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어도 - 김성미
못생긴 돌 하나가
어깨를 내쥤을 뿐인데
쓰러져 가던 나무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답니다
[인성의 향 디카시 공모전 대상]
귤등 - 김영빈
달의 허물을 주워다가
심지를 돋워 불을 밝혀봅니다.
어둠에 내주었던 살들이
포실하게 다시 차오르는 밤
누군가는 또 입맛을 다시겠지요.
[제주 국제 감귤 박람회 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작]
[시와 반시 디카시 신인상 당선작 - 3점]
떠다니는 눈들 - 황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고 있는 눈동자들
세상이 얼마나 많은 눈을 숨기고 사는지
양파 좀 썰어본 사람이라도 모를 거야
방문객 - 황주은
베란다에 다리 걸고 울던 날
장맛비가 와인 잔을 걸어놓고 가셨네
견디면 우아한 날이 온다고
이것이 돌고 도는 물의 약속이라고
꽃잠 - 황주은
돌 속에서 백 년을 기다렸어요
기다림은 가장 긴밀한 내통
나는 이제야 꽃잠*에 들어요
*꽃잠 : 신랑신부의 첫 잠
(2022) 제5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마감 3월 20일)
제 1회 (한국 디카시학 문학상) 작품 공모 (마감 12월 31일)
첫댓글 다~~~아 맘에 들어요
다시 읽어도 참 좋네요.
어깨 하나 내줘도
다 내주는 것
참 잘 생긴 돌입니다.
누가 홀랑 까먹고
허물만 남겼을까요.
오늘 밤 달을 보면
침이 고일 것 같습니다.
양파에도 눈이 있었네요.
양파 좀 썰어본 저도 몰랐습니다.
돌고 도는 물의 약속
느낌표 하나 남기고 가네요.
수준 높은 디카시 읽으며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모두 너무 좋습니다.
감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