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입주… ‘5공유‧5무 마을’ 표방
5단계 발전 계획… 가장 중요한 건 ‘신뢰’
향기촌 채영제 대표의 집. 사진=이건주 기자
사고가 발생한 홍성군 갈산면 대사리의 석산개발 회사에서 나오는 길에 ‘향기촌’이라고 적힌 조그만 안내판을 발견했다. 좁은 농로를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니 진분홍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마을이 나왔다. 우연히 발견한 그곳에 대한 정보를 조금 모아 지난 19일 다시 찾았다.
향기촌에 들어서면 왼쪽 가운데 건물 1층에 카페 겸 도서관이 있다. 2층에는 회의실과 게스트 룸 등이, 뒤쪽에는 공용 주방과 공용 세탁실이 있었다. 가운데 건물 왼쪽 첫 번째는 20평을 넘지 않는 아담한 규모의 채영제 대표의 집이었다. 담장 없는 건물 앞에는 꽃밭과 작은 호수가 있었다. 채 대표는 “작지만 ‘바이칼 호수’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향기촌은 ‘사색의 향기’라는 문화나눔 커뮤니티 사업의 일환이다. 2019년 부지 매입을 시작해 2022년부터 입주했다”며 “이곳의 모토는 ‘사회적경제 시스템으로 소통하는 마을’,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안심마을’, ‘5공유·5무 마을’이다. 5공유는 가치·가난·경제·자산·행복의 공유이고, 5무는 혼자 일하기·혼자 밥먹기·혼자 빨래하기·혼자 부자되기·혼자 탐하기가 없는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사색의 향기’는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자는 문화나눔 운동에서 시작됐다. 이들의 활동은 전국으로 뻗어가고 있으며, 마을 모델을 수출하면서 지난해에는 가나 정부 공무원들이 향기촌을 찾았고 홍동과 구항까지 견학했다.
미술을 하는 주민이 만들었다는 작품들. 사진=이건주 기자
향기촌은 5단계 발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첫째는 ‘사회적 가족 만들기’다. 공용시설 및 세대별 주택 건립이 마무리되는 대로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타적 가족 만들기’다. 이타적 가족 만들기는 연내 30세대 입주를 시작으로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소득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협력적 가족 만들기’이며, 네 번째는 사회공헌적 가족 만들기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전국을 넘어 ‘지구촌 가족’을 만들기다.
채 대표는 “향기촌은 전국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꽃차를 만드는 사람들과 명상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사색의 향기 이영준 이사장은 “생각도, 계획도, 꿈도 있는데 집을 짓는 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며 “귀농·귀촌을 돕는 지자체도 많은데 홍성은 좀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향기촌 주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다. 여기서는 아무리 잘 살아도 20평 이상의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무리 자랑할 일이 많아도 자랑해선 안 된다.
현재 사는 사람들은 대학교수와 의사, 교사, 예술가 등으로, 미술을 전공했다는 한 주민은 버려진 변기를 되살린 작품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곳의 생활 콘셉트는 ‘안빈낙도’와 ‘접화군생’으로, 가난한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찾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는 뜻이다.
향기촌 마을이 새로운 마을 모델의 중심이 된 건 서울에서 200㎞ 이내라는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또한 10만평 이상의 산이 있고, 수만평의 농지와 대지가 있다. 마을 앞에는 저수지가 있고 계곡물이 흐르는 자연적 여건, 외부 영향을 덜 받는 분지형이라는 점에서 전국 답사 끝에 결정된 부지라고 한다.
향기촌 주민들은 서로를 돌본다. 노인이 될수록 서로서로 케어하는 노-노케어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들고, 청소년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공공시설 이용과 공동구매, 도시형 문화사업과 마을 직영사업, 마을 협동조합, 지자체 협력사업 등을 소득사업으로 끌어갈 예정이다.
향기촌 마을 지도. 향기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