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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木侍]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진화하는 귀농･귀촌의 새 틀 짜는 진안군 

정 순 영 옥천신문 기자

'대한민국 귀농1번지'가 되기 위한 진안군의 귀농귀촌정책의 고갱이는 '귀농귀촌활성화센터'라는 이름에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흔히 쓰이는 귀농귀촌 '지원'이 아닌 '활성화'라는 단어가 센터 앞에 붙은 것은 귀농 귀촌에 대한 진안군의 정책방향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단지 지원하는 귀농귀촌이 아닌, 그것의 활성화를 통해 진안군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진안군이 귀농귀촌 활성화센터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도시민 유치 프로그램

◆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하라

진안군 귀농귀촌활성화센터 최태영(59) 사무국장은 "진안군은 단지 식량생산기지로써의 농촌을 강조하며'와서 농사지을사람' 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도시민이 진안에 와서 농사를 짓는다손 치더라도 특별히 지원해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안군의 귀농귀촌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마을만들기'라는 명제를 이해해야 하고 진안군은 이를 함께 해나 갈 '동지'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진안군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주도의 상향식' 지역발전 전략으로, 이미 많은 지자체(진안군에 따르면 2007년 98개 지자체가 견학)가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진안을 찾았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업이다.

흔히 마을만들기라고 하면 전원마을 같은 것을 조성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무너져가는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업'이란 것이 최태영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농촌을 보면 단지 집이 낡아 무너진 게 아니라 사회구조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수적인 것, 하다못해 이발소나 일상적으로 필요한 상점들도 다 문을 닫아버렸으니까요. 농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데 이런 일자리도 없으니 젊은 사람들은 다 도시로 나가고 그러면서 농촌은 더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회를 유지하던 많은 것들이 사라져 사람들이 떠났다면 그 기능을 다시 살려야 하고 이를 맡아줄 사람을 귀농귀촌활성화를 통해 공급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귀농했다고 꼭 농사지으라는 거 아닙니다. 수십 년 간 도시에서 닦아 온 재능과 기술을 마을을 살리는 데 활용해달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진안의 귀농귀촌활성화정책이 가장 표면적으로 묻어나는 것이 바로 '마을간사' 제도이다.

◆ 마을의 나사못이 되어 주길

2006년부터 시작된 진안군의 마을간사 제도는 '으뜸마을가꾸기'를 시행하는 마을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실무능력을 갖춘 간사를 한 명씩 배치하고 그 임금을 한 달에 백만 원씩 진안군에서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2006년 1기 마을간사가 11명으로 시작됐고 현재는 그 숫자가 20여명으로 늘어났는데, 대다수 간사가 젊은 귀농인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귀농귀촌활성화센터의 설명이다.

마을간사제도는 마을만들기 사업과 귀농귀촌활성화정책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을은 이해득실에 초연한 마을 간사가 마을가꾸기 사업의 실무를 맡음으로써 추진과정 상 나올 수 있는 여러 잡음을 없애고 주민들이 하기 힘든 다양한 실무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귀농인은 농사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지역에서 봉사하며 완전한 정착을 위한 초기 단계를 밟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귀농인을 무한정 마을간사로 채용할 수도 없거니와, 각자의 재능을 살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안군은 또 한 가지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귀농인 창업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올 여름 귀농귀촌활성화센터에서 귀농인을 대상으로 창업아이템 공모를 진행했고 20명의 귀농인이 산촌유학, 외국어강습, 천문학교실 등을 운영해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센터에선 이 중 12명의 지원대상자를 선정했고 진안군에선 이들에게 최대 250만원까지 창업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그간의 창업진행과정을 보고하는 발표회를 연다.

이밖에도 현금지원은 아니지만 진안군에서 빈 집 4채를 전세로 임대해 '귀농인의 집'을 마련, 귀농희망자가 최대 6개월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하며 정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가 3년 간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도시민 유치 프로그램 지원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다양한 귀농귀촌활성화 프로그램들을 개발, 시행하고 있다.

