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아 한티재를 넘어서면 이제 내리막길이다.
내리막이 끝 날 무렵 송림사이로 자연 토굴 안에 있는 듯 없는 듯 삼존불은
자리 잡고 있다.
군위 삼존불로 통칭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제2 석굴암이라고 해야 의사가
통하니 우직함인지 고집스러움인지 모르지만 나도 석굴암이 편하다.
헌데 토함산 석굴암보다 시대가 앞서는데 왜? 제2라고 말할까?
토함산 석굴암이 먼저 세인에 알려진 후 군위의 석굴암은 최근에야 발견
되었으니 그러하리라 추측해본다.
아무튼 나문답 경상도 답사 가는 날은 대구에 흔치 않은 눈이 전 날 내렸기에
잔설이 남아 있고 노송에서 떨어지는 눈뭉치에 부산서 온 처자들은 마치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처럼 삼존불은 안중에도 없는 듯 눈 속을 마냥 뛰어 든다.
제2 석굴암은 몇 가지 중요한 단초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마애불-천연 동굴 석불-인공 동굴 석불로 이어지는 불상 조성의 단계를
연결해주는 귀한 천연동굴의 석불이며, 또한 우리 나라 최초의 항마촉지의
수인을 가진 석불이어서 석가모니불로 생각도 되어지나, 협시불이 대세지 보살
관음보살이기에 아미타불로 불려진다.
이로 인해 토함산 석가모니불도 아미타불이라는 논란의 단초를 남긴 매력 있는
석불이며, 붕괴를 염려해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였지만 가까이 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광경이 훨씬 맛있다.
석굴을 향해 배례할 수 있는 곳에는 이형의 석탑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절로
진입하는 다리 건너에는 비로자나 석불이 지권인의 수인을 하고 참배 객에게
부처와 중생은 본디 하나라는 가르침을 암시하며 앉아 계신다.
어느 님이 입구에서 사온 호박엿의 달콤함을 입안에 가득 담고 눈 속으로
몸을 던져 사진을 찍고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에 빠져 본다.
동심의 천연스러움이 부처의 향기보다 못 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다면, 저 하얀 백설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살아간다면, 구름에 잠시 가린 맘속의 참나를 발견한다면
이 사바세상은 화택이 아니라 고요하고 평온한 가릉빈가가 노래부르고
수만 종류의 화초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니르반하, 천상의 세계일텐데...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