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20113520 조유미 "막이 열리고 답사의 서곡이 시작되다"

[Clover]

1. 들어가며

전라도는 축복의 땅이다. 성서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 가나안을 연상시키듯 영산강을 기준으로 사방의 드넓은 평야와 사방으로 뻗은 천혜의 교통요건은 분명 역사가 전라도에게 내린 축복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전라도는 그런 축복을 바탕으로 당시 동아시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중국문명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남방식 고인돌이라는 독자적인 고인돌 무덤군을 형성했고, 영국의 스톤헨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각지에 산재되어 있어 너무도 흔해 보이는 3600개의 무덤들은 전라도 선사문화를 대변해준다. 또한 마한의 독자적 문화를 대표하는 영산강 유역의 옹관묘, 청해진으로 대표되는 통일 신라의 해상무역, 진도였기에 가능했을지 모르는 삼별초의 항쟁 그리고 임진왜란의 반전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울돌목 등은 전라도가 가진 역사상의 지리적 중요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풍요로운 선물의 대가였는지 아니면, 천해의 지리적 요충지가 가져야할 역사적 질곡이었을까? 역사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변변히 전라도를 무시하였고, 설상가상으로 전쟁에 중요한 길목을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전라도는 상처입고 아물지 않는 생채기 속에 이제껏 살고 있으며, 고려 태조가 훈요십조에서 노골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로 중앙집권의 철저히 배제당한 채 역사의 뒤편에서 그들은 저항했고, 승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 쳤다. 그러나 그들의 처러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항상 승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쟁의 전리품과 같이 역사는 예로부터 승자의 전유물이 아니였는가? 승자 의 문화인 중앙 문화가 항상 중심이였기에 그 동안 전라도의 풍부한 가치가 있는 문화에 나의 눈길이 미치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문화가 생겨나는 배경에 따라 각 시대, 각 지역의 문화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갖기 마련이고,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가치와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나는 항상 중앙 문화의 눈으로 전라도를 바라봤고 정답과는 거리가 먼 생각으로 전라도를 느꼈기에 단순히 전라도의 역사는 도전적이고, 중앙에 반대하는 강한 좌파성향에 역사로 인식했다.
 
 답사를 출발하기 전에 그리고, 전라도로 내려가는 길에 스스로 나는 “전라도사람이다”라고 암시를 걸고 남도문화로 대표되는 강한 향토적문화를 가진 전라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중앙 문화 중심에 고정된 생각을 과감히 깨뜨리고자 하였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비로소 전라도의 막이 열리고 춘계답사의 서곡은 시작되었다



2. 전라도

‘전라’는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머리 글자를 합하여 만든 합성 지명으로, 고려 현종 때의 전라주도(全羅州道)에서 비롯된다.전라도는 본래 마한의 땅으로 백제의 영역이었다. 660년(의자왕 20)에 백제가 망한 뒤 당나라가 이곳에 웅진(熊津 : 지금의 공주)ㆍ마한(馬韓 : 지금의 익산)ㆍ동명(東明 : 지금의 부여)ㆍ덕안(德安 : 지금의 은진)ㆍ금련(金連 : 지금의 金溝)의 5개 도독부(都督府)를 설치하였다. 당나라 군사가 철수한 뒤 신라의 경덕왕은 전주(全州)와 무주(武州)에 2개의 도독부를 설치하여 군현(郡縣)을 관할하였다. 이곳은 진성왕 때부터 후백제의 근거지가 되었고, 936년(태조 19)에 고려가 이곳을 차지하였다. 성종 때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洋道)로 나누어졌다. 현종 때 이를 합쳐 전라주도라 하였고 조선 시대부터 전라도라고 하였다.
 
 인조 때 전남도(全南道)라고 하였다가 복구하였고, 다시 광남도(光南道)로 고친 적이 있다. 영조 때에는 전남도로 고쳤다가 복구하였다. 1895년(고종 32)의 23부제(府制) 실시 때 전주부ㆍ남원부ㆍ나주부ㆍ제주부의 4개 부로 세분되었다.
부제 실시로 종래의 지방행정 구역을 군(郡)으로 통일하고 군수의 품계를 1등에서 5등까지 나누었다. 1896년에 13도제(道制)가 실시되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로 나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전라도의 56개 군이 전라북도는 1부 14군, 전라남도는 1부 22군으로 통폐합되었다. 1946년 제주도가 도로 승격되어 전라남도에서 분리되었다. 1986년에 광주시가 직할시로 승격되고 1995년 광역시로 명칭이 변경되어 전라도는 1개 광역시와 2개 도로 나누어졌다. 전라도를 호남 지방이라고 부르는 것은 호강(湖江 : 지금의 금강) 남쪽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벽골제(碧骨堤)의 남쪽을 호남 지방으로 부른다는 설도 있지만 금강 남쪽이 옳은 견해이다. 금강 하류는 오래 전부터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어왔다. 지리적으로는 소백산맥 서쪽이 전라도에 해당된다. 육십령(六十嶺)과 팔량치는 예로부터 호남과 영남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로의 구실을 하였다.
 
