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스포츠’인 야구. 2012년 7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엔 10구단 출범과 함께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전망이다. 가족팬 층이 두터워지면서 야구장은 캠핑장 기능을 겸한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장 주변 맛집 정보까지 곁들여 ‘원정 응원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을 제외한 6개 지역 구단의 코치진과 선수들이 직접 뽑?年? ‘추천 맛집’ 총 18선과 ‘여행지’ 10군데를 소개한다. 일명 ‘2014년판 야구장 미식 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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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이 아니어도 좋다. 캠핑장에 온 듯 고기를 구워먹거나 아예 텐트를 가져와 가족 모임을 갖는 풍경이 이곳, 야구장에서 펼쳐진다.
최근엔 회식 장소로도 인기다. 25일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은 이들이 바비큐 존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주말을 즐기고 있다.
“좀 더 바짝 구울까? 너무 뒤집진 말고. 소시지도 좀 구워야 하는 거 아냐?”
나무 탁상 위에 마련된 전기 그릴 판에 삼겹살·소시지·양파·버섯 같은 먹을거리가 춤을 춘다. 다른 편 탁상에선 등심구이가 한창이다. 한여름 부챗살 펼치듯 불판을 덮으며 이글거리는 등심 덩어리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서걱서걱 자른 묵은 지가 그릴 판에 오르니 짜르르 소리를 내며 몸을 배배 꼰다. 상추쌈을 향해 더 이상 벌리기 힘들 정도로 한껏 입을 연 꼬마의 입엔 벌써 침이 반쯤이나 고여 있다. 너른 잔디밭을 바라보며 잘 구워진 삼겹살을 연달아 입에 넣으니 온몸 세포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왜 같은 고기인데도 집에서 먹으면 이 맛이 안 날까.
캠핑장이나 휴가지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격주로 이곳에서도 펼쳐진다. SK와이번스 야구단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이다. 지난 24일 찾은 문학구장은 그야말로 캠핑장이 따로 없었다. 고기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어 인터넷 예매 시작하자마자 마감되는 이마트 바비큐존(4인석 8만원)은 차치하고라도 관중석 곳곳엔 ‘돗자리 부대’가 이어졌다. 집에서 가져온 김밥과 족발 등을 펼쳐놓고는 ‘소풍’을 만끽하고 있었다. 바비큐 존 앞에서 ‘찡오랑’ 오징어를 구워 파는 남성은 “오늘같이 2만명 넘게 들어오면 하루 100만원은 족히 판다”라며 배시시 웃는다.
잔디 응원석인 ‘그린존’(성인 1만원)엔 얼마 전부터 아예 ‘텐트족’들이 등장했다. 일부는 야구를 보는 둥 마는 둥 누워서 선탠을 즐기거나 잔디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LG와의 3연전이 펼쳐진 이날 LG 깃발을 단 텐트와 SK 팬의 텐트도 곳곳에 진을 쳤다. 1박 2일 인천에 가족 여행 삼아 텐트를 가져왔다는 김현석씨는 “오전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차이나 타운 들렀다 경기장에 왔다”며 “아이들이랑 밖에서 캐치볼도 하고, 도시락도 펼쳐서 먹으니 캠핑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대전 한화 구장에서도 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빈폴 글램핑존’을 설치해 텐트를 구비해놨다.
이제 야구장은 더 이상 ‘야구만 보는’ 장소가 아니다. 야구를 몰라도 함께 즐기는 가족 캠핑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15만 관중을 돌?컸玖?‘국민 스포츠’ 왕좌를 지키는 야구의 인기는 각종 악재에도 ‘가족팬’ 덕에 굳건하다. 지난 16일엔 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네 번째 최소 경기(162경기) 기록을 달성했다.
금토일 주말 3연전이라도 펼쳐지면 ‘원정 응원’을 위해 최소 1박 2일의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구 삼성은 이러한 트렌드를 감안해 지난해 팬북을 통해 ‘대구 100배 즐기기’ 코스를 소개했다. 그중에서 구단 관계자가 추천한 대구 팔공산 왕건길에 도전했다.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의 동수전투 설화를 배경으로 조성된 총 8개 코스 35㎞ 테마길이다.
‘초행자’임을 감안해 가장 쉬운 코스 중 하나인 1코스를 찾았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시작해 열재까지 4.3㎞의 트레킹 코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동수전투에서 왕건임을 가장해 목숨을 내놓은 신숭겸 장군을 기리는 코스다. 가장 먼저 만나는 ‘대곡지’라는 저수지는 수풀이 우거져 삼림욕 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한 30분쯤 걷다 보면 경주최씨 한천공파의 ‘원모재’라는 유적지도 발견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뜻을 기리기 위해 후손이 세운 곳이다. 슬슬 오르막이 나오는데 꽃과 나무가 우거져 지루하지 않다. 만디체육시설을 지나 20여분을 더 걸으면 전망대에 오른다. 팔공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최근 소원이 생긴 걸 어찌 알았을까. 마음을 내어놓는다. 바람이 분다. 소원은 하늘에 닿았을까.
음식 사진 제공 = 맛집 추천 앱 '식신 핫플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