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있어 행복했던 주말여행

[솔뫼 석인호]

딸이 있어 행복했던 주말여행

매일매일이 휴일인 나이지만 그래도 토요일은 더 즐겁게 느껴지는 건 웬일일까?

그런데 그 토요일은 정말로 즐거웠다. 멀리 세종시에서 홀로 떨어져 일하는 큰딸에게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은데다 나의 운전을 못 미더워하는 아내가 운전까지 해줘 정말 호사하면서 내려갔다.

주말이라 예상은 했지만 현충일 성묘객 탓인지는 몰라도 길은 무척 막혀 무려 세시간반이나 걸려 딸집에 도착했다.

점심때를 훨씬 넘겨 도착한 우리를 위해 딸이 정성껏 차리고 끓여 낸 반찬과 찌개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이 음식솜씨는 분명히 엄마에게 물려받은 재능이 딸의 정성과 어우러져 이룩된 것 같다.

'딸아 참 맛있었어!'

점심식사후 딸은 손수 운전해서 백제의 고도 공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일제 강점기 충청남도 도청이 있었던 옛 시가지 일대를 걷고 운치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봄날의 조용한 오후를  즐겼다.

그리고 코로나사태로 손님이 없어 한산했지만 거리축제장에서 우리 셋의 기념사진도 흑백으로 찍었다.

다시 세종시로 나온 우리들은 딸이 안내한 세종시 번화가의 맛집에서 맥주 반주에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이어 어듬이 내려앉은 세종호수공원의 호반을 걸으며 오색 분수와 아름다운 호수의 야경도 즐겼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라 오전에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린 후 집사람은 집에서 쉬고 딸의 안내로 산행을 했다.

정부 세종청사 근처의 야트막한 원수산(元帥山)인데 높이는 251m밖에 안 되지만 우거진 숲길이 장관이었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이엇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길이어서 시원했다.

경사도 완만해 걷기 좋았고, 등산로 초입의 길섶에서 지천으로 익어가는 새빨간 뱀딸기들이 어릴적 추억을 자아내 주었다.

다만 정상 부근의 길은 경사가 가파른데다 햇살이 바로 비쳐 온 몸이 땀에 젖었지만 딸과 함께 여서 힘든 줄 몰랐다.

이렇게 딸과 함께 산길을 걸은 건 딸이 대학교 다닐 때 였으니 거의 20여년 만인 것 같다.

눈아래 펼쳐지는 세종시가지와 금강유역의 산과 벌판을 둘러보고 내려와 정부청사 근처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만났다.

우리들은 근처의 조치원으로 달려가 이름난 맛집에서 30여분의 기다림 끝에 늦은 점심을 들며 초여름 날을 즐겼다.

저녁엔 딸이 살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와 세종시가지를 산책하며 이틀간의 즐겁고 행복한 여정을 마쳤다.

7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산행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함께 힘든 산길을 걷고 명승지를 안내해 주는 딸이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신동익]

세종시도 멋진 곳이 많군요.
멀리 가족이 사는 것도 아주 좋네요.

[솔뫼 석인호]

도시 건설 관계 부서에서 일하는 딸의 견해로는 '온갖 비효율의 극치가 결집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도시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이성화]

근사! 멋짐!, 행복! 다충만했던
주말여행이었군요. 축하합니다.

[솔뫼 석인호]

감사합니다.

[굴비병구]

가정의 행복이 철철 넘치는 딸바보집, 자랑할만합니다.

[솔뫼 석인호]

허지만 저는 며느리 재미를 볼 수 없어 아쉬운 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