◆ 더디더라도 제대로 된 귀농지원을

귀농귀촌정책의 선진지라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진안군이지만 아직까지 진안군에 귀농지원과 관련된 조례는 없다. 최태영 사무국장에 따르면 귀농지원조례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섣불리 제정했다가는 '지원' 자체만을 바라보고 들어온 귀농으로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조례 제정은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란다.

최태영 사무국장은 "군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귀농인들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진안에 왔으면 진안군민일 뿐이기 때문에 원래 살던 주민들에게 해주지 않는 것을 특별히 지원해 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의 센터는 민간기구이면서도 상근자의 임금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다소 모호한 형태인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 초쯤에는 센터를 (사)귀농귀촌협회와 같은 민간조직의 형태로 바꿀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협회를 통해 귀농인들이 겪는 공동의 어려움과 초기 정착에 필요한 각종 업무 등을 상호 간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한 선배 귀농인들이 후배 귀농인을 유치하는 사업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최태영 사무국장은 "더디더라도, 단 한 명이 귀농을 하더라도 진안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안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귀농귀촌활성화 정책이 무너진 농촌의 사회구조를 복원하는데 분명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숲속마을 새울터를 소개합니다

진안군 동향면 학선리 산50번지 일대에 조성된 새울터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31개 가구가 집단으로 마을을 형성한 전국 최초의 귀농귀촌인 전용 거주 마을이다.

새울터 추진위원회 성여경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귀농운동본부의 회원 10여 명이 산촌에 귀농인 마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고 마을터를 찾던 중 지금의 새울터 마을이 조성된 곳의 산을 구입하게 된다.

때마침 진안군이 한국농촌공사가 추진하는 전원마을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마을에 필요한 수도, 전기,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이 국비 12억 원, 군 3억 원의 예산으로 조성됐고 새울터 입주 희망자들은 자신의 집을 짓는 비용과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될 교육문화센터를 짓는 비용을 함께 부담해 지금의 새울터가 마련됐다.

새울터는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며 농촌에 들어와도 생활습관의 차이를 극복 못해 결국 귀농이 실패로 끝나는 사례를 거울삼아,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일상에 불편함이 없도록 집을 지었다. 올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열다섯 가구가 입주한 상태며 전업농을 희망하는 입주민은 없고 은퇴 후 귀농을 했거나 인근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 진안군에 농업 이외의 직장을 가진 사람들로 마을을 구성하고 있다고.

성여경 위원장은 흔히 돈 많은 은퇴자가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조성한 전원주택단지와 새울터마을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에 따르면 새울터의 주민들은 비록 농업에 종사하진 않지만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지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고 새울터에 사는 어린이들이 지역의 학교에 다니면서 시골의 작은 학교를 유지, 변화시키는 등, 지역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농촌 자체가 농업으로 자립자족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귀농인에게 이념만을 강조하며 농업으로 자립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농촌에 살고 싶어도 차마 엄두가 안 나는 사람들의 수요를 잘 파악해 나름의 방식으로 지역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천신문 2008/11/21)

귀농인 스스로 귀농의 메카를 만들다

귀농의 첫 걸음 돕는 괴산군 귀농자의 집 

정 순 영 옥천신문 기자

현재 옥천군이 파악하고 있는 우리고장 귀농인의 숫자는 총 85명(2008년 8월말 기준).

군 친환경농정과 조사에 따르면 2004년까지는 매년 5명 안팎의 귀농인이 새로 옥천에 정착했지만 2005년부터는 그 숫자가 점점 늘어 올해만 해도 17명이 우리고장으로 귀농한 것으로 조사됐다.

85명의 귀농인이 옥천에 정착하기까진 85개의 사연이 있겠지만, 귀농 이유를 기계적으로 분류할 때 쓰이는 유턴(U-Turn)형 귀농(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일하다 고향에 돌아와 영농에 직업적으로 종사하는 것)이냐 아이턴(I-Turn)형 귀농(도시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고향이 아닌 곳으로 이주해 영농에 직업적으로 종사하는 것)이냐를 놓고 보자면, 옥천군의 경우 85명 중 유턴형이 40명, 아이턴형이 4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45명의 귀농인은 혈연, 지연, 학연 등 그 어느 것 하나 비빌 언덕 없는 옥천에 들어와 새 삶을 꾸려 나갈 모든 기반을 하나하나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직까진 우리고장에서 이들 45명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라곤 행정적 지원도 전문가 자문도 아닌 마음씨 좋은 이장님이나 혹은 이웃뿐이다. 그것도 물론 운이 좋은 경우에 말이다.

