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5(토) 조은산 자근산 토북이 태백이 남희
코스 : 성삼재…만복대…고리봉…수정봉…여원재(1박)…고남산…매요리…사치재
성삼재-여원재
18.5km, 여원재-사치재12.9km (계 31.4km / 16시간)
소재지 : 전남 구례군 산동면, 주천면, 전북 남원시
운봉면
(시간 일정)
4/4 (금)
21:00 서부산IC
24:00 여원재
4/5 (토)
05:30 여원재 출발(택시)
06:15 성삼재
08:30 만복대
09:30 정령치
10:10
큰고리봉
11:20 고기리
11:55 노치샘
13:52 수정봉
14:25 입망치
16:00 여원재
한달에 한번씩 하기로 한 대간을 3월달에는 못했다. 대신 대간 맛보기산행으로 함양 백운산을 다녀왔었고, 2월에 1차를 하고 4월에 2차를
하게된다.
1차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했었고, 오늘이 사실상 부산산사람들의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차피 경방기간이라 지리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리산이 풀리면 보충하기로 하고, 성삼재에서 시작의 테이프를 끊는다. 성삼재-고리봉 구간 역시 통제구간에
포함되는지라 성사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일단 출발은 한다.
어마무시한 모의를 꾸몄다.
하나. 성삼재의 장벽은 막혀있을 것이다. 가능한 새벽의 어둠을 기해 공략하기로 한다
둘. 정령치에서
고리봉쪽 역시 막혀 있을 것이고 보초가 지킬 것이다.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최악의 경우 자근산행님이 포로로 잡혀주고(?) 나머지는 육탄전을
시도한다.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가운데 마음약한 여성병사 하나는 꼬리를 내리며 출전을 포기하고 다섯명이 야밤을 틈타 쥐도 새도 모르게 부산을
벗어난다(4.4. 21:00 서부산IC)
남해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함양에서 88고속도로로, 지리산IC에서 내려 인월로 잠입한다.
23:30 인월읍에서 돼지족발 한접시를 사갖고 여원재로 올라간다. 어둠속에서 야영지를 물색하다가 여원재를 넘어 남원쪽으로 200여m 내려간
지점. 도로 좌측 간이휴게소 옆 너른 터에 진지를 구축한다. 텐트 2동에 4명, 한명은 차박.
새벽의 결전에 긴장감을 풀지 못한 채 지나가는 차소리와 무지막지한 병사의 코소리까지 가세해 잠을 자는건 애초부터 포기다.
4/5 (토)
05:00 기상. 신속히 야영장비를 철거하여 대충 차에 말아 넣고, 조용히 택시를 불렀다(063-634-1722)
05:30 여원재 출발. 날이 밝기전에 성삼재에 접근을 해야되는 다급한 심정인데 택시기사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폴폴 풍긴다. 차도 취했는지
정령치와 성삼재를 겨우겨우 올라간다. ₩35,000 (비싼거 같았는데 정상요금으로 확인)
06:15 성삼재.
날은 훤해졌지만 아직은 아무도 없다. 신속히 월담을 시도한다. 홀대꾼(홀로가는 대간꾼) 하나가 우리대열에 낀다. 청주사람인데 구례에서 자고
아침에 올라왔단다.
작은고리봉(1,248)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맵다. 방풍자켓에 모자를 덮어쓴다.
06:42 오른쪽 건너편 반야봉 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왼쪽 아래로는 산아래 산수유마을(상위마을)만 바로 보일뿐 구례읍쪽은 운해가 뒤덮혀
있다.
07:13 세 번째 헬기장[지남23-06]을 지나면서 '아침을 어디서 먹어요?' 밥타령이 나온다. 바람없는 양지를 찾아 만복대 직전 안부
우측사면으로 난길을 따라 조금 들어앉아 자리를 펴고, 미리 준비해온 김밥에다 오뎅국물을 덮혀 아침을 먹는다. 쌀쌀한 날씨라 따뜻한 국물.
숟가락이 분주히 움직이고 순식간에 코펠 바닥이 드러난다. 홀대꾼은 앞서 나간다 (불러서 함께 식사를 할걸... 다시 보지는
못한다)
08:30 만복대. 1,433m
앞쪽으로 다름재와 정령치 방향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저 아래로 정령치 오르는 도로가 꾸불거린다. 자, 1차관문은 통과 했는데 저기 2차
관문은 우찌될란지...
정령치 앞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마지막봉우리 오르기전 안부에서 우측으로 빠지기로 한다. 정면돌파는 너무 무모하다... 옆구리를 찌르자는
판단이다. 바로 아래 도로가 보인다. 도로로 내려서서 잠시나마 도로를 타고 휴게소쪽으로 접근한다.
09:30 정령치.
썰렁한 가운데 등산복장은 우리밖에 없고 서너명의 관광객이 있다. 휴게소 계단에 걸터앉는 순간 주차장으로 국립공원순찰차가 들어온다. 역시
옆으로 돌기를 잘했구나. 타임상 정면으로 넘어왔으면 정확하게 체포될뻔 했다.
1000원짜리 커피를 한컵사서 셋이서 갈라먹고, 물 1ℓ 1000원주고 사고, 화장실도 체크하고, 2차 작전에 들어간다.
순찰이 가기를 무한정 기다릴수도 없어 화장실 뒤쪽을 뚫기로 한다. 이미 많은 흔적이 있다. 소나무 숲속을 잠시 휘저으며 적당한
지점에서 주능선길로 진입을 하고, 어느 시점에서 고개쪽으로 노출이 되는 지점.
