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우 림 * 茶 雨 林
우리 다회의 이름이 바뀌고 가진 첫 모임입니다.
초의선사와 추사의 깊은 우정처럼 우리 다회가
아름답게 이어져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페지기인
흙내솔내님이 야심차게 준비한 두릅초밥의 세계로 떠납니다.
두릅초밥
생선초밥은 먹어봤지만 두릅초밥은 처음이었습니다.
입에 넣기가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밥입니다.
예전에도 흙내솔내님이 저것을 따러 산에 갔다가
미끌어져 낭떨어지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어깨와 허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었습니다.
이번에도 재료 채취에 많은 시간을 들였답니다.
자연이 주고 사람의 노력이 더해진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흙내솔내님은 음식을 준비할 때 온 정성을 다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넣지는 않지만 재료 하나 하나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잡티하나 시든것 하나 들어가지 않도록 정갈하게 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했습니다.
두릅초밥을 보니 그 마음들이 느껴집니다.
두릅전
기름과 함께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두릅전의 향기가 참 신선했습니다.
코끝에 스미는 저 냄새에 막걸리 한 잔이 절로 생각납니다.
'맛'이란 무엇일까요?
허영만의 식객이란 만화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군대에서 먹은 라면맛을 잊지 못해 군대 고참을 찾아가
그 때의 라면을 다시 끓여달라고 하지만 몇 번을 끓여도
그 맛이 나지 않자 라면을 엎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곤 생각합니다. 똑같은 라면을 끓였는데 왜 그 맛이 안나는지...
결국 고참한테 몽둥이로 뚜드려 맞고서야 그 라면맛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며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맛은 결코 훌륭한 재료와 화려한 솜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입이 즐거운 맛과 가슴이 행복한 맛은 차이가 있습니다.
귀향살이에 지쳐있던 추사에게
초의가 보내준 차 한 잔은 어떤 맛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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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배고프고 준비하는라 갈증난 상태에서 마신 막걸리
옆에서 어떤 분은 숨도 안쉬고 벌컥벌컥 마시더군요^^
강태공님이 중국에서 직접 골라오신 차
중국의 그 많은 찻집들을 발품팔아 구해오셔서 맛보여 주셨습니다.
강태공님은 차생활을 그리 오래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살아온 연륜이 남다르십니다.
중국찻집에서 보이차를 사오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찻집에 가면 우선 입구에 진열된 차들엔 눈길도 안주고
곧바로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깊숙한 구석에 있는 차를 바라봅니다.
낡고 오래되 보이는 차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으면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걸어옵니다.
'저 차는 귀한 차인데 어쩌고 저쩌고..'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대강 뜻을 이해하고는
차를 수십년 마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을 합니다.
신중하면서도 덩치만큼이나 묵직한 행동을...
그러면 주인이 차를 좋아하는냐고 묻는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차~암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차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반갑듯이
주인도 강태공님을 무척 반가워하십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밑작업이 끝나면 살며시
가격을 묻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가지 안쓰고 좋은 차를 싸게 구한다네요.ㅎㅎㅎ
진짜 좋은 차는 집에 두고 오셨다는 말에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 강태공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분이라 여겼고
훌륭한 인간됨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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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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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다회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흙내솔내님과 삼태기님(산울림님의 매형으로 처음 다회에 오심)이 따온 두릅과 다래순, 오가피순을 다듬어요.
여럿이 순식간에 다듬어버립니다.
다회를 여러번 치루다보니 손발이 잘 맞음.
다듬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조리시간.
비빔밥에 들어갈 다래순을 데쳐냅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준비되었던 것처럼 웃음이 나오는 소엽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소엽님은 행다할 때와 평상시의 모습이 너무 다름.
어떤 것이 진짜인가 혼동하다가 나중에 알게되었지요.
그 두 모습 말고도 많은 부분들이 다 소엽님의 모습이었음을...
멀리에서 하던 일 제껴두시고 내려와 무를 써시는 어릴적 꿈님.
댁에서 사모님은 남편에게 이런 가정적인 모습이 있음을 아시는지 궁금하였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소엽님께 어설프다는 타박을 듣는 것으로 보아 짐작만 하였을 뿐... .
다들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중간중간 깔깔거리는 웃음도 흘러나왔답니다.
저 꽃을 꺾어온 곳을 밝히면 소엽님의 위신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함구합니다.
다회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아름다움에 소엽님이 일조를 하셨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재료들이 준비되었습니다.
이건 흙내님이 어렵게 구한 야생가지버섯.
음식맛은 손맛이라는 말이 있죠.
손에는 기운이 어립니다.
어릴적 배아플 때 어머니가 '엄마손은 약손'하며 배를 문질러주면
신기하게 싸~악 나았던 것은 엄마손에 치료의 기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아플 때 내 머리로 손이 가는 것도 내 스스로의 손으로 머리를 만지면
치료가 되는 무의식의 작용입니다.
손맛이 좋으려면 마음이 밝고 따뜻해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손에 좋은 기운이 어리고
그 좋은 기운에 음식들은 반응을 하여 잡맛은 사라지고
조화로운 맛이 나오게 됩니다.
