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버섯을 기를 수 있을까?
글김영수(전 월간「버섯」기자.
산업사회는 우리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동시에 환경오염이라는 것을 가져다 주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벌이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환경'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고,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졌다.
우리의 먹거리 역시 무농약농법, 천적을 이용한 병충해 방제 등의 ‘친환경농법'을 이용해 재배한 농산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은 아직도 일부에 지나지 않은데다 중국산이나 국적을 모르는 농산물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집에서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는 농작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콩나물재배기야 그 역사가 좀 있다고는 해도, 요새 화원에 가보면 상추나 고추, 오이, 호박묘목, 심지어는 딸기묘목까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실제로 옥상이나 집앞 뜰에 이같은 채소류가 심겨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버섯도 집에서 직접 길러 먹을 수 없을까?
그런 질문을 종종 이메일이나 전화로 받을 때가 있다. ‘버섯씨앗'을 어디서 구해야 하냐느니, 어딘가 식당에서 병에 버섯을 기르는 것을 봤는데 그 버섯을 파는 곳을 가르쳐 달라느니 하는 약간 당혹스러운 질문들도 있다. 팽이버섯이나 양송이버섯처럼 가정에서 쉽게 재배하기 힘든 버섯을 집에서 기르고 싶다면서 떼를 쓰는 아주머니도 계신다.
사실 집에서 직접 버섯을 길러 먹을 수는 있다. 직접 기를 수 있는 품종은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상황버섯, 동충하초버섯, 영지버섯 등이 있다.
본사(버섯마트)는 2년 전 집에서 버섯을 직접 길러 먹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전국에 있는 버섯농가들을 찾아다니며 재배노하우를 익히고 여러 가지 느타리버섯을 가져다가 실험을 시작했다. 광이나 습도, 온도를 달리해가며 수없이 실험을 거듭한 결과 한가지 장치를 고안해냈고 바로 시판에 들어갔다. 이 장치란 습도가 다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습도보존장치로 비닐로 만든 작은 갓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슴아픈 일이지만 결국 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버섯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채산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버섯이 자라나는 사진을 보여주며 홍보를 하는데도 사람들은 ‘버섯을 집에서 기른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지 못했다. 본사 외에도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버섯을 판매하는 회사가 두세 군데 더 있었지만 이 회사들도 모두 문을 닫든지 전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그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때문에 지금은 집에서 직접 기를 수 있는 버섯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만, 표고버섯의 경우 종균을 참나무에 접종한 원목을 구입할 수는 있다.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한 원목은 표고버섯을 생산하는 농가와 일부 산림조합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자녀들의 자연학습교육용으로 쓴다거나 신선한 버섯을 길러 먹고 싶다면 다른 버섯들의 경우 발품을 팔아 직접 버섯농장주에 양해를 구해야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러한 노력으로 버섯배지를 구입하긴 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가.
먼저 버섯의 습성과 가정용 버섯재배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버섯은 습하고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자란다. 농장에서는 버섯을 재배하는 환경이 수확량 및 버섯의 품질과 직결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환기, 습도, 온도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가정에서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버섯이 자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단, 농장에서 재배한 것과 같이 ‘잘생긴' 버섯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언젠가 그냥 내버려둔 버섯배지에서 사람머리 만큼 큰 느타리버섯을 본 적도 있다.
어쨌든 집에서 버섯을 기르는 것은 가능하다. 이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버섯재배법을 알아보자.
느타리버섯 재배법
느타리버섯은 일반적으로 균상재배와 상자재배, 봉지재배로 구분되어 있다. 균상재배는 농장에서 현재 가장 많이 재배하는 방법이고, 균상재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자재배법과 봉지재배법이 농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재배법은 상자재배법과 봉지재배법이다. 상자재배법과 봉지재배법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종균이 접종돼 20~30일이 지난 배양된 배지가 든 상자 또는 봉지를 구입하고,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자와 봉지를 덮을 수 있는 조립식 하우스를 준비해야 한다(조립식 하우스를 준비하기 어려우면 습기가 항상 상존하는 욕실을 선택하면 된다). 조립식 하우스를 만들 수 있다면 직사광선을 피해 뒷베란다나 거실 등에 설치하면 된다.
이러한 설치가 끝나면 집의 환경(온도 등)에 따라 약 2~3일 정도 지나면 버섯이 나오는데, 처음 버섯이 돌기처럼 나오기 전까지는 (조립식 하우스의 경우) 뚜껑을 열어두거나 물을 주면 안된다. 그리고 버섯돌기가 1~2cm까지 자라면(설치 후 2~3일 경과) 그 다음부터 상자뚜껑을 열고 조립식 하우스로 바꿔 덮어둔다. 조립식 하우스로 바꾼 후 하루나 이틀 동안은 물을 주어서는 안된다.
2~3일 후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등 하루에 3번 이상 스프레이(분무기)로 자주 물을 뿌려주어 배지가 마르지 않도록 한다(그러나 배지에 물이 오랫동안 흥건히 고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배지에 이물질(세제나 비누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7일 후에는 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 버섯을 한 번 수확하는데 약 7~15일이 걸리며, 버섯이 나오는 곳과 자라는 속도가 다르더라도 15일 안에는 버섯이 거의 나온다(1주기 버섯수확량은 약 1~1.5kg이다).
