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박] 88. 황금십년 F

[GEBAK]

코요테의 신지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것 같다. 노래 가사의 사연 때문도 아니고 그 음악에 취해서도 아니다. 신지의 노래가 거리 어디에나

울려 퍼질때 나는 김치박스를 배달했고, 많은 젊음들이 거금을 들여 한번 쯤 코요테 콘서트를 보러 갈때 화물차로 그 근처에 납품갔다. 그때 당시 히트치는

노래이고 신나는 음악이구나.!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들으니 신지의 고음은 마치 내 젊은 시절의 회상을 서럽게 절규시키 듯 들렸다. 내 20대는 그랬다.

가난한 사람이 즐기고 놀면 죄짓는 일이라 생각했다. 계속 놀면 곧 죽는거다 하는 강박관념이 머리에 얼만큼 있었던것 같다. 큰마음을 먹고 친구와 서울 강남에

있는 L월드 놀이타운에 놀러 갔다가 수없이 넓은 주차장에 주차 시킨곳을 찾지 못해 헤메다가 L백화점 직원 통로로 잘못 들어섰는데 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백화점의 판매코너 직원들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으며 분주한 발걸음들은 앞 다투어 치열하게 서로 먼저 가려하고 있었다. 얼른

식사를 마치고 몇분이라도 좀더 쉬기 위해 그들은 뛰는 것이다. 다큐에서 보았던 중공군의 인해전술 전쟁터의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예나 지금이나

옷입은 모양만 다를뿐 여전히 귀족과 노예는 돈에 의해서 분리되어 있다는것을 단지 열심히 산다고 될일이 아니란것을.... 그렇게 살면 잘사는 사람의 노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부터 도전의 칼을 나도 모르게 색다른 방법으로 갈기 시작했던것 같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라는 말은 그 고생이 큰돈을 모으기에

부적합한 경제활동이란 걸 깨닫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또한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얼마의 자본이 모여지고 그 자본을 종자로 하여 그것의 크기에 비례하여

자산이 늘어 난다는 원칙은 큰틀에서 벗어나지 않아 보였다. 우선 얼마 없는 자본을 좀더 큰 자본으로 진화시킬 방법을 두루두루 조사해 보니 은행 여신 만큼

좋은것은 없었는데 나같은 개인사업자는 신용을 바탕으로 여신을 받을수 없었다. 고정적인 매출 자료를 증명 할수있는 사업을 두루 살펴 보니 편의점이

제격이었다. 서서히 그것들을 조사하고 알아보는 중 김치사업은 자본의 비교적 약소함에 결국 난국을 맞았다. 김치가 사업성이 있다는 추세는 어느새 널리 퍼져

나갔고 최초 취업했던 김치공장의 황사장이 고문으로 초빙되어 갔던 대기업인 D식품이 생산 라인을 갖추고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치자 그에 쌍벽이 될만한

식품업계의 이름 난 J식품도 김치사업을 대단위로 시작하였고 역사가 있는 농협김치 또한 경쟁에 가세하였다. 나와 같은 소규모 제조업은 일찍 시작하였든

말든 틈새 시장의 흉내내기 사업 정도밖에 될수 없었다. 어디선가 자본력을 투자 받는다면 독자적인 중소업체로 성장 할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투자 유치에

대한 배짱도 노하우도 없었다. 고민중에 또 하나의 난제가 닥쳐 왔는데 나와 같은 소규모 업자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처지가 아니다 보니 대거 중국으로 떠난

것이다. 그로 인해 칭따오에서 부터 중국산 김치가 대거 난립하기 시작 했는데 수입 단가가 비교 불허였다. 당시 10KG 소포장을 평균 15,000원에 납품 거래

했는데 중국산 김치의 수입 단가는 절반 가격인 7천원도 안되었다. 거기다가 보쌈김치에나 재료로 넣는 대추, 잣등의 호화 재료까지 듬뿍 썰어 넣었고 물량의

규모가 대단했다. 가정용 김치쪽은 중국산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나마 국산을 고집 했지만 식당과 업체는 달랐다. 자기들이 직접 먹는것 보다 손님상에 오르는

필수적인 구색 음식이기에 원가가 절반이란 것은 갈아 타기의 중요한 이유였다. 마침 퇴직한 보험회사 간부가 뒤늦은 시기 같았지만 야심차게 김치사업을 추진해

본다며 동업도 제안 하다가 공장 매수 의사를 밝혀 왔다. 거래 금액도 나쁘지 않았고 주부사원도 그대로 인수 받겠다 하여 더 고민 할것도 없었다. 그런저런

이유중에 가장 식상했던 일은 그래도 고향은 정이있는 곳이기에 시골 어른들의 배추를 좋은 가격에 다량 매입도 하고 당시 김치와 함께 절임배추 판매량도

적지 않았는데 그 물량을 판매 할때는 지역의 단위농협에서 농산물 유통에 대한 가송장을 받아야 했으므로 매도 정보가 모두 오픈 되었고 농협에 간부로 있던

옆동네 한참위 선배가 그것을 가까운 다른 선배에게 정보 제공하여 절임배추 공동 작업장을 창설 했고 그들은 고향 지역의 유지들 이었으므로 나같은 어린애의 입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추 주요 공급처와 매도 거래처는 그들에게 인맥을 통해 다 넘어가 버렸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귀향하여 제조업을 확장하려 계획 했었는데

그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내가 후발 주자로 끼어드는 모양새로 보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모든게 핑계였지만 그런 일들은 한국 사회의 학연과 지연, 반 선의의 경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편의점의 사장들을 만나 파고들어 보니 체인 편의점은 가져다 주는 물건을 팔기만 하면 되는것 같이 손쉬워 보이지만

이문이 그만큼 줄어들어 박했고 개인은 프랜차이져 본사에게 구속 받을수 밖에 없어 불만들이 많았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여 브랜드 없는 개인 편의점을 오픈했다.