마음이 가면 기운이 어리고 기운이 어리면 물질은 감응합니다.
아래의 음식들을 모두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맛은 안봐도 아실것입니다.
두릅전.
봄나물 가득한 비빔밥.
쇠고기 야생버섯 탕국(가지버섯, 능이버섯)
(어릴적 꿈님은 시원한 맛의 핵심이 무우에 있다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흙내솔내님의 손맛.
두릅초밥은 딱 이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자연의 맛입니다.
와인
흙내솔내님이 준비해온 Chateau Cantemerle Macau (Haut-Medoc)
흔히 말하는 특급와인, 즉 그랑끄루는 보르도안에 메독안에 오메독의 와인을 이야기하는데
1~5등급 중 5등급에 있는 와인입니다.
와인애호가이기도 한 흙내솔내님이 디캔터에 와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숙련된 솜씨로 보아 소믈리에가 울고갈 것 같기도 합니다.
와인은 3가지에 취한다고 합니다.
빛깔에 취하고,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하는 것이지요.
각자의 잔에 나눴습니다.
입에 침이 마르기 직전까지 와인칭찬을 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 와인인가 보구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전
'원래 좋은 것은 여러 말이 필요없습니다.'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 말걸...
먹었으니 맛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니 오해없으시길^^
첫모금에는 디캔터에 와인을 1시간 가까이 열어놨음에도
독한 알코올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잔을 가볍게 돌려 공기와 접촉을 시킨 후 다시 맛을 보니
상큼한 과일맛과 향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맛과 향의 균형이 적절하게 다가오고
바디감도 강하지는 않지만 균형이 잘 잡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체적으로 괜찮은 와인, 먹을 만한 와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와인 맛에 취해봅니다.
이제 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벽라춘부터 맛을 보았습니다.
강태공님이 공부한 것인지 인터넷에서 뽑은 것인지는 몰라도
덕분에 공부합니다.
즐거운 다회가 이어집니다.
벽라춘의 잎.
저 여린 잎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 만든 정성만으로도 좋은 차입니다.
벽라춘 한 잔으로 중국에서 막 건너온 봄을 맛봅니다.
차 한 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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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를 준비하면서는
항상 설레고 좋은 만남이 있음에 약간의 흥분도 됩니다.
다회가 진행되면
새로운 얼굴도 보고,
오랜만에 보는 이도 있고,
매번 보는 이도 있습니다.
웃음이 넘치고
좋은 차가 오가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다회가 마무리되면
잔잔한 여운을 느끼며
추억으로 남을 시간들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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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림
우리카페는
천 년을 이어 온 차문화를 접하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차와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고 문화가 꽃피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으며
무거운 것 같으면서도 밝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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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기를 애타게 기다리셨을 다우님들.. 즐겁게 보세요^^
역시 멋집니다. 다우림.
여러분의 수고도 느껴지구요.
물님의 위트 넘치는 글과 사진도 감사합니다^^ 소엽님의 미소도 너무 아름답구요..^^
어어떻게.. 올리자마자 보고 글을 남기실 수 있죠? 암튼 꽃다발 고맙습니다.
@물 흐르듯 제가 후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다우잖아요^^
요며칠간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후기보면서 생기를 좀 찾았습니다.
못오셨던 분들을 위해서 한말씀 더하면
후기 중간에 나오는 가지버섯무국 한종지만으로도
막혔던 임독맥이 다뚤려서 손발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었다는 사실...
좋은 재료 공수해주신 흙님 감사드리고... 흙님 공방이 있는 적벽강으로의 드라이브도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단소소리로 다실을 맑게 정화시켜 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야생버섯탕 한 그릇으로 원기를 회복하셨군요.
대한민국이 우울증 증세를 앓고 있을때 물님표 알약한알 먹고 추스립니다
행복한 기억들을 마구마구 만들며 살아야 겠습니다
두릅전을 절여서 부치느냐 그냥 부치느냐에 그냥 부치라고 전화로 얘기해주신
금산 보광사 보선스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행복한 기억 많이 만드시면 제게도 나눠주세요. 맛있는 두릅전에 얽힌 비화가 있었군요^^
저번주에 개인 적인 일로 많이 바빴습니다. 후기를 올려야지 하면서도 마음뿐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실은 멋진 컷을 많이 찍으신 물님을 믿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잘 쓰여진 정겨운 후기를 보며 그날의 즐거움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애쓰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두릅초밥! 두릅전! 야생 버섯탕! 먹고 싶습니다...
차회에 가지 않은것이 이렇게 후회가 되네요.
두릅의 향이 느껴지네요. 정말 부럽네요
올까말까 고민하셨군요. 내년을 기다려 주세요.
깊고 깊은 봄 앓이중이라 함께 못했네요. 좋은 사람과 좋은시간 차향이 있어 더 그윽합니다.
오늘 이 후기를 찬찬히 보았습니다. 1년이 지나 그날의 봄을 보노라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참 새롭고 또 정겹습니다.
평범하면서도 가볍지않고 무거운것같으면서 밝습니다
정말 그런것같애요~~사진만으로도 행복해짐니다
공감해주시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