버섯이 대체적으로 먹기 적당하게(갓이 약 5~6cm) 커졌을 때 수확한다. 버섯을 딸 때는 큰 버섯 하나만 잘라내지 말고 다발을 통째로 비틀어 딴다. 미처 다 자라지 않은 버섯이나 너무 큰 버섯이라 해도 맛과 영양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1차 버섯을 수확하고 나면 상자(배지) 위의 죽은 버섯 등 잔여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약 3일 동안 상자에 물을 채워주고 처음의 작은 뚜껑을 덮어 재배지가 충분히 물을 흡수하게 한다. 이때 반드시 배지 위에 신문지를 덮어두어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물을 먹은 후에는 버섯이 일찍 발생하도록 충격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얼음을 신문지 위에 깔아두어 녹을 때까지 내버려두면 버섯발생이 빨라진다(얼음을 놓지 않아도 버섯은 발생한다). 약 10일 정도 지나면 1차 버섯발생 때처럼 흰 버섯돌기들이 나오고, 나머지 재배과정은 처음 버섯발생 때와 같이 하면 된다.
집에서 재배하는 버섯은 일반시중에서 판매하는 버섯보다 쫄깃쫄깃하고 맛이 좋다. 이는 일반버섯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냉장 등의 처리로 인해 맛이 조금 변하기 때문이다.
표고버섯 재배법
표고버섯의 경우에는 원목재배법과 톱밥배지재배법이 있다. 원목재배법은 옛날부터 내려온 재배법이고 현재도 95% 이상(거의 100%라 해도 무방함)이 이 재배법을 이용하고 있다. 톱밥배지재배법은 표고버섯에 필요한 원목인 참나무의 구입이 어렵고 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재배농가는 극히 일부이고 특히 계절적으로 일부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표고버섯 재배법은 원목재배법과 톱밥배지재배법 모두가 가능하다. 그런데 원목재배법은 직접 재배를 하지 않아 여기에서는 톱밥배지재배법만 소개한다.
표고톱밥배지를 공급하는 곳은 현재 산림조합중앙회 임산미생물사업소, 연암축산대학, 경원농산, 포천종균배양소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배지크기는 3kg, 2.5kg, 1.8kg, 1.5kg 등이 있다. 재배농가가 수확할 경우에는 600g~1kg까지 수확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 재배할 경우에는 이것에 절반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톱밥배지재배법도 느타리버섯과 거의 유사한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배양이 끝난 배지를 구입하고, 표고버섯도 습도, 환기,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실과 뒷베란다에 설치할 경우 투명비닐하우스(케이스)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습기가 많은 욕실에서 재배하면 문제는 없다.
설치가 끝나고 2~3일 후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등 하루에 3번 이상 스프레이(분무기)로 자주 물을 뿌려주어 배지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그러나 배지에 물이 오랫동안 흥건히 고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배지에 이물질(세제나 비누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대략 7일쯤에는 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 표고버섯은 느타리버섯과 달리 재배기간이 조금 더 걸린다.
1차 버섯을 수확하고 나면 배지 위의 죽은 버섯 등 잔여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약 3일 동안 배지를 물에 담궈 놓는다. 이때 반드시 배지 위에 신문지를 덮어두어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물을 먹은 후에는 버섯이 일찍 발생하도록 충격을 주어야 하는데, 표고배지는 작으므로 신문지에 싼 채로 냉장고 안에 하루정도 두었다 빼내면 버섯발생이 빨라진다. 그리고 약 10일 정도 지나면 1차 버섯발생 때처럼 버섯돌기들이 나오고, 나머지 재배과정은 처음 버섯발생 때와 같이 하면 된다.
상황버섯 재배법
상황버섯이 인공재배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재배기간이 길고 까다로워 일반버섯재배농가들도 재배를 꺼려했었다. 그러나 상황버섯은 항암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고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 원주와 경북 안동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상황버섯을 가정에서 재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나 본사에서 강원도 원주산 상황버섯을 배양이 끝난 후 5개월이 지난 원목으로 실험한 결과 큰 문제없이 잘 자라났다.
그러므로 상황버섯은 배양이 끝나고 한 4~5개월 재배하고 있는 원목을 구입해 유리병 속에 넣어 기르면 된다. 이때도 환기와 습도, 온도를 중요시해야 하는데 온도는 25℃ 이상이면 잘자란다. 여름에는 상황버섯이 자라는게 느껴질 정도로 천연 황금빛을 발하며 잘 자란다. 단, 온도가 높으면 습도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수시로 물을 주어야 한다. 또한 유리병 뚜껑에는 환기구를 만들어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이렇게 재배를 하면 약 3개월 후에는 수확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동충하초버섯과 영지버섯(관상용) 역시 집에서 기를 수 있는 버섯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안에 가정용 버섯재배사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직 국내에서는 버섯을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상당부분 활성화된 상태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경북농업기술원 버섯연구팀이 폐솜을 이용한 느타리버섯 종균을 배양한 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세면실에서 2개월 동안 재배한 결과 느타리버섯을 2,060g 수확했고, 참나무톱밥에 영지버섯 종균을 배양한 후 같은 방법으로 50일 동안 재배해 172g을 수확했다고 밝혀 가정에서도 버섯을 기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재배사와 가정의 환경이 매우 달라 가정에서 재배할 수 있는 가정용 재배사가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진다면 콩나물처럼 손쉽게 집에서 직접 길러 먹을 수 있어 소비자층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농업전문학교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집에서 버섯을 기른다는 뜻은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상추나 고추, 오이, 딸기묘목처럼 버섯도 집에서 길러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어디선가 병에 버섯을 넣고 기르는 것을 봤다며 그 버섯을 판매하는 곳을 가르쳐달라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가정에서 버섯을 직접 실러 먹을 수는 있다. 버섯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들은 직접 종균을 사서 배양하고 기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쉽지가 않다. 따라서 '집에서 버섯을 기른다'라고 하면 흔히 배양된 배지를 가져다가 발아를 시키고 키우는 것을 말한다.
출처 : 인제에서 농사짓는 강원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