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밭
이은봉
월산리 부채밭 어린 새싹들, 뾰족뾰족 주둥이 내밀고 있다 새들도 날아와 지저귀고 있다
이 부채밭, 아주 오래된 곳이다 먼 옛날 백제 때부터 조상님들 대를 이어 일구어온 곳이다
올해도 농사를 지으려면 이곳 부채밭, 갈아엎어야 한다
트랙터가 있으면 좋겠다 쟁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때가 되면 삽과 호미로라도 여기 부채밭, 갈아엎어야 한다 그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사는 아득한 삼한 때부터 해온 일, 이미 봄이 훌쩍 와 있으니 삽과 호미라도 들고 나서야 한다
월산리 부채밭, 갈아엎지 않고 어찌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줄 수 있으랴 겁내지 마라 누가 뭐래도 봄은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는 계절!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