 또한 전라도는 중부 지방과 북부 지방에 비해 기온이 높고 해안은 바다로 둘러 싸여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하다. 그래서 일까? 조선 후기에 이 지역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호남가」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인디, 기초는 무주하고 서기는 영광이라 창평한 좋은 세상 무안을 일삼으니 사농공상이 낙안이요, 부자형제에 동복이로구나."  그리고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전라도의 풍속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이곳 풍속이 노래와 계집을 좋아하고 사치를 즐겨하며, 사람들이 영리하고 간사하여 문학을 대단치 않게 여기기 때문에 …(생략)." 다음과 같은 기록이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느긋하고 온화하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말투에서부터 그들의 성정이 느껴진다. 이렇듯 온화한 날씨는 자연스레 그 지역 사람들에게 느긋한 기질과 풍류를 선사 한 것같다.



3. 전라도, 1막 - 豊沛, 제왕의 고향
전주시, 김제시
전주객사->풍남문->전동성당->전주 경기전->금산교회->금산사

<전주객사>

 서울에서부터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멈춰선 곳은 전주시였다. 전주시에서도 가장 먼저 우리는 전주객사(全州客舍)를 들렸다. 전주객사의 건축양식이나, 객사로써의 용도(전패를 모시고 예를 지내거나, 사신이나 관리들의 숙소 등)는 물론 중요하지만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온 것은 전주객사 주관의 앞면의 동국진체의 활달한 초서로 쓰인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는 현판이였다. 
 풍(豊)은 주역괘 중의 하나로 우레와 번개를 함께 이르며 패(沛)는 비를 뜻함이니 풍패지관이란 바로 이곳이 조선왕조의 발원지란 뜻이 새겨져 있다. 이 외에도 풍(豊)은 중국의 현명이고 패(沛)는 중국의 군명으로 한고조 유방이 패군 풍현 중앙리 출신이라는 것에서 나온 말인데, 즉 풍패는 한고조 유방의 고향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후 풍패라는 말은 건국시조 또는 제왕의 고향을 지칭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전주의 남문이 풍남문, 서문이 패서문으로 명명된 것 또한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전주가 함락된  4월27일, 동학농민군의 전주점령은 단순한 농민봉기를 넘어 왕조의 발흥지를 차지했다는 상징상을 띄니 당시조선왕조의 충격이 어떠하였을까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풍남문>
 다음으로는 전주객사와 걸어서 15분 남짓거리에 위치한 풍남문에 들렸다. 풍남문이란 이름에는 풍패향 전주의 남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는 풍남문이 견고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풍남문은 우리 근대사의 굵은 매듭, 갑오농민전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의 상황을 오지영의 『동학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서문으로 남문으로 물밀듯이 들어가는 바람에 동학군들은 장꾼과 섞여 문 안으로 들어서며 일변 고함을 지르며 일변 총질을 하였다. 서문에서 파수 보던 병정들은 어찌된 까닭을 몰라 엎어지며 자빠지며 도망질을 치고 말았다. 삽시간에 성안에도 모두 동학군의 소리오, 성 밖에도 또한 동학군의 소리다." 당시 풍남문이 겪었을 긴박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도 불구하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풍남문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말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풍남문 문루 천장 봉황이 새겨진 벽화>

풍남문 문루 천장에는 봉황이 새겨진 멋들어진 벽화가 있었다. 한유(韓愈)의 ＜송하견서 送何堅序＞에서는 “내가 듣기로 새 중에 봉이라는 것이 있는데, 항상 도(道)가 있는 나라에 출현한다(吾聞鳥有鳳者 恒出於有道之國).”라고 하였는데 봉황이 항상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 나타난다고 믿어 천자 스스로가 성군(聖君)임을 표방한 데 연유한다. 이곳을 지나가던 백성들은 봉황을 보며 현재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동성당>

 다음으로 들린 곳은 전동성당이였는데, 서양사를 공부하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로마네스크양식의 성당을 보게 되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다. 서양에는 고딕, 로마네스크, 비잔틴, 바로크양식 등의 아름다운 건축양식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성당에 적합한 것은 로마네스크건축이라고 생각한곤 했었다. 그 이유는 로마네스크건축에는 특유한 중후한 외관과 어둑한 내부공간이 생기므로 외부에서는 존경과 경외를 불러일으키고 내부에서는 엄숙함과 경건함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부의 둥근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성당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지나칠 수 없나 보다. 영화 「약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텅 빈 성당에서 슬픈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여기 전동성당에서 촬영되었다. 그리고 성당 앞의 하얀 그리스도상 역시 성당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전에 ‘한국 최초 순교터’라고 새겨진 기념비를 보고 현재 우리가 이러한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전>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은 건물로, 유일한 태조 진전(眞展)이다.