◆ 어디 빈 집 없습니까?

「농촌에 방치되어 있는 빈집을 재활용 및 효율적인 정비와 관리를 위해 농촌의 귀향과 농촌생활 희망 도시민에게 빈집정보를 제공하여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마을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위와 같은 취지를 밝힌 곳은 다름 아닌 옥천군 누리집(www.oc.go.kr)의 '빈집정보' 코너. 누리집 대문 중간쯤 있는 '민원정보'에 들어간 후 다시 '개별주택가격'을 선택하면 건축정보란이 있고 여기에 바로 '빈집정보'를 소개하는 게시판이 있다.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거주할 집을 찾는 일. 옥천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옥천군 누리집을 둘러보다 이 빈집정보 게시판을 발견하면 순간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발견'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가장 최근에 올라와 있는 빈집의 정보조차 이미 2년 전의 것이고, 정보라고 하지만 집 주인의 연락처조차 나와 있지 않은 게시물도 있다. '빈집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도시건축과 건축담당에 전화를 걸어 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긴 마찬가지.

결국 옥천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은 정착의 가장 기본인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고스란히 혼자 해결해야 하고, 제 땅에 제 집을 지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젊고 평범한 귀농인'들은 귀농의 첫 단계부터 좌절감을 맛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자신이 살 집은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 앞서 소개한 강진군처럼 귀농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이 귀농인과 함께 빈집을 둘러보며 집 찾기를 도울 순 있겠지만, 농지의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 최종적으로 정착지를 찾는 것은 결국 귀농인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귀농인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나 단체는 결국 귀농인이 이러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때까지의 초기정착을 돕는 데 지원책의 80~90%를 할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괴산군의 선배 귀농인들이 후배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한 귀농지원센터와 귀농인의 집은 그럼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의 귀농자의 집 또한 마찬가지다. 농촌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허름한 집에 불과하지만 귀농을 위해 괴산을 찾는 이들에겐 귀농생활의 근간이 되는 귀중한 공간이다. 귀농지방자들은 이곳에서 먹고자고 농사일을 배우며 완전한 귀농을 준비한다.

◆ 귀농자의 집, 예비농민 인큐베이터

우리고장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엔 주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특별한 집이 한 채 있다. 이름하야 '귀농자의 집'.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자리한 이 집은 괴산군으로 혹은 타 지역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이 완전한 정착지를 찾기 전까지 머물며 영농기술을 배우고 농촌마을에서의 삶을 익히는 곳이다.

예비귀농인에겐 감지덕지가 아닐 수 없는 이러한 '귀농자의 집'을 마련한 사람은 다름 아닌 사기막리의 10년차 귀농인이자 (사)전국귀농운동본부 괴산군 귀농지원센터의 대표인 차광주씨.

"귀농자의 집을 마련한 건 개인적인 경험이 계기가 됐습니다. 귀농을 해도 집이 있어야 생활도 하고 농사도 익힐 거 아닙니까? 하지만 농촌에선 다 빈 집 같아 보여도 사실 집구하기 참 어렵습니다.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이라도 도움을 주자 싶어 귀농자의 집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머물며 완전히 귀농하기까지 준비기간을 거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2002년부터 사기막리의 식구가 된 귀농자의 집을 거쳐 간 귀농인만해도 10여 명. 현재는 다음 귀농인을 기다리며 집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차 대표는 "빈집정보를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다보면 부동산만 좋은 일을 시킬 수도 있다"며 "지자체가 내부적으로 귀농인이 활용 가능한 빈집 정보를 잘 가지고 있으면서 귀농상담의 전체적인 틀 속에서 개별적으로 적절한 집을 연결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귀농인, 농촌의 소통방식 배워야

사기막리 귀농자의 집은 물리적으론 귀농인이 '먹고 자고 쉬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농촌마을의 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데 그 존재 가치가 더 크다.

