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대지의 노래
Mahler Das Lied von der Erde
말러는 1908년
이택백의 시 등을 번안한 것의
중국의 시집 [중국 피리]를 텍스트로 삼아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다.
전작들과는 달리
이 곡은 동양적인 분위기가
짙게 묻어 있으며 염세적,허무적 탐미성
경향이 뚜렷하다.
그리고 이 곡은
9번째 교향곡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말러의 심정이 악곡 곳곳에 담겨진 곡이다.
교향곡 9번이 아닌 《대지의 노래》라고 제목을
붙인 건 말러가 존경했던
베토벤이나 브루크너도
교향곡 9번까지 쓰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상기하여 9번이라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말러는
생전에 이 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1911년 5월 18일 세상을 등졌고, 그 해 11월
그의 제자 브루노 발터의 지휘로 초연되었을 때, 말러의 존경심에
수많은 음악가들이 감동과 회한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편 이 곡을
작곡에 착수하기 시작한
1907년 전후한 시기는 말러에게는 불행한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11년간 이끌어오던 빈 국립 오페라극장과
계속되는 갈등으로 말러는 사임을 했고 맏딸인
안나 마리아의 죽음에 이어 말러 자신도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자신도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자신을 매질하는 듯한 작곡 생활을
지속하다가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예감한 말러가
깊이 동경해온 자연에 대한 끝없는 애착을
음악으로 만들어낸것이 바로
《대지의 노래》이다.
이 곡은 남여 성악가가
한 악장씩 번갈라 노래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현세의 고통에 대한 술 노래이며
이태백의 시를 텍스트로 하고 있다. 내용은
한마디로 백 년도 못 살 삶인데 무엇하러 욕심을 부리느냐는
것이다. 『삶은 어둡고 죽음도 어둡다』 라는 싯구가
중심이 된다.
2악장은
가을의 고독함을 노래한다
가을날 고독 속에 슬피 울면서 눈물을 말려줄
사랑의 태양을 기다리는 남자의 탄식을 표현하고 있다
매우 애상적이고 쓸쓸하다.
3악장은
청춘에 관한 것이다.
청춘의 활기와 싱그러움을 위해
가볍고 무거운 느낌의 트롬본과 팀파니를 제외하고
투명한 음향을 만들어내려 했다.
어느 한가로운 날
작은 연못 한 가운데에 있는
정자에 모여 잡담하는 젊은이들을 묘사한 시와
전곡 가운데 가장 가볍고 산뜻한 악상이
잘 어우러진 악장이다.
4악장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태백의 채련곡(採蓮曲)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꽃 따는 여인들을 묘사한 우아하고 서정적인 음악과 거칠게
말을 타고 등장한 젊은 청춘들을 묘사한 격렬한 음악이
대조를 이루는 악장이다.
5악장은 봄과 술을 노래한다.
이태백의 시가 원작이며 ‘봄이 왔다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술이나 마시련다’라며 봄과 술을
노래하고 봄의 정취와 인생 무상감이
표현되어 있다.
6악장 고별
매우 긴 악장으로
30여분에 걸쳐 연주된다. 이전 악장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길이이다.
당나라의 시인 맹호연과 왕유의 두 시를
하나의 음악으로 엮어내고 있다.
첼로가 낮게 깔리는 가운데
맹호연의 시 ‘해는 서산으로 지고’로 시작되는
노래가 울리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신비로운 저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알토가 서정적인 아리아를 노래한다.
‘오 아름다움이여, 오 영원한 사랑과 인생에 취한 세상이여’라는
가사에서 음악은 절정에 이르고
뒤이어 목관이
비탄에 찬 선율과 함께
‘나는 간다네, 산속을 방황한다네’로 시작되는
아리아가 제시된다. 어둡고 쓸쓸한 노래가 이어지다가
조성이 장조로 변하면서 영원의
아리아가 시작된다.
하프와 첼레스타가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면서 청아하고 신비로운 천상의 음향을 연출하고
가수가 ‘영원히’라는 가사를 끝없이 반복하면서
조용히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