌교읍(筏橋邑)은
뗏목다리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 담긴 지명이다.
이미 베스트셀러인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태백산맥의 주요배경이 벌교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벌교읍내를 가로지르는 천변에는 태백산맥의 주인공 이름이 붙은 소화 다리와 홍교 아치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횡계다리가 놓여있다.
두 다리를 사이에 두고 벌교꼬막전문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친구들과 함께 수많은 꼬막 전문점중에서도 '거시기 꼬막식당'집을 방문했다.
"거시기"
참 정겨운 말이다.
쉽게 설명하기 참 거시기한 단어다.
전라도에서는 수, 인칭, 사람, 사물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대명사이자 감탄사며 형용사로도 사용한다.
거시기라는 말 속에는 기쁨과 슬픔과 아픔 등 삶의 애환이 뭉퉁거려져 있다.
"거식아, 니가 그때 거시기를 거시기해서 거시기하지 않았냐"라고 말해도 서로 감정이 통하는 사람은 그 말의 의미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여기에 단답으로 "잉"과 길게 뽑아서 "잉~"하나를 붙여주면 알았다는 말이 되거나 의문이 있다는 뜻이다.
"아따 거시기해부요"라는 말한마디 속에도 무궁무진한 뜻이 들어있다.
이것을 해석 하려면 서로의 마음이 열려야 알아들을 수 있는 법이다.
거시기식당을 찾은 이유는 거시기라는 어감이 주는 편안함도 좋았지만 그보다 귀한 참꼬막을 맛볼 수 있고, 꼬막 하나만으로도 셀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미식향연을 펼침은 물론이고 지정된 곳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고택찹쌀막걸리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 입구에는 직접 조청을 고아서 만든 유과와 갓 볶은 땅콩 등을 파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이곳에서 더불어 장사하는 분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많이찾는다는 뜻이니 이것만으로도 거시기식당의 음식 내력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참꼬막정식을 부탁드렸다.
낙지호롱에서부터 꼬막전,꼬막된장국,꼬막찜,꼬막초무침,꼬막탕수육 등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맛을 본 일행들이 서로를 향해서 엄지척을 한다.
꼬막은 날이 추워지는 시기에 먹는 것이 맛있는데 달이 환하게 뜨는 보름에는 바닷물이 만조라 번식 등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을 하므로 속살이 빈약하고 보름이 지나면 먹기좋게 탱글탱글하게 씨알이 굵은 것을 만날 수 있으니 이왕이면 날짜를 잘 선택해서 맛보시라.
꼬막껍데기가 앙다믄 듯하게 닫혀있다 맛있게 잘 삶아냈다는 반증이다.
벤찌를 닮은 기구로 껍질을 까니 그속에 꽉차오른 두툼한 속살과 검은빛이 도는 국물이 자박하게 고여있다.
이 꼬막맛은 조정래 작가의 말을 빌어서 표현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맛"이다.
새콤달콤한 꼬막무침 한 젓가락에 구수하면서 깊은 향이 도는 찹쌀막걸리 한모금을 들이키니 세상부러울 게 없다.
참꼬막은 한겨울 수심 얕은 갯벌에서, ‘뻘배’를 탄 여인들이 온종일 갯벌을 긁어 채취하는 고된 노동의 결과물이다.
혹한에서도 두껍고 단단한 껍데기 속 든든하게 살을 찌운 참꼬막.
그 혹한을 견디며 힘겹게 거둬들인 결실이 이 참꼬막인 것이다.
고흥,보성에서는 꼬막삶는 솜씨로 시집을 가서 사랑받느냐 아니면 못받느냐로 평가하던 때가 있었을 만큼
꼬막은 일상적 음식이었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에서 무당 소화가 꼬막을 익히는 모습을 보는 대목이 나오는데 꼬막삶기의 정수이므로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 올린다.
‘꼬막을 감자나 고구마를 삶듯 해버리면 무치나 마나가 된다. 시금치를 데쳐내듯 핏기는 가시고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있게 슬쩍 삶아내야 한다’며 슬쩍 데쳐서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반드르르 돌게 마련’이라 쓰고 있다.
식탁 위에는 똥꼬막이라 불리는 새꼬막이 올라와있지만 참꼬막 맛을 알아버린 친구들은 맛이 덜한 똥꼬막에는 신경을 쓰지않는다.
참꼬막은 주로 갯벌에서 살며 성장하는 기간이 4년 정도 걸린다.
갯벌에서 살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 살아내기 위해 몸에 해모글라빈을 많이 축적해둔다.
또 새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껍데기가 두껍고 껍데기에 패인 방사륵(골)이 깊다.
똥꼬막은 수심 10m 깊이에서 생육하는데 손으로 채취하지 않고 배로 이동하며 대량으로 채취한다.
성장기간이 2년이면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참꼬막은 똥꼬막에 비해 훨씬 더 비싼값을 받는다.
제사상에 참꼬막은 올리지만 똥꼬막은 언감생심이다.
사람도 저 꼬막과 다를 바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참꼬막처럼 강인하고 알찬사람이 있는 가 하면 어려움 없이 편안한 환경속에서 자라 인간의 모양은 갖추었으되 가볍고,인생의 참맛을 잘모르는 똥꼬막같은 사람이 있다.
참꼬막이 이재명 대표라면
제사상에도 못오르는 똥꼬막은 한동훈이다.
(벌교 거시기 꼬막식당.
전남 보성군 벌교읍 계두길 3
중앙상가 1층
061 85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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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보성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