실제 많은 귀농인들이 호소하는 농촌생활의 어려움은 비단 영농활동에서 오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주민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도 큰 것이 사실.

차광주 대표는 "1999년 초 처음 귀농자 모임을 구성했는데, 당시 많은 귀농인들이 굉장히 외롭고 힘든 상황이었다"며 10여 가구로 시작된 귀농인들이 지금은 꾸준히 늘어 한 번 모일 때 60여명은 모일 정도가 됐고 이제 차 대표처럼 마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선배 귀농인들은 새 귀농인이 마을에 정착하기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농촌은 '내어 놓는 것'으로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사실 마을의 길들도 개인이 이웃을 위해 땅을 내어놓은 경우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시민들은 농촌에 들어오면 담장둘레로 말뚝부터 박죠. '내 땅 일에 웬 간섭'이냐는 식입니다. 그런 도시민들의 개인주의적 방식 등이 주민들과 귀농인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을에 새 귀농인이 들어왔을 때, 그런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민과 귀농인 서로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저는 생각을 전달해주고자 노력합니다."

행정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차광주씨와 괴산군의 귀농인들은 농업을 기본으로 한 농촌문화 복원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괴산을 찾는 이들을 보듬었고 그 결과 '귀농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최근 민간이 이뤄낸 귀농지원시스템의 성과를 괴산군도 적극 활용해 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괴산군 귀농정책 마련을 위한 귀농인 현황파악' 업무를 지원센터와 협력 속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괴산군 귀농지원센터 차광주 대표

젊고 가난한 귀농인 지원해주세요! 괴산군 귀농인모임 대표, 괴산군 귀농지원센터 대표, (사)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는 차광주 대표는 농촌에서 바라보는 귀농인, 귀농인으로써 바라보는 농촌, 지역주민이자 귀농인으로써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 등 참 다양한 위치와 관점에서 귀농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선,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귀농지원정책을 마련할 때 젊고 가난한 귀농자의 귀농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정착의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지역이라면 어떤 지자체든 인구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도시민 유치의 필요성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지자체들의 유치 방식은 엄밀히 말해 도시민 유치이지 귀농자 유치는 아닌 것 같아요. 단순히 대규모

로 도시민을 유치하기만 하는 데에는 부작용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지자체가 실제 농업을 일궈 갈 '귀농인'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민 스스로가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현실에서 귀농인모임은 곧 농업후계자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원을 위해 섣불리 조례와 같은 형식만 갖추려 하기보단 지자체 안에서 귀농인의 모임이 꾸려지고 지원센터와 같은 소통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례만 마련되는 것은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산지원이 적절하게 안 됐을 땐 귀농인에겐 자칫 빚만 남을 수도 있거든요. 귀농인 각각의 조건과 생각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틀이 우선 마련돼야 합니다. "

차 대표는 정해진 답은 없다고 했다. 지자체의 특성마다 귀농지원의 틀도 다 달라질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귀농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고장의 귀농인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를 위해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옥천신문 2008/11/14)

전국 최초 귀농지원조례 제정한 강진군 

"자신 있게 강진으로 귀농하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정 순 영 옥천신문 기자

전국 최초로 제정된 강진군의 '귀농자 지원조례'가 타 시군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것은, '최초'라는 수식어보다도 그 실용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제정'에만 의의를 두고 조례를 아무리 훑어봐도 구체적인 지원내용을 알 수 없는 지자체의 조례가 있는 반면, 강진군의 귀농자 지원조례는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가장 실용적이고, 나아가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조례를 정비하려는 의지가 문구에서도 느껴졌다.

◆ 귀농지원 예산만 3억8천만원

강진군의 귀농지원조례 제정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귀농운동가들의 제안이 계기가 되었다.

2006년 말 (사)귀농운동본부 관계자들과 강진군 황주홍 군수가 귀농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게 됐고 이 만남을 씨앗으로 군의회와의 협조 속에 2007년 5월 '강진군 귀농자 지원조례'가 탄생한 것.

