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가겠다"며 외부 방문객 안만나
법륜스님 "생명은 지켜야" 도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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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율스님이)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곳에 모실 때 했던 약속대로 그냥
편안하게 가시게 해야 하는 건가요?” 지율스님의 단식을 중단시킬 방법이 더 이상 없다는 뜻이었다.
법륜스님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발파공사를 3개월간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거꾸로 단식을 중단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부탁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삶의) 희망을 버린
분을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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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은 단식 장소를 옮기면서 “지금까지 할 말은 많이 했고, 설득도 할 만큼 했다”며 “이제는 ‘알겠습니다. 조용히 가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 정토회관으로 옮겨온 것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쓸데없는 억측만
난무한다”는 법륜스님의 설득에 따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30일 정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에도 누운 모습만 공개하고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면담을 거부해오던 지율스님은 1일 오전 천성산 내원사 주지스님 등 불교계 인사의 방문을 마지못해 받았다. 지율스님은 “편안하게 해주신다고
해서 왔는데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느냐” “원숭이가 되기는 싫다. 정 이러면 나가겠다”며 은사스님과의 만남도 거부하다가 “앞으론 절대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에야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법륜스님은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도 매도할 생각은 없다”며 “공사 강행이냐 중단이냐의 문제도 아니다”고 했다. 이
문제는 한 생명을 살리느냐, 그대로 꺼지도록 방치하느냐라고 법륜스님은 강조했다. 스님은 “본인은 이미 정리할 생각을 했지만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며 여기 저기 (정책당국자들을) 설득해봤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도 없어졌다”며 “단 1%만 가능성이 보여도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대통령의
초법적인 결단 같은 것이 아니고서는 이대로 한 수행자의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이제 “마지막 순간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지율스님 문제는 우리 시대의 한계인 것 같다”며 법륜스님은 눈물을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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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7 지율 스님 등 천성산대책위 구성.
▲2002.12.4 민주당 노무현 후보, ‘고속철 천성산 구간 노선 백지화, 대안 노선 검토’ 공약.
▲2003.2.5 지율 스님, 공약 이행 촉구하며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1차 38일간).
▲2003.9 정부, 고속철 천성산 관통 노선 확정.
▲2003.10.5 지율 스님,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2차 45일간)
▲2004.4.8 부산지법, 도롱뇽 소송 기각.
▲2004.6.30 지율 스님, 청와대 앞에서 단식(3차 58일간)
▲2004.8.26 정부, 천성산 구간 공사 중단 및 환경영향 재조사 약속. 지율 스님 단식 중단
▲2004.10.27 지율 스님, “환경부가 환경영향 공동 조사 합의 번복했다”며 단식(4차)
첫댓글 몇몇 전문가들이 천성산터널 대신 경제적이면서도 그나마 친환경적인 대안 노선을 제시하기도 했던데...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바라며 더불어 지율스님을 위해 작은 손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