드디어 적의 공격이 시작된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일단은 "수구리!" 했지만 은폐물이 없다. 훤히 노출된 지점에서 수구리고 있어 봤자다. 별수
있나. "튀자!" 100여m 오름길을 쎄가 빠져라 뛰어 오른다. 맨 후미에 처진 여성병사를 걱정했지만 전원 무사히 적군의 사정권에서
벗어난다.
10:10 큰고리봉 1,305m (△운봉25 1991재설) [바래봉8.6 정령치0.8
고기삼거리3.0]
정령치쪽 적의 진지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이미 사정권(?)을 벗어난지라 느긋해 진다. 저멀리 바래봉에서 여기를 휘둘러 노고단으로,
천왕봉으로의 능선 그리고 그 넘어 웅석봉까지. 작년 여름 태극종주시 흘린 땀방울 자국을 찾아본다.
급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행히 눈도 없고 땅도 굳어있어 어려움없이 잘 떨어진다.
10:25 [고리봉0.5] 1,155m. 순식간에 내려앉는다 고도150에 거리는 500m다.
11:20 고기리.
산길 내리막을 다 내려오니 아스팔트 도로로 떨어진다. 운봉에서 정령치로 넘어가는 도로다. 고기교 다리가 있고 [주천면] 입간판이 있다.
도로 건너편으로 선유산장(626-7300)이 있고 '고촌마을 입구'라는 돌비석이 서 있다.
길가 가로수에 달린 표지기들이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라고 가리키는 듯 하다. 선유산장 평상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고 운봉쪽 도로를 따르면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수정봉이다. 정령치모텔 앞을 지나 아스팔트길을 1km 가량 걷는다.
11:43 덕치버스정류장 앞에서 갈라지는 왼쪽길로 접어든다.
노치마을로 들어가는 시멘트 길이다. 빨간 벽돌의 작은 교회 운천교회 옆길을 따라 들어간다. 줄기차게 가로수나 전봇대에 대간리본이 매달려
있다. 노치마을회관 옆길로 접어드니 길가에 샘이 있다.
11:55 노치샘 [해발550 여원재6.6 정령치6.0 / 서부지방삼림관리청장] 이정표가
있다.
이끼낀 샘물이라 망설이고 있다가 지나가는 노인께 여쭈어 보았더니 "이 사람들 테레비도 안봐?" 하시며 이 물이 보통물이 아니라며 설명을
잇는다. 한겨울에도 따스해 손이 시리지 않고, 저 먼데서도 물을 길으려 온다는 말씀이다.
샘 앞 가재구판장 문에는 담배 커피 라면 민박...이라 적혀있다.
샘터 뒤쪽으로 난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니 널따란 묘터와 잘자란 멋진 소나무 4그루, 조금 작은 1그루가 수호신 마냥 마을을 감싸 안듯이
지키고 있다. 제일 왼쪽의 것이 가장 큰데 어른 세명은 팔을 맞잡아야 될듯하다. 소나무 아래에 앉아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하고 13:10
출발.
잠깐 오르막을 힘들여 오르니 이어지는 능선길은 소나무 갈비가 푹신하게 깔린 좋은 길이다. 지긋한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대여섯개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수정봉에 이른다.
13:52 수정봉. 804.7m (△운봉308 1981복구) 정상석은 없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려선다
14:25 입망치. 우측으로 넓게 밭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포크레인이 움직이고 있다.
건너편 오름길에 유인전주이씨지묘 상석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710봉에는 건축용 블록이 여러개 있다. 누가 짊어지고 올랐는지... 블록을 의자삼아 잠시 쉬었다가 다음 봉우리를 오르니 돌로
축대를 쌓은 흔적이 있다. 성터인지 봉화대인지 알 수 없다.
15:30 임도를 만나고, 임도는 왼쪽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능선길로 바로 넘어간다. 곧이어 시야가 트이면서 마을이 나타난다. 24번
국도가에 있는 마을. 이백면 준향리다.
16:00 여원재. 470m
남원 운봉읍에서 남원읍으로 넘어가는 24번국도
고갯길이다.
토북이가 차를 회수하러 간 사이 야영할 장소를 물색한다. 한명은 차에서 자야하기 때문에(차박) 찻길에서 떨어질 수가 없어 마을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넓은 논두렁에 텐트를 편다.
텐트 2동을 쳐놓고, 토북이의 외출신청이 들어온다. 매 주말마다 만나야 할 님이 있단다. 2시간짜리 외출증을 끊어주고, 귀대길에 특식을
주문한다.
토북이의 귀대를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든다. 그 잠깐 순간에 모 장교의 코소리는 요란하게 진동한다. 토북이가 하나씩 지급한 비상용 귀마개도
별 효용이 없다.
20:00 원대복귀한 토북이의 손에는 씨커먼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후라이팬에 뽂는데 그 냄새가 구수∼하기 그지없다. 토북이 말로는
소고기전골이라는데... 이거, 거시기... 서면 오광집 메뉴아이가? 슬그머니 젓가락을 회수하는 여성병사...
"대간길에서 개고기전골 먹어본 사람 나와보라고 그래!!"
토북이의 귀마개 효험인지, 어제밤 제대로 못 잔탓인지 장교님의 코소리에도 잠은 쏟아진다.
-계속-