우선, 조례는 '강진군 농업의 안정적인 성장ㆍ발전과 농업 인력의 지속적인 양성을 위하여 귀농자의 유치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젊은 사람, 도시 사람이 농촌에 많이 와야 농업이 산다'는 누구나 아는 사실을 자치법규로 규정함으로써 지원의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지원가능한 귀농자 나이를 몇 살까지 할 것인가'는 모든 지자체가 고민하는 문제. 이 점에 있어서도 강진군은 그 연령 폭을 가장 넓게 잡고 있는데 처음 제정할 때는 만 55세 이하가 기준이었지만 '농가등록제'에 등록되는 농업인의 연령이 만64세까지인 것을 감안해 올 1월 조례 개정을 통해 귀농자 지원 기준도 9살을 '확' 올려 잡았다. 실제 농촌에서 60대면 '한참 활동할 나이'로 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현실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한 것.

귀농지원의 전반적인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강진군 귀농위원회는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이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위원회 간사 역시 센터의 귀농업무 담당자가 맡아, 전반적으로 강진군의 귀농지원업무는 농업기술센터로 일원화되어 있다.

강진군은 조례에 근거한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2007년 1억6천만 원의 예산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3억3천만 원, 2009년에는 5천만 원을 더 올려 잡아 3억8천만 원의 예산을 세웠다. 우리고장보다 작은 인구 4만 명 규모의 강진군으로서는 무척이나 '파격적인' 예산 책정으로 보인다.

◆ 강진군수, '귀농인은 지역의 활력'

강진군 황주홍 군수는 "기존의 지역주민들도 소중하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삶의 현장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강진에 오셔서 새로운 긴장감 불어 넣어 주시고 고령화 된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주시시라 믿었다"며 귀농자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 황 군수는 "강진의 자연환경과 인심, 그리고 공직자들의 헌신적인 태도가 귀농인들이 우리 강진에 와도 절대 실망하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있었고 귀농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강진임은 강진이 곧 농업의 중심지라는 것을 표방할 계기"라고도 말했다.

"귀농지원에 있어서는 순수한 마음과 동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연과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고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을 강진에 모시는 건 매우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는 개별지자체가 아니라 '귀농'을 정부정책 차원에서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진군 귀농자 지원조례의 주요내용>

▲선도농가에서 숙식하며 영농기술 배울 시 현장실습비 지원: 30만원 X 8개월

▲귀농운동본부 산하 귀농학교 수강료 30만원 지원

▲영농사업비 지원: 귀농위원회의 타당성 검토 후 최대 3천만원까지 지원(자부담있음)

▲빈집수리비 가구당 최대 500만원 지원

▲기타 의료비 및 자녀학자금 지원 가능

◆ 귀농인, '강진에 살아 행복합니다'

3년 차 귀농인으로 강진에서 오리농사를 짓고 있는 송영갑 회장은 현재 강진군귀농인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송 회장은 "강진군 귀농인들의 귀농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라며 "무엇보다 군수님부터 귀농인과 수시로 만나며 고충을 귀담아 들으려 한다는 것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귀농인들은 돈을 지원해주는 것을 떠나서 정착하려는 지역이 귀농인에게 호의를 가지고 지원, 협력해주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낍니다. 강진군은 그런 호의적인 분위기에 지난해 지원을 명시한 조례까지 제정됐기 때문에 귀농인으로서는 반가울 수밖에요. 하지만 귀농인이라고 그저 손만 벌리기보다는 자신의 영농계획을 잘 세우고 소중한 예산이 잘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30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는 강진군귀농인협회는 매달 모임을 열어 각자의 영농활동 경험을 발표하고 어려운 점 등을 이야기하며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가고 있다.

송 회장은 "서로의 귀농생활을 토론하고 올바른 방향을 연구하는 시간이 현재 귀농을 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앞으로 강진을 찾을 새로운 귀농인들에게도 좋은 사전정보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귀농지원담당, '전담인력은 필수'

강진군 귀농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유영훈 지도사. 지난달 31일 대한민국농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나주시의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그를 만났을 때도 유 지도사는 강진군의 귀농인들을 이끌고 박람회장을 찾은 터였다.