막상 오픈해 보니 문제는 누구나 구입하는 기호 품목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전매청의 독점 공급 방식이었다. 유명 상표의 라면, 주류, 담배 등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제품들은 이미 국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어서 판매자 마진은 없다고 보면 된다. 켄맥주 같은 경우는 세금 떼면 100원이 남을까 말까인데 냉장고에

냉각 시키는 전기료 등을 따지면 완전 헛장사 였다. 담배 또한 무척 많이 팔리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한보루 열갑을 판매하면 한갑 10%가 남는데 그것으로

부가세, 종소세,  인건비를 감안하고 가게세는 땅파서 내는것이 아니므로 말짱 적자다. 이미 오픈은 했고 금새 포기할 일은 아니었기에 방법을 찾으니 편법과

노하우는 있었다. 담배는 주기적으로 프로모션 행사를 하는데 50보루 한짝 들이를(오래전이라 확실히 수량이 기억나지 않음) 열짝을 구매하면 프로

모션으로 한박스를 더주는 물량 밀어내기식 프로그램이 있었다. 라면과 주류도 그런식으로 덤핑 매도하는 물량이 수없어 따지고 보면 불법인데 목돈만

있으면 다 구할 수 있다. 대형 매장은 영업 일환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는데 그것을 별도로 할인판매 하는곳이 있다. 아마도 속칭 카드깡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하여

되팔려 나오는 상품권일 것이다. 그것을 7~8%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여 대형마트에서 주류나 라면 따위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많이 구입하는 손님들에게는

10박스 + 1박스 같은 프로모션 행사가 여러가지 있고 때에 따라서는 1+1박스의 거대한 행사도 많다. 대형마트의 주류와 일반매장의 주류는 각각 다른 표시가

되어 있어 분류 없이 판매하면 불법이지만 단속에 걸릴 경우 영업정지 몇일과 벌금을 내면 되는데 판매 마진이 훨씬 좋으므로 법을 어기는게 금전적으로

훨씬 유리했다. 진실을 고집해야 할것 같으면 장사를 안하고 자선사업 해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때는 진실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식으로

생기는 속칭 백(back)마진은 물건 팔아 남는 이문에 비할바가 아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주류상사에서 정식으로 맥주 10박스를 주문해서 판매 하는것 보다

대형마트에서 3박스를 구입해 되파는것이 남는 돈이 더 많다. 그런것과 더불어 메이커가 생소한 안주류 잡화들은 비교적 많이 남는다. 담배 또한 국산 보다


수입 담배가 훨씬 프로모션이 많다. 국산 담배 애용 공익 광고가 한창이던 이유는 그것이 세금 부과에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금연

캠페인이 실행되고 전매공사가 민영화 된 직 후 부터 금연 캠페인이 무척 강화되었다. 그렇게 수입이 제법 날때 쯤 편의점을 탐내는 노부부가 나타났고

나는 밤시간에 취미 삼야 DIY로 만들던 빔프로젝터를 편의점 한쪽에서 만들고 손보기도 했는데 제품개발 계통에 일하던 손님이 손재주가 대단하다며

거래처 회사에 소개하고 싶다며 내 하찮은 손재주를 경이롭게 대해 주었다. 이야기 잘 해 놓았다며 오창 과학단지의 벤쳐회사 부장 직함의 명함을 건네주었고

꼭 한번 찾아가 보라 적극 추천해 주었다. 그당시 편의점에 밤이면 근무 중인 경찰관들이 많이들 왔는데 값싼 드링크를 종종 대접했던 탓인지 나를 매우

기특해 했고 손재주가 좋고 예의가 매우 바르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들을 하다가 당시 지방에 정보통신 계통에 전문 인력이 희소했던 타이밍에 싸이버

수사대에 다수 충원 계획 공고가 곧 시행되는데 특채로 임용 되게끔 여럿이 적극 추천해 주겠다고 귀뜸을 주기도 하여 나름 어머니가 공무원 공무원 노래를

부르던게 생각나 심히 고민도 했었다. 경찰관 특채도 도전 했다면 가능 했다고 본다. 그 이유는 그 동네에 현행범을 몇번씩이나 검거하는데 공을 세운 중학교 중퇴 학력의

방범대원 선배가 그들의 추천으로 짧은 시간에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도 패스하고 경찰관으로 임용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권리금도 받고

편의점을 매도한 후 나는 벤쳐회사에 구경이라도 가보자 생각하고 방문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비니]

이제 글 즐감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무이비엔]

편의점 내용은 좀 짧게 끝나는군요 ㅎㅎㅎ
벤쳐회사 구경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