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8825425B7F64B00F)
이 책에는 색깔이 다른 네 편의 중단편이 등장한다.
[완만한 자살]은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가 안쪽에서 잠긴 폭력조직 사무실을 열도록 강요당하는 내용이 담긴 단편이다. 시리즈를 오랫동안 쓰다보면 한 가지 패턴에 빠지기 쉽다. 대개 사건을 의뢰받은 준코가 에노모토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모든 작품이 그런 식이라면 독자 입장에서 단조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총부리와 맞닥뜨리며 에노모토가 추리를 진행하는 스토리면 좋겠다 싶어 기시 유스케가 새롭게 시도한 방식이다.
폭력조직 사무실에는 6개의 잠금장치가 있고, 창문에는 스테인리스 격자 모양의 튼튼한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처럼 ‘완전한 밀실’에서 안에서 문이 잠긴 채 사람이 죽는다. 그는 과연 자살한 것일까? 죽임을 당한 것일까?
[거울나라의 살인]은 저자가 반 이상을 수정하고 가필했음에도 이번 책에서 가장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이다. 특별 드라마화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중에 잡지 연재를 시작했는데, 기시 유스케는 단행본 원고를 쓸 때 영상본을 참고했다고 한다. 한밤중 미술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전시실에 설치된 미로가 밀실을 만들어낸다.
[미스터리 클락]은 외딴 곳에 위치한 산장에서 벌어진 유명 미스터리 여류작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까르띠에에서 생산되는 미스터리 클락 등 귀중한 앤티크 시계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기시 유스케 개인적으로 수정작업이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원고량이 넘쳐 한 권의 단행본 분량으로도 충분했으나,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 순도가 높은 중편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은 해상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이 책에 소개된 네 작품 가운데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갖는 타이틀이다. 기시 유스케는 JAMSTEC(해양연구개발기구)이나 어군탐지기 업체를 직접 취재해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를 실제로 확인했다. 보트에서 밤낚시를 즐기던 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현장은 실험선에서 200미터, 해저의 다이버들로부터 300미터 떨어진 밀실상태였다. 그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방범탐정 에노모토 시리즈’로, 「완만한 자살」, 「거울나라의 살인」은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이선희, 반양장본, 508쪽, 128*188mm 15,000원, 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