"귀농지원업무를 맡다 보니 법률적인 문제나 다방면에서 정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정이 직업과 주거지 등을 모두 옮기는 것을 돕는 거잖아요. 각종 영농활동을 지원하는 것부터 빈집을 수리하는 것, 교육을 지원하는 것까지 담당자가 모르면 귀농인이 제대로 지원받기도, 예산이 제대로 쓰이기도 어렵습니다."

유 지도사는 "전화해서 귀농담당자를 찾더니 다짜고짜 '강진군으로 가면 얼마 주느냐'고 묻는 사람을 대할 때면 진짜 황당하다"고 웃으며 "하지만 귀농지원 업무는 전담 공무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담자가 없으면 귀농인이 찾아와도 대화 창구가 막히잖아요. 여러 업무와 중복되다 보면 아무래도 귀농업무는 소홀해지기 쉽고요. 또, 귀농업무를 전담하면 귀농인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귀농인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도 담당공무원이 할 수 있습니다."

속이 꽉 찬 조례부터 허울뿐인 조례까지

16개 타지자체 귀농지원조례 분석

각 지자체별 조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 '엘리스'(www.elis.go.kr)에서 '귀농'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총 15개 지자체가 귀농인 지원과 관련된 자치법규를 제정해 놓고 있다.

   지자체    제정일(지원연령한도)            지자체    제정일(지원연령한도)

전남 강진군  2007. 5.21 (만64세 미만)    전남 곡성군  2007. 6.11

전북 고창군  2007.10. 2 (50세 미만)      경북 영양군  2007.10. 8 (만60세 이하)

전북 순창군  2007.10.15                  전남 화순군  2007.12.24

전남 나주시  2008. 1.14 (만60세 이하)    충남 부여군  2008. 5. 8 (만55세 미만)

전북 완주군  2008. 6.23 (만55세 미만)    충남 금산군  2008. 7. 7

전남 무안군  2008. 7. 7                  강원 양구군  2008. 7. 8

전북 부안군  2008. 7.16 (만50세 미만)    경북 청송군  2008. 8. 4 (만60세 이하) 

전북 장수군  2008. 9.11 (만55세 미만)

조례 내용을 분석해보면, 우선 대부분 지자체들은 지원조례를 최초로 제정한 '강진군 귀농자지원조례'와 목적이나 지원체계 등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 조례가 귀농인지원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들로 구성된 지자체가 있는 반면, 지원의 세부적 내용들을 설명하는 시행규칙을 아예 만들지 않았거나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두루뭉술한 문구의 조항들로만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도 적지 않다.

앞서 본문에서 이야기한 강진군의 귀농자지원조례와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교적 상세히 지원항목을 조례로 규정해 놓은 지자체로는 완주군과 장수군, 나주시, 청송군, 영양군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완주군은 타 지자체에선 지원하지 않는 차량번호판 교체비나 귀농가구당 쓰레기종량제 비닐봉투 100ℓ를 1년간 한 달에 5장씩 지원하는 등, 예산의 규모를 떠나 작은 부분까지 귀농인을 배려한 흔적이 돋보이는 경우다.

또, 청송군의 경우 1천만원 한도의 영농사업비와 300만원 한도의 빈집수리비 지원 이외에도 귀농인이 융자를 받아 농지를 구입할 때 이자를 연간 150만원 이내로 3년간 지원해주고 취등록세 등을 지원해주는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눈에 띈다.

조례 제정부터 귀농지원업무의 최고 의결기관인 귀농위원회(또는 귀농자지원위원회, 심의위원회) 구성까지 (사)귀농운동본부와 같은 민간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한 사례도 눈에 띈다. 현재 강진군과 장수군, 나주시, 곡성군 등이 위원회를 꾸릴 때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장이 추천한 인물 1인~3인을 위원으로 삼는데, 이는 어쨌든 지자체가 귀농인들의 피부에 실질적으로 와 닿는 정책마련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