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수시 경쟁률이 발표되면서 대학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시 경쟁률은 대학의 입시기획, 연간 홍보활동, 그리고 미래 대학의 순위를 나타내는 선지표이기도 하다. 인기가 있는 대학일수록 경쟁률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경쟁률 하나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대학의 경쟁률은 당연히 입시 관계자들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2016학년도 입시부터 과학고의 조기졸업이 20%이하로 제한됨에 따라 상위권 대학들의 경쟁률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결과 역시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대부분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대 경쟁률은 전년도 7.53:1보다 소폭 하락한 7.4:1을 기록했다. 이는 과학고 학생들의 조기 졸업 인원수 감소 영향으로 풀이돼 유의미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인 대학이 한양대였다. 한양대의 경쟁률은 지난해 24.51:1에서 31.56:1로 무려 7.05:1이나 대폭 상승하며 의미 있는 약진을 보였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는 “과학고 출신자가 감소해 경쟁률 상승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논술의 경쟁률 상승은 다른 변수로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쟁률 상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교사와 학생들이 한양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을 살려 설계대로 선발한다는 생각을 갖고 소신 있게 지원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양대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성적중심이 아니라 학교교육에 충실하면서 뛰어난 인성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어 공교육정상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교로 손꼽히고 있다. 한양대는 학생부 안에 전 교육과정이 충분히 녹아있고 의미 있게 기재된 역량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는 신호를 일선 고교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시에서 커다란 특징은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한 대학, 또는 수능 이후에 일부 전형의 일정이 있는 대학에 지원자가 몰렸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고 출신자의 인원수가 작년과 달랐던 점이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을 하락시킨 주원인이 되었다. <2015·2016학년도 주요대학 수시 경쟁률 비교>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가운데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은 이외에도 또 있다. 건국대와 서울과기대가 그곳이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한양대는 전년도 경쟁률 24.51:1에 비해 올해는 31.56:1로 작년과 비교하여 7.05:1이나 상승했고, 서강대는 전년도 34.41:1에 비해 올해 37.46:1로 전년에 비해 3.04:1 높아졌으며, 성균관대는 올해 입시에서 전년도보다 1.63:1 떨어진 27.47:1로 마감했다. 주요 전형별로 살펴보면 수시최저가 없는 한양대는 논술에서 28.28:1이나 상승한 72.9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생부교과도 전년도보다 1.42:1이 올라 6.94:1로 상승했다. 서류만으로 심사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작년보다 4.39:1이 올라 최종적으로 21.74:1의 경쟁률을 보여 이변을 기록했다. <한양대 수시 경쟁률>
<서강대 수시 경쟁률>
<성균관대 수시 경쟁률>
다만 서강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형)의 경쟁률이 32.48:1이로 높게 나타난 것은 수능최저 기준이 3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로 높은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서강대가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틈새시장을 잘 노렸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수능최저기준만 통과하면 합격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현장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합불 여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쉬운 수능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최저가 높게 책정되는 상위권 대학의 전형이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성적순 선발이라면 A학생이 선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성적이 낮은 B학생이 선발될 수 있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이 아닌 비교과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성적은 좋지만 비교과 활동이 약한 학생들이 서강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일반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고교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 상담의 기준을 잡기 어렵다며 효과적인 진학지도를 위해 지나치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대학의 입학관계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서강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일반형은 이런 틈새시장을 정확히 정조준하고 있다. 성적순이 아니라서 누가 합격할지 모르는 불안한 전형보다는 성적으로 합불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전형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수요를 꿰뚫어본 것이다. 수시이지만 수능과 연결된 이러한 전형은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런 전형에 의해 대학의 경쟁률이 상승할수록 기대했던 공교육정상화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지양하고 역량과 인성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강대는 이번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쟁률 상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양대는 고교 현장에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학생부에 충실히 기입해 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양대가 실제로도 이런 학생들을 선발하다 보니 교사들도 일관되게 성장 잠재력이 크고 인성이 바른 학생들을 중심으로 소신 있게 한양대에 지원을 시키고 있다. 결국 한양대의 수시 경쟁률 상승은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이 아니라 한양대가 그동안 묵묵히 지지해온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치와, 이를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한 노력들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양대가 교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유지되다 보니 입시지도를 하는 교사들의 신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교사들의 신뢰는 곧 대학의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대학이 질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공고했던 한국의 기존 대학순위도 근본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성적이 아닌 역량과 인성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메시지가 학교현장에 지속적으로 전달될 때 교육현장은 바뀔 수 있다. 지금처럼 당장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의 단견은 한국 교육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이 지식만을 전수하는 학원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를 키우는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먼 미래를 생각하고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지금 세계의 석학들은 지구에서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으며, 유엔미래보고서는 2030년에는 1인 기업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대학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어떤 행보를 해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며 학생들을 선발할 때 중·고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역시 밝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