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 30분에 휴게소에 잠시 들려 15분간을 보낸 후 다시 출발한 버스는 계속 스플리트(Split)를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았다. 18시쯤엔 비가 멈췄고, 18시 50분쯤 스플리트에 진입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곧바로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19시 1분에 버스가 멈춘 곳은 바다를 낀 도로 옆 가게들이 있는 곳이었다. 해변에 인접한 제법 높은 건물들과 고급스런 유람선 등이 스플리트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바다가 보이는 토폴리노 레스토랑(Topolino Restaurant)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깨끗하고 넓었는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중국 관광객들이 식사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중국 관광객들이 나가고 난 식당 안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서 우리끼리 조용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며칠 째 접하는 발칸반도의 식사지만, 친숙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호텔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입에는 많이 거슬렸다. 빵과 과일 등으로 적당히 요기를 한 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갈만한 곳은 모두 문을 닫을 시각이었기에 우리는 곧바로 호텔로 가기로 했다. 봉이사가 자랑스럽게 5성급호텔이라고 하기에 나는 속으로 주변에 볼 것은 별로 없겠다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스플리트는 4세기에 건설된 도시이다. 그래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5성급호텔이 있는 곳이라면 신시가지일 것이며, 주변도 둘러볼 만한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10여분쯤 가자 우리가 머물 아트리움 호텔(Atrium Hotel)이 큰 도로변에 나타났다.
로비에 들어가자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조용한 느낌을 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두브로브니크를 걸어 다녔고 또 네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온 대중들은 빨리 쉬고 싶어 했다. 나도 방을 배정받자마자 곧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크고 깨끗했다. 창의 커튼을 열어봤으나 그저 건너편의 건물과 골목길이 보이는 정도여서 곧바로 물을 끓여서 차를 달여 마시며 몸을 달래주었다. 큰 욕실에는 깨끗한 욕조가 갖춰져 있어서 편안한 반신욕을 할 수 있었던 점은 참 좋았다. 노트북을 열어 개화사 카페와 페이스북을 살펴 본 후. 향을 피워놓고 정좌한 채 긴 침묵으로 들어갔다. 시계는 자정을 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이 갖는 행운이다. 그럼에도 그 행운을 자유로움과 행복으로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 - (1)두브로브니크를 떠나 16시 40분쯤 바닷가의 작은 마을을 지날 때엔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하늘은 짙은 구름에 휩싸였다. (2)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봉이사가 옆에서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가니까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3)스플리트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하기에 내려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4)18시 50분쯤 스플리트에 진입했다. 스플리트 중심부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5)해변에 인접한 제법 높은 건물들과 고급스런 유람선 등이 스플리트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6)우리 대중들이 토폴리노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고 있다. (7)시끌벅적한 중국 관광객들이 나가고 난 식당 안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서 우리끼리 조용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8)우리가 머물 아트리움 호텔(Atrium Hotel)이 큰 도로변에 나타났다. (9)로비는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조용한 느낌을 주었다. (10)방은 크고 깨끗했다. 창의 커튼을 열어봤으나 그저 건너편의 건물과 골목길이 보이는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