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첨지네 집에서 5년동안 머슴을 살다가 새경으로 밭이 딸린 산을 얻어 나온 노총각 억쇠는 산비탈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밤낮으로 화전 밭을 일구어서 이제 살림이 제법 토실하게 되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겨울날 오후에 군불을 잔뜩 지펴서 뜨뜻한 방에 혼자 드러누워 있으니 색시를 얻을 생각만 떠올랐는데 바로 그때 밖에서 억쇠를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서 나가보니 황첨지의 부인이 보따리 하나를 머리에 이고서 마당에 들어섰으며 억쇠는 맨발로 펄쩍 뛰어내려 머리에 이고있는 보따리를 얼른 받아 들었다.
황첨지 부인은 그저께 김장을 하면서 억쇠의 몫도 담갔다고 하면서 억쇠가 먹을 김치를 조금 가지고 왔다고 말하자 억쇠는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선채로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황첨지 부인은 억쇠가 살림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보고 싶다고 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가 억쇠가 만류해도 들은체 만체 흩어진 그릇을 씻고 솥을 닦으며 설겆이를 깨끗이 하였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온 황첨지 부인은 억쇠를 흘겨보더니 김치 항아리를 이고서 개울을 건너다가 그만 발을 삐끗하였더니 발목이 시려온다며 억쇠에게 좀 주물러 달라고 하였다.
황첨지 부인이 버선을 모두 벗어던지고 종아리가 보이자 억쇠는 고개를 돌리고서 발목을 주무르고 있는데 부인이 무릎도 주물러라고 하며 고쟁이를 걷어올리자 희멀건 허벅지가 드러났다.
억쇠가 황첨지 부인의 무릎을 시원하게 주무르자 부인이 이번에는 배와 가슴도 주물러달라고 하자 억쇠의 손이 황첨지 부인의 옥문과 가슴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황첨지의 부인이 신경쓰지 말고 골고루 주물러도 괜찮다고 하자 억쇠의 하초는 빳빳해지고 황첨지 부인의 숨소리는 점점 가빠지다가 마침내 억쇠의 목을 껴안고 억쇠의 입술을 덮쳤다.
이제 마흔이 갓넘은 황첨지 부인의 무르익은 몸은 불덩어리가 되었고 노총각 억쇠의 바위같은 몸이 꿈틀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황첨지의 부인은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졌다.
활활 타오르던 용광로의 불이 모두 꺼지고 억쇠가 바지를 추스르며 거꾸로 돌아 앉아 고개를 숙이고 모기소리 만하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자 부인은 오히려 자기가 적선을 받아서 고맙다고 하였다.
황첨지의 부인은 십년묵은 체증이 가라앉은 듯이 날아갈 듯한 목소리로 억쇠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황첨지는 허구한날 젊은 첩년의 치마폭에 싸여서 한달에 한번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절구질은 언제 해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이후 황첨지 부인과 억쇠는 여러번의 절구질로 불타 올랐으며 봇물이 터지듯이 황첨지의 부인은 툭하면 떡이나 호박죽 그리고 쇠고기 등을 가지고 억쇠네 집으로 찾아와 절구질을 하고 정을 통했다.
그러던 어느날 억쇠의 품에 안겨 절구질을 하고난 황첨지의 부인이 자기는 이제 고개를 넘고 개울을 건너서 이곳까지 올 수가 없으니 날이 어두워지면 억쇠가 황첨지 부인의 집으로 오라고 하면서 대담하게도 억쇠를 안방까지 끌어들였다.
어느날 늦은 밤중에 안방에서 한참 절구질을 하고 있을 때에 난데없이 집에오는 것을 잊은듯 하였던 황첨지가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자, 억쇠는 바지만 걸쳐입고 옷을 옆구리에 찬채로 봉창을 타고 급히 빠져나와 뒷담을 넘어 사라졌다.
억쇠가 집에와서 보니 조끼를 황첨지 부인의 집에 두고 왔으며, 황첨지가 저잣거리 껄렁패를 데리고 곧장 덮칠것 같아서 문을 잠그고 나루터 주막집과 객줏집이나 봉놋방으로 도망을 다녔다.
어느날 동가식서가숙 하던 억쇠가 술에 취하여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도망을 다니는 자기 신세가 처량하고 한편으로는 황첨지를 배신한 죽일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첨지는 오입쟁이지만 통이 크고 인정이 많아서 억쇠가 5년동안 머슴을 살때에도 모진 소리 한번 듣지 않았으며 이튿날은 황첨지 조부 제삿날이라 황첨지가 본가에 머무르자 억쇠가 찾아갔다.
억쇠가 황첨지에게 잘못을 말하고, 죽든지 살든지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황첨지 앞에 꿇어앉아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황첨지 부인이 어제도 억쇠가 영감을 만나서 긴히 의논을 하러왔다가 헛걸음하고 갔다는 말을 하였다.
억쇠가 눈만 크게 뜨고 있는데 부인이 황첨지에게 억쇠가 어느 날 부잣집 안방마님과 안방에서 정을 통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들어와서 뒷문으로 도망을 쳤는데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조끼를 두고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어진 황첨지 부인의 말솜씨가 정말 절묘했는데 새서방을 안방까지 끌어 들이는 여자라면 어련히 조끼를 알아서 처리하지 않았겠느냐고 억쇠에게 말했다고 하니 황첨지가 껄껄 웃으면서 억쇠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후 늦가을 젊은 첩의 치마폭에 싸여서 살아가던 황첨지가 애첩이 어느 젊은 남자와 눈이 맞아서 도망을 가자 홧병이 나서 백약이 무효이고 피골이 상접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한달 후에 숨을 거두었으며 부인은 졸지에 과부가 되었다.
졸지에 과부가 된 황첨지 부인은 일년상을 치르고 나서 억쇠를 집으로 불러 들여 서방으로 맞이하고 깍듯이 서방님이라 불렀으며, 오늘이 바로 황첨지 부인과 억쇠가 정식으로 부부 인연을 맺고 부인의 머리를 올리는 첫날밤이다.
- 옮긴글 편집 -
첫댓글 착하게 열심히 일만 하던 억쇠가 졸지에 부잣짐 주인이 되어버렸네 .
이런것을 두고 열심히 살다보면 땡 잡는날이 온다고 말을 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