 이곳에 있는 어진은 원본을 새로 옮겨 그린 것이고,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태조의 어진에서는 성인과 같은 온유함과 함께 역성혁명을 이룬 제왕 다운 강인함이 느껴졌다. 또한 옆의 가마는 경기전 내에 위치한 태조어진박물관에 있는, 태조어진 봉안 행렬시에 태조의 어진을 모신 가마이다. 가마 옆에 그려진 봉안행렬시의 행렬도를 보니 당시 조선왕실의 위엄이 느껴졌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씨는 그녀의 단편소설 <만종>에서 경기전을 이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고궁(古宮)의 묵은 지붕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씻은 듯이 시리다. 우선 무엇보다도 그것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밀밀하였으며, 대낮에도 하늘이 안 보일 만큼 가지가 우거져 있었다. 그 나무들이 뿜어내는 젖은 숲 냄새와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며, 지천으로 피어 있는 시계 꽃의 하얀 모가지, 우리는 그 경기전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를 짐작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표현대로 지붕너머의 하늘은 높고 넓었으며 나무 역시 울창하였다
특히 조경묘구역이 그러하였는데, 아직 이른 봄이기에 나무가 앙상하였지만 한참 녹음이 우거질때를 상상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짐작 해 볼 수 있었다 

 

 <금산교회>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의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은 ‘ㄱ’자 형태의 건물양식을 가지고 있는 금산교회에 들렸다. 교회 내부에는 당시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남녀 분리석이 마련 되 있었다. 남녀유별의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금산교회에서는 한국 특유의 독특한 건축양식과 서양식 교회의 특징이 조화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조화를 꾀하는 모습에서 우리 조상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금산사>

첫 번째 답사의 마지막 코스는 금산사였다. 금산사의 맨 앞에는 일주문이 있었고, 작은 개울 건너에 금강문이 자리하고 잇엇다. 감긍문과 일직선상에 천왕문이 있고 더 가서 계단을 오르니 원통전, 보제루가 잇었으며 육각다층석탑도 잇엇다. 미륵전 뒤쪽에는 적멸보궁과 오층석탑도 있었으며 명부전 뒤에는 삼성각이 있었다.

 

 금산사에는 많은 중요한 유물이 많았지만 나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육각다층석탑이였다. 먼저 우리나라 대부분의 탑이 밝은 회색의 화강암으로 만든 정사각형의 탑인데 비해, 이 탑은 흑백의 점판암으로 만든 육각다층석탑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국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4.마치며

이번이 두 번째 답사였다. 첫 번째에는 문화재에 대한 이해마저 없어 일탑이금당이니 수인이니 어진이니...하는 어려운 용어에 스스로 치여 재미만을 추구했던 답사였다면 이번 두번째 답사는 어려운 용어에 익숙해져 문화재 그 자체에는 익숙해졌지만 문화재를 담는 이야기들을 읽기에는 역시 아직 나는 많이 미숙하고 앞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겠따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지방문화재의 관리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우린 이제껏 문화재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런 보존보다는 새로운 것으로의 개발을 추구했다고 생각한다.고대 그리스의 신전 및 로마의 여러 건축물들이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건  옛 모습 그대로의 변화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현대인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너져 버린 성터, 이곳 저곳 놓여있는 깨진 석탑, 따로 보관하지 않은 원래 자리의 벽화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에게 그 시대를 연구할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그 유적지의 옛 모습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라도에 대해서 이중환이 택리지 말미에 “어진 사람이 지역에 살면서 부유한 업을 밑받침으로 예의와 학문을 가르친다면 살지 못할 지역은 아니다. 또한 산천이 기이하고 훌륭한 곳이 많은데,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도록 크게 드러난 적이 없었으니, 한 번쯤은 모였던 정기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썼다. 이중환의 예언처럼 1894년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 이후 1980년에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나기도 했던 곳이다. 3박4일간, 전라도 사람이 되어 보았을때 언제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던 전라도는 지금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역사학과 20113520 조유미.hwp

[20080636 류우찬]

다시 한번 답사 첫날을 보는 것 같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