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일보=김중수기자] =지난해 대흉작에 이어 올해도 이상기후로 농작물 피해를 겪은 농가가 늘자 농작물 재해보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이란 태풍, 냉해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농작물의 피해를 보전해 줄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로 농가의 경영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2001년 사과와 배로 시작된 농작물재해보험은 현재 67개 품목으로 늘었으며 보험가입금액도 21조원을 넘어섰다. 작물별로 가입시기가 정해져 있으며 농협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충북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A씨는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어봤자 보상받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먼저 지난해부터 재해 보상기준을 80%에서 50%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적과 전에는 50% 기준인데 자부담이 20% 있다"며 "올해는 사과 보험 단가가 30% 떨어져서 실제로는 10~20%밖에 못받는다"라고 말했다.
A씨는 보상기준이 50%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과 보험 단가가 30% 떨어졌기 때문에 보험에 혜택을 거의 못 받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보상금을 한 번 이상 받으면 자부담 비율은 높아지고 보상 기준은 낮아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한번 보상금 받았으면 자부담 비율은 높아지고 보상 기준은 낮아져 너무 불합리하다"며 "제대로 보상이 이뤄져 피해 농가가 재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에서 쌀 농사를 짓는 B씨도 농작물 재해보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B씨는 농협이 보험을 판매할 때 보험금 신청 횟수, 지역별·개인별 패널티 등의 조건을 제시해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농민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3번 이상 보험금을 연속해서 수령하면 자기 부담률 올라가 개인 패널티가 적용된다"며 "기후 특성 때문에 지역별 패널티도 있어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 재해보험을 농작물 재해보험이 농가들에게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보상률이 80%로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보험 적용률이 80%이었는데 작년에 일방적으로 농협에서 50%로 보상을 줄여버렸다"며 "농민 입장에서 자기 부담률이 30%고 보상률이 50%면 실제 손해액에서 20%밖에 혜택을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과, 배 등 과수 부문 농작물 보험금 지출이 늘어난 상황이라 어쩔 수없이 보상 수준을 줄였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험금 예상 한도가 있는데 보험금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면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보험료가 너무 오르면 농가들의 부담이 커지니까 보상수준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작물 손해 기준이 손해평가사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이 많이 반영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농작물 손해 기준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평가사의 주관적인 재량권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B씨는 "지난해 철원 수해지역에서 쌀 손해 규모를 측정한 평가사가 정읍에 와서 '철원에 비하면 피해가 별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정해진 매뉴얼에 의해 피해 정도를 측정하고 개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손해 평가를 좀 더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농가들을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2015년부터 '손해평가사'라는 국가공인자격증을 도입했다"며 "손해평가사가 이론이나 실무 이수해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작물 재해보험을 담당하는 농협에서 농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재해보험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인 영업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씨는 "농협에서는 '무조건 가입하세요', '재해 나면 얼마 받습니다'는 말로 가입을 유도한다"며 "보험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몇 년간 보험을 넣었는데 정작 혜택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기준, 손해 평가 등을 개선해달라는 농민들의 요청에 따라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