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한달이 지난 후 처음으로 피아노 구경을 하였다.
일전에도 언급하였지만 내가 머무는 곳은 페루라는 거대한 나라의 제2의 수도인 아레끼빠로 여러 국제행사도 유치하는 도시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몇번의 콘서트와 가끔 즉석 게트스도 되어 연주에 참석하다 발견한 사실은 건반악기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통악기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안데스음악인들로 인해서 낯이 익은 단소의 형님뻘인 께나와 팬플륫의 형제인 샴뽀냐등이 있고, 만돌린 동생뻘인 차랑고등이 이미 선을 보여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 팝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위에 언급한 악기들이 가세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의 종일 언어와 문화를 하루 빨리 습득하겠다는 핑계로 티브이를 끼고 사는통에 음악프로그램에서 보는 연주들도 이런 악기들은 필수이다.
변형된 안데스음악의 정서를 도입한다고 보면 락밴드외에는 거의 이런 악기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건반악기는 상대적으로 약한데 어느정도냐면 악기점에서도 아직 피아노를 못 보았고, 전공을 하였다는 어느 여성 집에서는 겨우 클래식 악보 복사본만 만났을 뿐 우리나라에서 연주용이나 연습용도 아닌 장난감으로나 쓰일 정도의 전자건반을 보았을 따름이다.
그래서 조카가 연주하는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몇 곡은 이곳에서 알게된 여대생이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쳐왔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들었지만 누가 비교해도 확연히 한국의 클래식음악과 비교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학생 집에서 조율이 덜 된 피아노만 처음으로 간신히 만날 수 있었을 뿐이다.
내가 현재 출석하는 개신교회도 이곳에서는 굉장히 큰 축에 속하지만 역시 피아노는 없었다.
15팀이 참여하는 밤샘 콘서트에 참석했을 때 유일하게 코르그를 사용하는 건반주자가 있어서 기대를 하였지만 그의 건반 실력은 나보다 더 활용가치가 낮아 보였다.
피아노 톤은 아예 사용하지를 않고 오케스트라 스트링 정도를 배경으로 까는 정도며 그것도 코드로 대충집어가는 정도였다.
아, 그리고 악보를 구하기 자체가 힘들다. 대중음악이라고 책을 권하면 가사와 코드만 적혀져 있어서 아직까지 변변히 음악책 한권 못사보았다.
또 서점에서 파는 교본들도 그냥 일반종이에 복사를 해서 파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곳의 연주악기들은 언급한 안데스 관악기 말고는 대체로 모든 악기가 거의 현악위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바이올린이나 첼로같은 클래식 악기는 아니고 보통 2대의 기타중 리듬을 담당하는 파트와 멜로디 및 애드립을 구사하는 파트, 그리고 빠지지 않는 저음 베이스기타, 차랑고등이 동원된다는점이다.
어쩐때는 기타만 3대가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대중적인 팀들은 드럼이 운반상 문제가 있어서인지 대부분 전자드럼을 사용하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팀은 좀체 만나기 힘들었지만 미국의 컨트리 음악에서 구사하는 정도로 애드립에 치중하는 것 같다.
여기에 주로 이탈리아 악기인 만돌린과 잉카의 옛수도 꾸스코 지방에서 이용한다는 잉카하프 아르파의 음색까지 가세하면 거의 현악기 일색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다 기타 애드립도 고음부를 주로 사용하니 차랑고의 차랑차랑한 소리에다 하프까지 가세한다면 사실 음역이 모두 높은 것 같아 신경질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거기에 주 멜로디 라인을 담당하는 께나도 고음악기 아니던가.
스페인풍의 튜나 그룹은 20명이 나온다면 15-7명은 죄다 기타류를 잡고 나온다.
한가지 더 특색은 기타들 태반이 클래식 기타에 전기픽업장치를 하여 음을 증폭하였는데 주로 반주법이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아르페지오나 베이스 런닝들응 사용하고 있어서 연주기법이 조금만 뛰어나면 휼륭한 연주를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현악기들 일색이어도 음이 충돌하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음악선생으로 구성된 3-4인조 팀들은 오로지 기타만으로 기가막힌 연주를 구사하였다.
노래는 조금 다른 그룹에 떨어지지만 한 사람의 연주는 한국에서는 듣지 못한 기법이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런 음악풍토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스페인어 인것처럼 본토 스페인이 기타의 종주국임을 생각하면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 음악인은 기타 실력이 수도 리마에 비하면 아레끼빠 수준이 훨씬 밑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 것도 들었다.
그래도 클래식음악이 아닌 자신들만의 페루비안 스타일 기타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을 높게 사주고 싶다.
어떤 클래식음악가들은 스페인 본토 플라맹꼬 기타음악도 인정을 안한다지만 그 나라에 오면 그 나라에 맞는 형태의 음악으로 정착되는 것은 기실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당분간 이곳에서 현악을 대체할 악기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의 그룹활동과 생음악만을 고집스레 유지하는 점을 배워서 가고 싶다.
그래서 최소 인원이 평균적으로 대여섯명이상은 되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